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말 그대로 '헬조선'(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이 된 한국 사회, 극한의 현실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청년들의 생존을 그리고 있다.
지난 23일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이후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전작과 달라진 영화 스타일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이에 23일 '사냥의 시간' 온라인 스페셜 GV(관객과의 대화)와 27일 윤성현 감독 온라인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명의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사이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네 명의 인생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공간은 '지옥' 그 자체다.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의 모티프를 2010년대 한국을 강타한 단어 '헬조선'에서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파수꾼'이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영역에서 깊이 고민한 영화였다면, 이번에는 복잡한 플롯과 깊은 감정보다는 직선적인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며 "한국 사회를 지옥으로 대변하는 용어인 '헬조선'이 유행하던 시기에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진짜 지옥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지옥도를 그리려 했던 만큼 영화는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청춘들이 자신이 발 디딘 곳을 '지옥'이라 부를 정도로 현실은 냉혹하고 적자생존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영화가 표현하는 세계관은 가상의 현실이나 가까운 미래를 그려냈다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
"약간 우화적인 공간으로 표현되길 바란 것 같아요. 절대 이 영화가 SF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고, SF영화도 아니에요. 팀 버튼 감독이 시대상은 불분명하지만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우화적인 공간을 만들 듯이 저도 그렇게 접근했어요. 시나리오를 쓸 당시 젊은 친구들이 한국 사회를 지옥에 빗대어 많이 이야기했는데, 그 기저에는 생존에서 오는 어려움과 박탈감이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런 감정적인 부분을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싶었어요."
여기에 화폐 가치가 폭락해 물 한 병조차 돈다발을 건네야만 살 수 있고,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오는 한쪽에서 웃고 떠들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 남미에서의 경험 그리고 최악의 경제 위기라 불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감독의 기억들이 모여 영화 속 공간이 완성됐다.
영화는 종종 준석(이제훈)이 꾸는 악몽을 들여다본다. 악몽의 세계는 죽음의 냄새가 가득한 곳이다. 윤 감독은 "지옥은 악몽과도 연관이 있는 거 같다. 지옥 같은 세상이 더 끔찍하게 다가오게 되는 것들을 정서적인 장치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이 영화를 기획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우선 장르 영화라는 형태적인 것과 형태 이면에 있는 것들이다. 그것이 바로 지옥, 생존, 그리고 젊은이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리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가 바로 준석이다.
준석은 절망의 시간을 보낸 감옥에서 출소했지만, 그가 발 디딘 현실은 감옥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기에 준석은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으리라 믿는 대만으로 향하고자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와 함께 조폭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을 털기로 한다.
도박장을 털어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 꿈꾸던 대만으로 갔지만, 그곳 역시 준석에게는 천국이 되지 못했다. 친구들을 모두 잃은 그의 마음이 이미 지옥이었기 때문이다. 어딜 가도 진심으로 발붙일 곳 없이 지옥인 준석의 모습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윤 감독은 "생존이라는 개념을 갖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긴 하다. 그러나 꼭 메시지만을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라며 "단순하고 직선적이면서 사운드와 장면이 가진 힘을 바탕으로 하는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재밌게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영화 전반부는 네 명의 인물이 불법 도박장을 털러 가면서 마치 그들이 주도하는 '사냥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여기까지는 케이퍼 무비(범죄 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의 외피를 입고 있다. 그러나 도박장을 털고 난 뒤 정체불명의 인물 한(박해수)이 네 명을 쫓게 된 후, 그들은 사냥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바뀌고 영화는 서스펜스로 돌변한다.
장르 영화의 특성에 걸맞게 화면만큼이나 사운드에도 공을 들였다. 어두운 계열의 푸른색과 붉은색 등 조명에서 범죄와 서스펜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다양한 총소리는 물론 전화벨 소리조차 긴장감을 자아낼 정도로 강렬하다.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많이 했죠. 영화는 대사 말고도 음악, 이미지 등 굉장히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 작업이에요. 그런 영화적인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르를 해보고 싶었고,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게 사운드 디자인이죠. 사운드 하나하나가 가진 호흡, 리듬감 등 모든 재료를 모아 하나로 만들었어요. 특히 총격 장면이 많아서 총기가 가진 질감이라는 걸 꼭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철판에, 나무에, 콘크리트에 박혔을 때 소리가 다 다른데, 이걸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다 잡아나갔죠."
영화는 직선적인 대신 은유로 둘러싸였고, 감정의 내밀함 대신 화면과 사운드를 통해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했다. 극 중 인물들 간에 벌어지는 추격전처럼, 관객들도 영화와 영화 속 준석을 쫓다 보면 장르의 재미와 감독이 던져놓은 메시지를 잡을 수 있다.
"드라마나 내러티브에 집중해 있지 않은 영역으로 풀 수 있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도전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순간순간 반전을 주고, 떡밥을 회수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아이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시점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그 너머 이야기까지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면 지루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감정들을 느끼며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