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떠름한 김종인, ‘4개월 시한부 비대위 카드’ 받을까

통합당 전국위, 격론 끝 ‘김종인 비대위’ 의결
전국위 통과했지만 상임전국위는 무산…임기 4개월 ‘시한부’
김종인, 비대위원장 수락 관련 말 아껴…반대파 겨냥 불만도
先취임‧後연장, 21대 당선자 중심 ‘임기연장’ 요구 계획 거론돼

미래통합당이 우여곡절 끝에 4개월 짜리 ‘김종인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의결했지만 '시한부 비대위'에는 선을 그어온 김종인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이를 수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최소 내년 봄까지 임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위원장은 수락 여부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내에선 비대위 출범 후 임기 연장을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자료사진)

◇‘넉달짜리 비대위’ 의결에 말 아끼는 김종인…측근 통해 불만 표출도

미래통합당은 4‧15 총선 참패 후 약 2주 동안 논란 끝에 28일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통합당은 이날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전국위원회를 열고 참석자 323명 중 177명이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했다며 가결을 발표했다.

문제는 비대위의 임기가 고작 4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국위에 앞서 약 1시간 전에 열린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인해 당헌 개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보수 정치세력들이 모여 탄생한 통합당은 당헌 부칙에서 오는 8월 31일 전까지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비대위원장 수락 조건으로 부산시장 등 보궐선거가 예정된 내년 3~4월까진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요구하자,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헌 부칙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헌 개정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상임전국위가 정족수 미달로 불발되면서 ‘반쪽 비대위’라는 결과물이 나온 셈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에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이날 저녁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지금까지 아무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한 측근 인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오늘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은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심재철 당 대표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이날 밤에 자택까지 찾아가 비대위원장을 수락을 설득했지만 가타부타 답을 주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통합당이 제시한 ‘비대위 카드’를 수용할 경우, 사실상 오는 8월 31일까지 약 4개월 짜리 시한부 비대위에 불과해 김 전 위원장은 수락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김 전 위원장이 결국 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거부할 가능성도 있어 김 전 위원장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 한 예비 초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4개월 비대위’라는 조건을 김 전 위원장이 받을지 의문”이라고 했고, 한 재선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정치에 의지가 있는 분이라서 일단 오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임기‧권한 논란에 중진들 저항 겹쳐 ‘반쪽’ 사태…향후 ‘임기연장’ 계획 거론돼

통합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내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은 비슷한 양상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안건을 올리면 모두 부결되거나 아니면 모두 통과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번처럼 엇갈리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전당대회 기일 관련 당헌 부칙 개정안이 상임전국위에서 정족수 미달로 사실상 부결된 것은 당내 중진의원들의 저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강(自强)론을 주장하며 ‘김종인 비대위’를 반대한 조경태 최고위원과 김태흠 의원, 홍준표 전 대표 등이 물밑에서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당내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전국위는 숫자가 많아 특정 집단이 컨트롤하기 어렵다”며 “시‧도의원들이 참석하는 상임전국위는 참석자가 소수라 뒤에서 움직이면 무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상임전국위에는 재적 45명 중 17명만 참석, 과반을 채우지 못하면서 개의가 불발됐다.

일각에선 비대위 논의가 나오기 시작한 초반부터 ‘무기한‧전권’ 요구 등을 시사한 김 전 위원장이 이같은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무제한 임기’ 등을 거론하며 다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자, 당내 중진들과 대선주자들 사이에선 무소불위(無所不爲) 비대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전국위 의결 강행 조짐을 보이자, 총선 당선자 3선 의원들(15명)은 지난 27일 전국위를 연기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에 가세했다.

당 지도부가 부랴부랴 당선자 총회 일정을 앞당겨 이날 오전 개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은 상임전국위까지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내 수도권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도 임기나 권한을 언급하면서 괜히 반대파들을 자극해 이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에 임기를 연장하는 방법도 있어 아마 김 전 위원장이 수락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선 참패 후 당 재건을 위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통합당의 제안을 수락할 경우, 향후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안착되는 분위기 속에서 차기 권력인 21대 총선 당선자들이 적절한 시점에 김 전 위원장에게 ‘임기 연장’을 요청하는 형식의 모양새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향후 당선자들이 의총에서 ‘김종인 비대위’ 임기 연장에 뜻을 모아 전달하는 모양새를 갖춰 요청하면 임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당을 통째로 뜯어고칠 정도로 개혁을 하려면 현재는 김종인 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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