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이후 모습을 감춘 김 위원장을 두고 그동안 건강이상설이 크게 나돌았다. 정부가 "북한에 특이동향이 없다"며 여러차례 밝혔지만 일반 유튜버 등을 넘어 탈북자 출신인 21대 국회의원 당선인들까지 '걷지도 못한다', '99% 사망했다'는 등 억측에 가세하며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20일 만에 등장한 金…손뼉 치고 웃으며 커팅까지
2일,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일제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관련 사진만 20여 장을 보도했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은 평소처럼 헤어무스로 머리를 넘겼고 준공식 테이프를 직접 자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공장을 둘러보는 사진, 팔짱을 낀 채 설명을 듣는 모습, 손뼉을 치는 모습 등도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준공식 수행단에는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재룡 내각총리 등이 포함됐고 2인자로 분류되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김 위원장이 건재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미국과 일본, 중국 언론 등 외신도 일제히 보도에 가세했다.
특히 중국중앙방송(CCTV)은 노동절 연휴인 2일, 김 위원장이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는 제목의 보도로 현장 사진을 대거 공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모습을 감춘 것은 지난달 11일 이후부터였다. 김 위원장은 당시 조선 노동당 중앙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이후 잠행에 들어갔다.
특히 나흘 뒤였던 지난달 15일,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생략하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이때부터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크게 나돌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번지던 건강이상설은 지난달 20일, 보수성향의 한 북한전문매체가 "김 위원장이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의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치료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더 확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CNN이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수술 후 중태라며 속보를 타전하는 가짜뉴스 행렬에 가담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청와대는 곧바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고, "김 위원장이 원산에 체류하면서 지방 순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급변설은 가짜뉴스다"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건강이상설) 보도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며 "그가 잘 있기를 바라며 CNN 보도에 신뢰를 두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한미 양국 수뇌부까지 나서 부인했음에도 가짜뉴스는 수그러들지 않고 SNS를 중심으로 더욱 확산했다.
지난달 24일에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의식불명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고위관리의 말을 빌려 "북한 핵심부는 어제 새벽 위독상태에 빠진 김정은의 건강상황이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정리했고 이런 상태라면 사실상 사망 상태로 간주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가짜뉴스와 억측에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21대 국회의원 당선인들까지 가세했다. 인터넷발 가짜뉴스가 아닌 예비 국회의원까지 말을 보태면서 파장은 더 커져 나갔다.
이어 1일에는 탈북자 출신의 미래한국당 지성호 비례대표 당선인은 내부소식통에 들었다며 "김 위원장이 지난 주말 사망한 것으로 99%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20일 만에 본격적으로 공식 행보에 나서 건재함을 드러내면서 이는 모두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그동안 수차례 북한 최고 지도부에 대한 가짜뉴스를 경험했던 대북 전문가들은 이미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점에 침묵을 깨고 깜짝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외교안보라인 당국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지성호 당선인의 주장도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라며 "조만간 침묵을 깨고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었다.
전 세계의 관심도를 증폭시킨 뒤 등장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미 "좀 더 지켜보면 공개 활동에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 한다. 올해 들어서도 최장 21일 정도 공개 활동 보도가 나오지 않은 사례가 있다"며 김 위원장의 등장을 예측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