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맞나…'포스트 아베' 고이즈미의 잇단 헛발질

쓰레기 봉투에 그림 그려 수거원 응원하자 제안
"그림이 아닌 작업자 장비지급 과 증원이나 고민하라"
유체이탈 화법에 실효성 없는 방안 등으로 비난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 (사진=일본 환경성 트위터 캡처)
'포스트 아베'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환경상이 거듭된 말실수와 실효성 없는 방안 제시 등으로 국민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일본 정계의 아이돌'로 칭송받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제는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이즈미는 28일 국무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감사함을 담은 메시지나 그림을 쓰레기봉투에 그리자고 제안했다.


그는 환경부 직원의 자녀가 쓰레기봉투에 그림을 그린 것을 들어 보이며 "모두가 이 운동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라며 "휴교나 외출 자제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을 활용해 쓰레기봉투에 메시지 적는 것을 SNS를 통해 전파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고이즈미의 이같은 제안에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도 부족한 상황에 터무니 없는 얘기만 늘어놓는다는 반응이다.

SNS에서는 "이런 제안은 집권 여당의 장관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현재 필요한 것은 그림이 아닌 미화원들을 위한 장비 지급과 증원 등이다"라는 반응이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쓰레기봉투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업무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한 네티즌은 "수 없이 많은 쓰레기를 치우는 미화원들이 그 메시지 모두 읽다보면 작업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라는 의견과 "그림으로 인해 쓰레기 내부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분리수거가 잘 이뤄졌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제안한 쓰레기봉투에 응원 메시지 남기기 운동. (사진=일본 환경성 트위터 캡처)
◇ '유체이탈 화법·업무 능력 부족' 고이즈미, '포스트 아베'로 불려도 될까?

아베 신조(安倍晋三)에 이어 차기 유력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보여준 모습은 총리직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이즈미는 87대~89대 총리직을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차남으로 배우의 길을 택한 형 고이즈미 고타로와 달리 아버지를 따라 정치에 발을 들였다. 2009년 28세의 나이로 중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지난해 차기 총리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던 고이즈미. 그러나 그의 행보는 이런 평가가 무색할 만큼 엉성하기만 하다.

고이즈미는 지난해 9월 환경상 취임 이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환경단체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 "기후변화 같은 커다란 문제는 즐겁고(FUN) 멋지게(COOL), 그리고 섹시하게(SEXY)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는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그는 화석연료 감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줄이겠다"고라고만 짧게 답한 뒤 '어떻게 줄일 생각인지'라고 재차 묻자 한동안 답변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주에 막 (환경상에)취임했다"는 말로 상황을 넘기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지난 2월에는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 불참하고 후원회 신년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그 일에 대해 반성하고 있지만 반성하고 있는 것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제 자신을 반성한다"라는 말장난에 가까운 발언까지 내뱉은 고이즈미다.

도통 뜻을 알기 어려운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하는 고이즈미. 일본 국민들 역시 그의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일찌감치 확고한 지지층을 구축한 탓에 고이즈미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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