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지영(故김건우 군 어머니)
지난해 3월 25일, 경북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 김건우 군이 투신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건우 군은 자율학습 시간에 소설책을 보다가 선생님에게 들켰는데 선생님은 야한책을 봤다면서 20분간 엎드려뻗쳐 체벌을 시켰습니다. 그리고는 학급 친구에게 이 책에서 야한 부분을 찾아보라라고 했다는 겁니다. 건우 군은 몹시 수치심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오후 교실에서 투신하기 전에 쓴 유서를 보면 살기 싫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기 좋은 조건이 됐다,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유서를 쓴 뒤 20분 넘게 망설였다고 하죠.
지난주에 법원은 이 교사에 대해서 정서적인 학대 행위를 한 걸 인정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건우 군의 부모는 말합니다. 우리가 궁금한 건 그날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고 우리가 바라는 건 진심어린 사과다. 이 사건, 지난해 보도가 된 뒤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공방이 컸기 때문에 저희가 좀 자세히 부모님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어서 연락을 취해 봤습니다. 김건우 군의 어머니, 정지영 씨를 연결해 보죠. 어머님 나와 계세요?
◆ 정지영>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단 어려운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1년 동안 마음고생 하면서 ‘하실 말씀이 많다’ 그러셨네요?
◆ 정지영> 네, 많죠. 그런데 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으니까 마음속에 묻어두고 잠을 자도 잠을 자는 게 아니고 사람들하고 있어도 대화를 해도 대화를 하는 게 아니고 숨을 쉬어도 숨을 쉬는 게 아닌 그런 생활인 거죠.
◇ 김현정> 1년을 그렇게 마음고생하시다가 지난주에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징역 10개월. 그런데 ‘판결보다 더 우리가 바라고 있는 것은 그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고 진심어린 사과다’ 그러셨어요. 그러면 1년 동안, 판결이 나온 그날까지도 어떤 도의적인 사과라도 받으신 게 없습니까?
◆ 정지영> 네, 없습니다. 저희가 학교 측에도 선생님과 대화를 원했고 4자 대화를 원했는데 단순하게 아무런 설명 없이 죄송합니다라고는 할 수는 있겠지만 저희가 원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설명이고 수업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20분간 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우리 애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선생님 입으로 직접 그 얘기를 듣고 싶었고. 선생님이 혼을 낼 때는 우리 애가 죽을 거라 생각하지 않고 혼을 내실 거고 저희도 그 상황이 애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 벌을 받았다고 생각은 하지 않거든요. 그런 상황인데 선생님은 그냥 그거에 대해서 설명 없이 그냥 단순하게 죄송합니다만 영혼이 없는 것처럼 말씀을 하셨었거든요.
◇ 김현정> 어머님이 그렇게도 궁금해하시는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는 데까지 함께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문제가 된 그 책, 교사가 야한 책이라고 지목했던 그 책은 정말로 그렇게 야한 책이었나요?
◆ 정지영> 그게 라이트 노벨이라고 해서 야한 책이라기보다는 요즘 애들한테 판타지 소설로 청소년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종류 중의 하나라고 알고 있거든요.
◇ 김현정> 라이트 노벨, 그러니까 가벼운 소설 이런 거예요?
◆ 정지영> 네.
◇ 김현정> 이게 청소년 구독 금지였습니까? 그러니까 성인용이었습니까?
◆ 정지영> 아닙니다. 15세 미만 (구독불가)였기 때문에 그때 당시 저희 애가 16세였기 때문에 15세부터 구독이 가능한 책이었기 때문에 저희 애하고는 이렇게 나이에 상관없는, 읽을 수 있는.
◇ 김현정> 15세 미만 구독 불가인데 그때 (건우군이) 16세였기 때문에 일단 나이에 걸리거나 청소년이 독서가 금지된 그런 책은 아니었던 거네요.
◆ 정지영> 네, 그건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자율학습 시간에 왜 책을 보느냐’ 해서 선생님이 적발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읽지 마’ 하고 ‘안 읽겠습니다’ 하고 넘어갔으면 참 좋았을 텐데 체벌이 이루어졌어요?
◆ 정지영> 저희가 알게 된 바로는 그때 선생님이 그 책을 가져가면서 이게 뭐냐고 물었고 이게 야한 책이 아니냐고 해서 나와 있는 것처럼 야한 책이 아니냐라고 얘기를 했었고 아이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라고 얘기를 하는 상황에서 선생님이 그 책을 뺏고 교탁 앞으로 가신 거예요. 압수를 해서 교탁 앞으로 가셔서 교탁 앞에서 아이고 아이고 이러면서 한탄 섞인 말도 하시고 책을 보시면서 책을 애들한테 펼쳐주면서 그중에 삽화가 들어 있는 책이었거든요.
◇ 김현정> 삽화, 그림.
◆ 정지영> 삽화가 들어가 있는 책인데 그 삽화를 펼치시면서 애들한테 야한 책이야, 아니야라고 물었거든요.
◇ 김현정> 삽화를 펴서 아이들한테 쭉 펴주면서 ‘이게 야한 책이야 아니야?’
◆ 정지영> 네. 애들은 야한 책이에요 이렇게 얘기한 거예요, 야해요 이렇게 얘기한 거예요. 그러고 나서 우리 애한테 그럼 엎드려뻗쳐. 단순하게 엎드려뻗쳐 해서 그걸로 끝났으면 저희 애가 지금 이런 상황이 되어 있지는 않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상황에서 다시 또 다른 애한테 더 야한 게 없는지 찾아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만약에 야한 게 있으면 또 혼난다라고 얘기를 했고, 선생님이.
◇ 김현정> 다른 아이한테 주면서 ‘네가 더 찾아봐. 야한 부분 더 나오면 벌 더 받는다’ 이렇게?
◆ 정지영> 네, 혼날 거라고 얘기를 하셨고.
◇ 김현정> 이게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나 된 상황이었어요? 새 학년 들어간 지.
◆ 정지영> 일단 학교 간지는 15일째였고 15일을 학교를 갔었고 16일째 등교를 한 거였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새 학기가 시작한 지 보름밖에 안 됐으니까 아이들과도 서먹서먹한 사이이고 상당히 지금 수치스러움을 느낄만한 상황이었던 거군요. 그게 2교시 상황입니다. 그리고 3교시는 체육이었는데 건우는 혼자 교실에 남았고요. 반장이 '왜 안 나가니'라고 묻자 '나가기 싫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CCTV에 건우가 나온 부분을 확인을 하셨다고 했는데 어떤 장면이 가장 이렇게 눈에 밟히시던가요?
◆ 정지영> 4층에서 5층 갔다가 한 20분 지난 그 시점에 내려오더라고요. 내려와서 창밖을 보면서 밖에 운동장에 친구들이, 체육 수업이었으니까 친구들 운동장에서 수업하는 걸 물끄러미 보더니 바닥을 내려보다가 발로 휘젓다가 망설이는 듯이 5층으로 다시 올라가더라고요. 그때 제가 CCTV를 손을 넣어서 애를 붙잡고 싶은, 안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건우야, 올라가지 말라고. 애를 붙잡고 놔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다음 시간이 체육수업이 아닌 그냥 교실에 있는 수업이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아니면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빠진 학생이 없는지 물어보고 그 학생 왜 안 왔냐고 한 번만 물어봤으면. 찾기라도 했으면 저희 애가 그만큼 망설임, 한 시간 동안 망설인 그 시간들이 누군가 붙잡아주기를 바랐을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많이 안타깝고 속상하고.
◇ 김현정> 어머님, 조금만 진정을 하시고요.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아픈데. 일각에서는 그런 얘기도 있었어요.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학교에서 평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인데 좀 건우가 예민하게 대응했던 건 아니냐? 소심했던 건 아니고 여렸던 건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막 나오고 이랬는데.. 어머니 들으셨죠?
◆ 정지영> 저희 애가 소심하다고 멘탈이 약하다라는 얘기를 많이 접하게 됐는데 그거는 저희가 아는 건우는 활동적이었고 사교성도 뛰어났고 배려심도 있었고 소극적이라기보다는 배려심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사춘기였으니까. 1, 2학년 때는 사춘기였고 3학년 때는 자기가 좀 진로에 대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겠다라고 엄마, 그렇게 해서 학교를 어디로 가야 될까? 물어보는 진로상담까지 저희한테 했었거든요.
◇ 김현정> 그런 사춘기 아이에게는 창피를 주는 것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다가오는 건데 그 부분은 간과하고 막 악플 다는 거 이런 거 보면서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으셨겠어요.
◆ 정지영> 많이 받았죠. 많이 슬펐고. 단순히 그냥 나와 있는 그 글자만 보고, 사실 사건을 알지도 못하고, 저희 아이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그 정도로 못 견뎌서 자살을 하냐. 뛰어내리냐? 이런 댓글들을 봤을 때도.. 그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 한창 민감한 시기에 우리 건우한테는 학교 교실, 그게 다 세상의 전부였던 시기였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현정> ‘이만하면 됐지 않느냐? 그래도 징역형 선고되지 않았느냐’ 말씀하시는 분들께 어머님이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고요?
◆ 정지영> 저희 애가 사고가 났지만 선생님이 그 애가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체벌을 하신 것도 아니었을 거고. 정말 그 상황에 대해서 선생님이 진정으로 어머니, 아버님, 제가 건우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이런 일이 있어서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그 시간에 이러이러해서 상황 설명을 하고 저희한테 진정한 사과만 했으면 저희가 한 달이라는 시간을 그 애를 차가운 냉장고에 넣어두지도 않았을 거고.
그 운구하는 행렬을 학교에서도, 학교 반 애들조차도 만나지 못하게 애들을 다 3학년 전체 반을 통제해서 학생들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 반에 가니까 꽃바구니 한 개만 있고 애들은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애들 다 어디 갔냐고 선생님 수업시간인 거 알고 있는데 애들 어디 갔냐고 하니까 선생님이 머뭇거리면서 대답을 못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반에, 옆반도 없어요.
◇ 김현정> '아이들이 혹시 동요할까 봐 그랬다'는 학교의 설명도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건우 입장에서는 마지막 가는 길 친구들을 한 번이라도 좀 보고 싶었을 텐데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것이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전염병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 아이를 멀리 했다는 게 어머님 마음에는 아주 못이 박히는 상처였겠네요.
◆ 정지영> 거기서 두 번 죽임을 당한 것 같은 느낌. 저희가 진짜 앵커님 말씀하신 것처럼 전염병에 걸렸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것 때문에 저희는 더 상처를 받았어요. 차라리 오지 마라고 했으면 그냥 (학교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화장장에 갔을걸.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 김현정> 어머님의 이 마음이 충분히 전달이 됐을 것 같고. 이 건우 사건을 가지고 악플을 달고. ‘야한 책 본 거 아니냐. 아이도 잘못한 거 아니야? 아이 멘탈이 너무 약해서 그런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상처를 주는. 두 번, 세 번 죽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 정지영>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힘내시고요. 또 부모님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싶고 진심 어린 설명을 듣고 싶은 그 마음을 헤아려주십사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리면서. 오늘 어려운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힘내십시오.
◆ 정지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최근 1심 판결이 났죠. 포항 투신 중학생의 어머니 정지영 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