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연중 무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서울 한양도성을 걸어보자. 옛 서울, 한양을 둘러싸는 성곽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모두 18.6㎞에 이르며 6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1개 코스가 2∼4㎞로 걷는 시간은 2~3시간 내외로, 중간 중간에 밖으로 이어지는 길들도 있어 1개 코스를 다 걷지 않아도 된다. 동쪽으로는 혜화, 북쪽으로는 성북, 남쪽으로는 남산, 서쪽으로는 서촌이나 무악 등과 닿아 있어 가까운 곳을 골라 걸어도 좋다.
주요 코스별 특징도 다양하다. 먼저 '백악 구간'은 창의문에서 시작해 숙정문, 말바위 안내소, 와룡공원을 지나 혜화문에 이르는데 북악산 능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가파른 코스도 있다. '남산 구간'은 장충체육관을 시작으로 체육관 뒷길, 반얀트리클럽&스파서울, 나무 계단길, N서울타워를 지나 백범광장까지 이어진다. 남산을 따라 걷지만 길이 잘 정비된 편이다. 남산 서쪽 봉우리인 잠두봉 전망대에 오르면 도심의 빌딩숲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마치 깊은 산 중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얏트 호텔을 지나면서 차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낙산 구간'은 구간이 짧고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북악산, 북한산, 도봉산까지 펼쳐지는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혜화문을 시작으로 낙산공원, 한양도성박물관을 지나 흥인지문까지 이어진다. '흥인지문 구간'과 '숭례문 구간'은 한양도성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인왕산 구간'은 돈의문 터에서 시작해 경교장, 월암공원, 인왕산 순성 안내 쉼터, 인왕산 곡성, 범바위, 인왕산 정상,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지나 창의문(자하문)까지 이어지는 4㎞ 구간이다.
서울 강남의 도심에 있는 선릉과 정릉, 강북의 정릉, 태릉과 강릉, 의릉도 가볼만 하다. 경기 남양주시 광릉, 사릉, 홍릉과 유릉, 구리 동구릉. 파주시 장릉, 삼릉, 고양시 서삼릉, 서오릉, 김포시 장릉, 여주시 영릉, 화성시 융릉과 건릉, 강원도 영월시 장릉 등 조용한 조선 왕릉과 숲길을 걷다 보면 그간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갈 정도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라 4일에는 문을 닫는다.
서울 송파구의 한성백제왕도길도 걷기 좋은 길이다. 한성백제의 왕성인 풍납토성에서 시작해 몽촌토성을 거쳐 백제의 중흥기를 이끈 근초고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석촌동고분군까지 이어지는 길로, 백제 역사 700여년 중에 500여년의 수도였던 송파의 역사와 문화를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도보관광길이다. 곳곳에 깃든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탐험하며 백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코스 중간에 만나는 몽촌토성의 5월은 신록이 절정을 이뤄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하기에도 좋다. 11.4㎞로 관람 시간까지 포함해 넉넉잡고 5시간 정도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