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5G 때문"…음모론 어떻게 시작됐나

2000년 "전자파 노출 인체 유해" 연구가 첫 시발점
음모론자들의 왜곡된 논거로 활용…유명인도 합세

코로나19와 5G 통신 기지국. (사진=유튜브 캡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이 5G 때문이라는 음모론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면서 영국 등 일부 유럽지역에서는 5G 네트워크 기지국에 방화하는 등 실제 피해가 속출했다.

이 음모론은 "5G 네트워크가 방사선을 유발해 바이러스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덧붙여 '5G 네트워크 기지국이 전파의 핵심 역할을 한다'거나 '5G가 코로나19를 유발시켜 인구수를 감소시키기 위한 음모'라는 식이다.

'무선 통신이나 전자파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은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의 대상이었다. 3G나 Wi-Fi와 같은 무선 기술이 뇌암을 유발하거나 오늘날 수많은 전자기기에 노출되면서 두통이나 두근거림, 스트레스 장애, 명역체계 약화가 일어나는 '전자파 과민증(EHS)'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무선 통신기술이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거는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의 컨설턴트 겸 물리학자인 빌 커리 박사는 "전파의 주파수의 상승과 함께 뇌 조직의 손상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무선 네트워크가 건강상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커리 박사의 연구는 인간의 뇌가 피부와 뼈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이같은 맹점을 가진 연구가 충분한 인과관계 없이 전세계 퍼져 무선 통신 음모론자들의 핵심 논거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분석 회사 지그널 랩스(Zignal Labs)에 따르면, 코로나19와 5G의 상관관계에 대한 첫 언급은 2020년 1월 19일 트위터에 등장한다.

"중국 우한에 5천개 이상의 5G 기지국이 존재하고 2021년까지 5만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것은 그냥 병일까요? 아니면 5G때문일까요?(Wuhan has 5,000+ # 5G base stations now and 50,000 by 2021 - is it a disease or 5G?)"

확산은 한 유럽 언론사가 이를 인용한 기사가 시발점이 됐다. 벨기에의 한 매체가 "5G는 사람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는 한 의사의 주장이 담긴 내용으로, 이 기사는 코로나19와는 상관 없는 기사였지만 코로나19 확산 시기와 맞물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매체는 이 기사를 삭제했지만 이미 11만5천명 이상이 본 후였다.

작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발현 이후, 북미·유럽 지역에서 본격 확산 시기인 3월부터 코로나19와 5G 연관성에 대한 음모론 게시물이 온라인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유명인들이 자신의 SNS에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파장도 커졌다.

미국 유명 R&B 가수 케리 힐슨이 3월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5G 위험성을 경고했고, 4월 3일에는 미국 래퍼 위즈 칼리파가 인스타그램에 역시 5G 음모론 관련 글을 게시했다. 유명 복서 아미르 칸, 할리우드 배우 존 쿠삭, 음악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 배우 아만다 홀덴 등도 이같은 게시물을 실어나르며 음모론에 불을 지폈고, 영국 통신사 보다폰의 5G 기지국 3곳이 방화 공격을 받았다. 일부 유튜버들은 기지국 설치 작업 인부에 말을 걸어 업무를 방해하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극우 음모론자로 유명한 '큐 아논(QAnon)'도 이같은 음모론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고 복스는 지적했다. 그 중 하나는 "코로나19 증상은 5G에 노출됐을 때의 증상과 유사하다"며 "이탈리아에서의 대유행은 이곳의 5G 확대와 관련 있다"는 주장이다.

빌 게이츠.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특히 온라인에서 가장 유명한 음모론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5G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는 주장이다. 일부 음모론 신봉자들은 "페이스북이 5G와 코로나19의 음모론을 공유하는계정을 삭제하고 있다"며 이를 뒤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 5G 음모론에는 인구를 감소시키기 위해 백신 투여를 장려하고 있다며 백신을 접종해서는 안된다는 음모론자들까지 합쳐져 코로나19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무차별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들이 앞다퉈 "5G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음모론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비노출로 전환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보건당국의 공식적인 지침과 정보를 우선적으로 노출시켜 왜곡된 정보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선 기술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속적인 연구결과들이 있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게시물 노출이 줄긴 하겠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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