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같은 잡지에 실린 신성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사진은 그를 일약 할리우드 아이콘으로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디카프리오가 백조와 흑백 대비를 이룬 모습은 배우로서 그가 펼쳐낼 미래를 축복하는 듯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사진들을 찍은 사람은 이 시대 최고 사진작가로 꼽히는 애니 레보비츠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 전 괴짜 갑부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며 백악관을 떠나던 순간도 그녀의 앵글에 담겼다.
애니 레보비츠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애니 레보비츠'가 30일 재개봉한다. 이 영화는 그녀의 센세이셔널한 삶과 작품은 물론 작품과 관련한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한다. 모델이었던 믹 재거, 오노 요코, 힐러리 클린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미하일 바르시니코프 등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부부를 찍은 사진도 애니 레보비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존 레논이 나체로 오노 요코를 껴안고 있는 이 사진은 즉흥적인 연출과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당시 스물 한 살 새내기 사진기자였던 애니 레보비츠는 그 어떤 권위나 까다로운 요구 없이 작업한 인물로 존 레논을 기억했단다. 그러한 인상이 그 유명한 사진에 오롯이 담긴 셈이다.
애니 레보비츠는 10년 뒤에 존 레논과 재회했다.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한 존 레논은 자신의 내면을 담아낸 듯한 사진 한 장을 남겼고, 촬영 몇 시간 뒤 세상을 떠났다. 잡지 '롤링 스톤'은 해당 사진 위에 어떤 글이나 설명도 싣지 않은 표지 이미지를 통해 평화와 사랑을 외치던 존 레논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