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던 법무법인 '부산'이 오 전 시장과 피해자 간 합의 공증(公證)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자 합리적 의심과 억측들이 난무하면서 여권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졌다.
피해자 상담을 맡은 부산 성폭력상담소 측은 "평소 공증업무를 처리해오던 법무법인 두 곳 중 한 곳을 정한 뒤 피해자에게 소개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왜 굳이 '부산'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법무법인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 1995년 출범 시켜 2012년 대선 전까지 대표 변호사로 활동한 곳이다.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이 이곳 출신이며 현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성추행 사실이 총선 기간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권과 가까운 법무법인을 공증 기관으로 선택하는 데 누군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 통합당 "은폐·비호했는지 확인해야"
통합당은 당장 여권에 대한 파상 공세를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 곽상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당 차원에서 꾸렸다. 김도읍·김미애·김웅·유상범·황보승희 등 부산 지역 또는 검사 출신 당선인들이 조사단에 참여했다.
조사단은 28일 첫 회의를 연 뒤 당분간 여론전에 나선다. 시민단체 고발에 이은 '추가 고발'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3년째 공석인 상황을 이번 사건에 결부할 계획이다.
곽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추측에 불과했지만 법무법인 부산이 등장하면서는 주장 수위를 높여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큰 틀에서 상황을 은폐하고 비호하는 세력이 있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청와대 관련 인사들의 개입설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 민주당은 진화 주력…공방 계속될 듯
사태가 번지면서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피해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당분간 정치적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진화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젠더 폭력 근절을 위한 태스크포스도 설치했다.
특히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27일 회의에서 재적 위원 9명 중 6명 만장일치로 오 전 시장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위가 재의 요구를 하지 않는 이상 제명 결정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휴가를 마치고 닷새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해찬 대표도 이날 "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사퇴한 것에 대해 피해자분과 부산 시민, 국민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첫 일성으로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