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4월 30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정관용>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지 각 분야 석학들과 미래를 좀 가늠해 보고자 만든 시사자키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시대>. 오늘 초대한 분은 바로 이 분입니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어서 오십시오.
◆ 김경일>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 정관용> 우리 오늘 이야기 나누는 주제의 제목을 “이제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다” 이렇게 붙여봤어요. 맞습니다. 경쟁보다 공존이 좋은 단어 같아요. 그런데 일단 코로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전파시키는 거 아닙니까?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니까 우리는 다 하나구나, 연결돼 있구나. 그런데 공존이 아니라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 거리두기도 하고 차별도 하고 심지어 혐오도 하고 사실은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 않아요?
◆ 김경일> 한 번쯤은 겪어야 되는 선이죠. 그런데 사실은 그런 말씀을 하시면 TV,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이 아시죠. “처음에 봤는데 남녀가 한참 싸우고 그 다음에 사이 안 좋으면 쟤네들 마지막회에서 결혼한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사실은 그래서 소중하고 가까운 존재와 공존을 하기 전에 한 번쯤 앓는 홍역, 열병 같은 거라고 보실 수가 있고요. 말씀하셨다시피 경쟁보다 공존이다라고 하는 게 그런데 왜 그러냐면, 사실은 이제 얼마 전에 다녀가셨던 많은 정말 한국 사회의 지혜로운 분들 많이 계셨지 않습니까? 최재천 교수님도 계셨고 김누리 교수님도 계셨고 다른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
◇ 정관용> 저희 특별기획에.
◆ 김경일> 진화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할 때 경쟁력보다 공존력이 더 강력한 역량이에요.
◇ 정관용> 그렇죠.
◆ 김경일> 그렇기 때문에 경쟁에서 남을 이기려고 하는 그런 능력을 가진 자보다 우리 인류 역사가 지난 수만 년, 수십만 년 동안 공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남을 잘 포용하고 그리고 그들과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나 문화가 가장 오래 살아남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코로나가 개발하고 빼앗고 착취하고 그리고 장악하려고 하는 그런 강자나 패권이기주의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서 잘 공존해봐. 잘 공존하는 과정에서 너희 인류들이 가장 지혜로워지고 효율적이고 스마트해질 거야라는 걸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런데 아직 그런 교훈을 모두가 다 동의하고 체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 김경일> 그렇죠. 모두는 아니에요.
◇ 정관용> 아직은 타인이 두려운. 아직은 다른 나라가 걱정되는. 다른 나라를 좀 멸시하게까지 되는. 이 정도의 상황 아니에요, 지금?
◆ 김경일> 그런데 그런 것을 보이는 것은 사실은 우리가 피부도 어떤 치료가 일어나기 전에 면역력이 생기기 전에 사실은 약간 곪는다거나 아니면 조금 이렇게 열이 일어난다라든가라고 하는 반작용적인 행동들이 나오죠. 그런데 이제 그 과정에서 이게 진정 국면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이제 좀 더 여유 있게 생각을 하는 시점에서 와서 보면 오히려 우리가 굉장히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게 그 차별과 그리고 반감과 그걸로 인해서 소모되는 나의 바보 같은 에너지구나라는 거 이제 알게 되겠죠. 왜냐하면 실제로 우리가 지금 코로나를 굉장히 모범적으로 이겨내는 사회잖아요. 그런데 그런 힘이 봉쇄로부터 나온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정확하게 사실을 알려주는.
◇ 정관용> 투명한 정보 공개.
◆ 김경일> 그렇죠. 그런 시스템과 그걸로 인해서 '그래, 그러면 이 방향으로 가면 되겠구나'라고 하는 적절한 방향으로 에너지를 썼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모범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헤쳐나가고 있는 거고. 오히려 그 에너지를 말씀하셨던 것처럼 봉쇄하고 막고 차별하고 그리고 심지어는 탈민족에 대한 증오로 만들어내는 문화들은 지금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자기의 정신적 에너지와 노력을 좋은 방향으로 못 쓰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경계와 배타성은 경계해야 되겠지만, 저는 사실은 오히려 그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불과 2주 전에 외국에서 온 학생들을 이렇게 노려봤다가 2주 만에 우리 한국인들은 느끼고 계신 거예요. 이게 그럴 때 쓰려고 있는 에너지가 아니구나. 차라리 내가 생활의 방역화를 하고 그리고 그 사람을 적당한 수준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이 사람이 안전하다고 하면 차라리 이 사람과 공존하는 게 더 나은 방식이구나라는 그걸 굉장히 빠른 속도로 알고 있어서, 사실은 지난 두 달간의 한국 사회는 사실은 우리 뒤의 역사에서 제가 봤을 때는 수천 년간의 변화를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또 재미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방금 김 교수가 아주 정확한 표현으로 한 2주 전, 불과 2주 전 외국에서 귀국한 학생을 뜨악한 시선으로 봤다.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심리학자로서 그건 너무 당연한 반응인가요?
◆ 김경일> 그렇죠. 그러니까 반응이죠. 반사적 행동입니다.
◇ 정관용> 반사적 행동. 그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거죠?
◆ 김경일> 그러니까 그것은 본능보다도 더 앞서 있는 신체기관의 반응인 거예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신체기관의 반응대로 행동하면 그건 동물이죠.
◇ 정관용> 그렇죠. 그걸 이성으로 조절하는 게 인간이죠.
◆ 김경일> 왜냐하면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도 나오죠. 인간은 기본적으로 반응을 동물처럼 하지만 그렇게 반응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이타적인 행동을 해야 더 나의 이기심이 잘 충족될 수밖에 없구나라고 하는 아주 차원 높은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니까, 사실은 내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어두운 밤길에 턱 하고 나타나면 놀라는 것처럼 사실은 그 반응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 반응에 길게 집착하거나 그 반응을 무슨 정책이라든가 사회적 가치처럼 둔갑시킨다는 것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이게 옳은 건데 그렇게 못하는 이유가 뭐예요?
◆ 김경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을 할 때 사실은 감정이 먼저 앞서잖아요. 그런데 첫째는 본인 자체가 그 감정의 본질을 잘 몰라서 그럴 때도 있지만, 사실 이런 경우에는 각 나라의 수준이 천차만별로 드러나는 걸 보면 그 감정을 대해 주는 그 나라 시스템이나 정부의 대처가 잘못된 게 훨씬 중요한 요인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이때 많이 드리는 말씀이 사실과 진실이 굉장히 각기 다른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 정관용> 사실과 진실.
◆ 김경일> 진실이죠. 그런데 이게 우리가 항상 보면 사실을 알아야 될 때 진실로 이상하게 일을 꼬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고요. 진실을 알려달라고 할 때 사실관계로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가 괴로워할 때가 있거든요.
◇ 정관용> 우선 진실은 뭐예요?
◆ 김경일> 이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노숙자 한 분이 굉장히 초췌한 얼굴로 동냥을, 그러니까 구걸.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그러면 우리가 생각하는 건 사실이 지금 한 푼을 달라고 하는 그런 행위죠. 그런데 우리가 가정한 진실은 그 거지인 분이, 노숙자인 분이 3일을 최소한 굶었겠구나 하는 진실에 기반해서 진짜 원인이 그거이기 때문에 동냥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만약에 그 노숙자분이 사실은 이 자리가 대목, 대박 자리네라고 하면서 사실은 굉장히 좋은 승용차를 타고 있고 아니면 굉장히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딱 옷 갈아입고 와서 실제로 기업형 동냥을 하는 분들이 있죠. 해외에는 실제로 그런 분들이 계시니까요.
◇ 정관용> 배도 안 고프면서 고픈 척하고 이랬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 김경일> 그러면 동냥을 한 행위를 그 사실을 본 우리는 그 두 번째인 진실과 맞지 않기 때문에 분노할 수 있겠죠. 그런데 사실은 그러니까 눈앞에 보이는 정확한 면이고요.
◇ 정관용> 팩트.
◆ 김경일> 그렇죠. 진실은 트루스. 그렇죠? 그러니까 진짜 원인을 얘기하죠. 그런데 심리학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불안은 사실을 알려달라고 하는 감정이고.
◇ 정관용> 불안은 사실을 알려달라는 감정이다.
◆ 김경일> 그렇죠. 그리고 분노는 진실을 말하라는 감정이에요.
◇ 정관용> 분노는 진실을 말하라는 감정이다.
◆ 김경일> 그런데 우리가 광장에 나갈 때 어떻게 나갑니까? 분노해서 나가죠. 그러면 광장에 나간 시민들은 진실을 말하라고 얘기하는 거죠. 그런데 그때 아니야, 사실은 이거 별 문제 없는 거야라고 사실만 딱 관계를 얘기하면 분노가 사라지지 않죠. 그러니까 대표적인 게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말하는 게 예전에 광우병 사태예요.
◇ 정관용> 광우병.
◆ 김경일> 광우병 때 시민들이 분노해서 나갔잖아요. ‘우리가 왜 이걸 먹어야 돼’라고 하는 진실을 얘기하라는 거지 그게 그 미국에서 온 수입 쇠고기가 신체에 얼마나 해가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을 알고 싶어서. 그걸 몰라서 나간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그때 사실을 얘기하니까 자꾸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정말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잖아요.
◇ 정관용> 이천 화재.
◆ 김경일> 이천 화재사건.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우리는 왜 이런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지 구조적 진실을 알고 싶은 거죠.
◇ 정관용> 오늘 저희도 하루 종일 그 얘기를 막 했어요. 기업살인법이 없어서 그래요. 이런 진실을 막 말씀드리고 있는 거예요.
◆ 김경일> 그래서 우리는 참 가슴 아픈, 최고로 가슴 아픈 걸 세월호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세월호의 사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게 아닙니다.
◇ 정관용> 그 진실과 사실의 어법은 좀 이해가 됐으니 코로나로 오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 김경일> 그런데 코로나는 불안한 거지 분노가 아니죠. 지금 코로나 때문에 분노하시는 분들이 있는 게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우리는 다 불안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불안은 왜 켜집니까? 불확실하니까 커지죠. 그런데 불확실함은 사실로 해소되는 거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 투명한 정보 공개하면 되는 거네요.
◆ 김경일> 그렇죠. 그러니까 코로나 때는 이렇게 불안할 때는 사실은 제대로 사실을 공개하는 게 가장 좋은 겁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나 한국의 시스템이 잘한 게 바로 그거고요. 그러니까 사실을 알게 되니까 소위 말해서 아, 감염의 위험은 높겠구나. 그런데 치명률이라는 건 이 정도겠구나라고 하면서 자기의 에너지 그리고 사실적인 집단의 에너지를 좋은 곳에 쓸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사실이 더 중요할 때, 불안할 때 "야, 진실은 말이야"라고 하면서 이런 가짜뉴스를.
◇ 정관용> 가짜뉴스에 분노하는 분들이 있죠.
◆ 김경일> 그러니까 음모와 가짜뉴스의 희생자들이 분노하는 거죠.
◇ 정관용> 트럼프같이 바보 같은 대통령은 계속 중국 탓하고 자기네는 100만 명이 넘었는데 자기네가 잘한다고 우기려고 그러고.
◆ 김경일> 심지어는 중국은 또 미국의 무슨 여성 공무원이 와서 퍼뜨린 거라고. 그러니까. 이게 보면 사실을 논하고 해야 할 때.
◇ 정관용> 초창기 우리 중국에서 오는 사람 안 막아서 신천지가 터졌다. 그건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 때문에 분노하시는 분들. 그런 게 안 된다는 얘기군요.
◆ 김경일> 그렇죠. 그런데 진실은 이미 과학자들이 밝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과학자이신 최재천 교수님이 말씀하셨죠? 우리가 자연에 너무 들이대고 가서 파헤치는 바람에 나온 거지. 그러니까 진실은 그거지 그게 중국의 우한의 어느 연구소에서 흘러나왔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혐오와 차별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즉자적 반응으로는 감정적 반응이니까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오래 지속되는 사람들은 방금 구분해 주신 쓸데없이 의심하고 쓸데없이 음모론 가지시는 분들이 분노하시는 분들이 쓸데없는 차별과 혐오로 또 가는 거예요.
◆ 김경일> 그렇죠. 사실에 충실해야 할 때 오히려 섣부르거나 어줍잖은 진실에 가려고 하는. 그런 생각으로 그 상태 본인 스스로 들어가시는 거죠.
◇ 정관용> 그게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굉장히 감정적, 정서적 측면이 서구보다 높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니까 아닌 것 같아요. 대한민국 국민들이 굉장히 이성적인 것 같고 유럽 사람들, 미국 사람들 이상하게 감정적이에요.
◆ 김경일> 그렇죠. 그러니까 한국이 저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 한국인 그 다음에 우리 국민. 우리 국민이 이렇게 수준이 높은가라는 얘기를 많이들 하시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래서 외국 학자들한테 이렇게 얘기를 해요. "우리가 많이 분노해 봤거든. 그래서 분노해야 될 때와 분노하지 않아야 될 때를 알고 있어".
◇ 정관용> 정확한 말씀이네요. 앞으로 이제 우리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 코로나 이후 신인류의 심리상태는 어때야 합니까?
◆ 김경일> 왜냐하면 최재천 교수님부터 김누리 교수님 수많은 다른 분들이 이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슈퍼파워의 혹은 야수 자본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어디로 가야 되느냐, 그리고 실제로도 어떻게 갈 것이냐. 저는 심리학자로서 조금 이렇게 아주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좀 더 밀착감 있는 단어로 설명을 드리자면 "만족감이 지혜로워지는 사회로 갈 거다"라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 정관용> 만족감이 지혜로워지는 사회.
◆ 김경일> 우리가 끊임없이 돈 버는 사람들을 만족감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그러죠.
◇ 정관용> 워커홀릭들.
◆ 김경일> 우리가 2만 불 됐을 때 제가 그때 군대에 있을 때 1990년대 IMF 전에 2만 불 간다 막 그랬을 때 2만 불 가면 뭐가 좋아요? 병사 하는 친구가 물어보더라고요. 할 말이 없더라고요. 3만 불 되면 뭐가 좋을까요? 4만 불 되면 뭐가 좋을까요. 왜 그럼 10만 불 되면 되겠네요. 그러면 왜 그런 데에 우리가 끊임없이.
◇ 정관용> 그러니까 무한욕망 추구. 이건 안 된다는 거 아닙니까?
◆ 김경일> 그런데 그런 무한 욕망을 추구하는 분들이 어떤 분들이냐면 만족감이라는 기재가 뇌에서 거의 발달이 안 된 분들이에요.
◇ 정관용> 없는 분들이죠.
◆ 김경일> 그러니까 만족하면 스톱하잖아요. 그러니까 인간을 스톱하게 만드는 가장 안전장치가 만족감이에요.
◇ 정관용> 그렇네요. 배부르면 못 먹죠.
◆ 김경일> 그렇죠. 그러니까 배불러도 만족을 모르면 뇌에서 포만, 포만중추라고 하는 뇌하수체에 있는 특정한 부분이 망가지면 실제로 창자나 위장에 큰 무리가 갈 때까지도 계속 먹어요.
◇ 정관용> 폭식증.
◆ 김경일> 그렇게 되면 큰일 나겠죠. 그러니까 인간을 가장 안전하고 정교하게 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안전장치 그 브레이크가 만족인데. 너무 쉽게 만족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지금 현대사회의 대부분의 잘 사는 나라들, 한국도 당연하고요. 만족감이 너무 발달이 안 돼 있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럼 만족감을 발달시키기 위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 김경일> 그걸 우리가 지금 깨닫고 있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뭡니까?
◆ 김경일> 풍선 사달라고 하는 아이한테 풍선 사줬더니 5분 이따가 얘가 풍선줄을 놓더라고요. 제가 얼마 전에. 경험했던 얘기인데. 제가 너무 어이가 없던 거죠. 애가 그렇게 원했는데 사더니 애가 그냥 놔버려요, 조금 이따가 팔 아프다고. 그런데 제가 그날 찍은 사진을 보니까 얘가 풍선을 사달라고 그렇게 저한테 졸랐던 곳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니까 주위에 다른 아이들이 풍선을 다 가지고 있어요.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왜냐? 나도 갖고 싶으니까.
◆ 김경일> 그래서 나만 안 가지고 있으니까 원한 겁니다.
◇ 정관용> 상대적 박탈감.
◆ 김경일> 그렇죠. 사회적으로 원트(want)를 만들어낸 거예요. 그런데 얘가 풍선줄을 놓고 저한테 막 혼났던 그 곳. 찍었던 사진을 보니까 주위에 아무도 풍선을 안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얘는 풍선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라이크(like)는 없는데 그저 사회적으로 원트한 겁니다.
◇ 정관용> 원트와 라이크가 또 다르군요.
◆ 김경일> 그렇죠.
◇ 정관용> 라이크는 내가 좋아하는 거.
◆ 김경일> 정말 좋아하는 거죠.
◇ 정관용> 원트는 사회적으로?
◆ 김경일> 그렇죠. 그런데 이번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가 이제 사회적으로 훨씬 더 많이 돌아다니면서 저것도 가져야 되겠구나, 저것도 가져야 되겠구나라고 하면서 끝없는 만족감의 사이클을 돌다가, 혼자 있으면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십시오. 단 거 좋아하는 분들이 1000번 돌려서 달고나 만드시고요.
◇ 정관용> 알겠어요.
◆ 김경일>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라이크가 생기는 거예요.
◇ 정관용> 그게 진짜 만족을 느끼게 해 주고 진짜 행복이죠.
◆ 김경일> 그러니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 사실은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 원하는 걸 계속 추구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이 벌어야 되고요. 훨씬 더 많이 찔러야 되고 훨씬 더 많이 뺏어야 됩니다. 그런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가는 그것에 대한 실력이 좋아지는 사회나 문화는 훨씬 더 적은 걸 가지고 공존하면서 그 다음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죠.
◇ 정관용> 김경일 교수 다음 주쯤 한 번만 더 오세요. 한 번만 더 오셔서 이제 코로나19 이후 행복의 척도를 바꾸자, 이런 주제로 한 번 더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 김경일> 적어놓겠습니다.
◇ 정관용> 오늘 일단 원트와 라이크. 내가 라이크하는 거,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갑시다. 여기까지 우리가 공부를 해 봤어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다음 주에 또 봬요.
◆ 김경일> 감사합니다.
◇ 정관용>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