"첫 배트 플립이 나왔습니다" 韓야구 문화가 신기한 美야구

ESPN 제프 파산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NC 모창민의 홈런 장면. 곧 배트 플립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사진=제프 파산 트위터 캡처)

"오늘 경기의 첫 번째 배트 플립이 나왔습니다"


지난 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시즌 KBO 리그 개막전에서 NC 다이노스 모창민은 6회초 삼성 라이온즈의 선발 백정현을 상대로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맞는 순간 홈런을 확신한듯한 모창민은 자연스럽게 배트를 던졌다. 방망이는 공중에서 화려한 회전을 선보이다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이 경기를 생중계한 미국 ESPN 중계진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홈런이 나오면 "멋진 스윙이다", "타구가 멀리 날아간다", "실투였다" 등의 반응이 뒤따르지만 그들은 달랐다.

에두아르도 페레스 해설위원은 모창민의 홈런 스윙을 본 순간 "배트 플립이다"라고 외쳤고 칼 래비치 캐스터 역시 "오늘 경기의 첫 번째 배트 플립이 나왔다"며 즐거워했다.

배트 플립은 타자가 홈런 등을 때린 뒤 방망이를 던지는 동작을 말한다. KBO 리그에서는 세리머니로 여겨지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금기시되는 행동이다. 투수를 자극하는 행동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배트 플립이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지 보여주는 유명한 예가 있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당시 토론토 블루 제이스의 거포 호세 바티스타가 결정적인 홈런을 때린 뒤 방망이를 집어던졌다. 화려한 세리머니였다.

하지만 상대팀 텍사스 레인저스는 이를 곱게 바라보지 않았다. 1년 뒤 두 팀이 다시 만났을 때 사건이 벌어졌다.

바티스타가 1루에서 2루로 뛰는 과정에서 다소 거친 슬라이딩을 했고 이를 피한 2루수 루그네드 오도어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바티스타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이후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뛰어나와 다투는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도 야구 팬의 즐거움을 위해 배트 플립을 금기시하는 불문율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한번 고정된 인식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미국 야구 팬이 배트 플립을 쉽게 볼 수 있는 KBO 리그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2017시즌 KT 위즈에서 뛰었던 외국인타자 조니 모넬은 시즌 첫 홈런을 때릴 때 방망이를 던졌고 경기 후 자신의 SNS에 "한국에서는 방망이를 던져도 괜찮아(Bat flips are OK here in Korea)"라는 글을 올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배트 플립은 오래 전부터 KBO 리그를 상징하는 세리머니로 여겨졌다. KBO 리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당분간 자국 프로야구 리그 대신 KBO 리그를 봐야 할 미국과 일본 야구 팬들의 흥미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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