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간·폭행 의대생, 고교생때 여친 가위바위보로 성폭행 의혹

[의대생 추가 성폭행 피해 주장 여성 인터뷰]
"고교 1학년, 집 옥상 계단에서 성폭행 당해"
"폭행과 함께 지속적 성폭행 시달려 전학가"
"최근 판결 유사해 알고보니 가해자 동일인"
"또 다른 피해자도 연락 닿아…의사 부적격"
해당 의대생 수 차례 반론권 요청에도 불응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여자친구를 폭행·강간하고 음주운전으로 시민을 다치게 해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의대생이 과거 다른 여학생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그 의대생으로부터 고등학교 시절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피해 여성 A씨(24)를 지난 26일 만났다.

관련 보도를 접한 A씨는 고등학생 시절 자신이 당했던 피해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가해자가 동일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사과는커녕 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다"는 A씨는 "그때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텐데…"라며 되레 자책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렵게 8년 전 상처를 떠올렸다.


◇ "고교 시절, 때리고 성폭행의 연속"

2012년, 7월 전북 전주의 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A씨는 같은 학교를 다니던 B씨와 이성 교제를 시작했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B씨가 사는 아파트를 찾았을 때였다. A씨는 "공부를 하다가 소원들어주기를 내기로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B씨가 이기자 성관계를 요구받았다"며 "싫다고 했는데 '내가 이겼으니까 해야 한다'며 성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의 강압은 짙어졌고 성폭행은 다시 협박의 도구로 이어졌다"며 "헤어지자고 했는데 번번이 저와의 성관계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며 이별을 거절당했다"고 A씨는 말했다.

악순환은 반복됐다. A씨는 "비 오던 날 학교를 마치고 B씨가 다른 친구가 내게 보낸 '오늘 학원 안오냐'는 문자를 보고 화가 나 저를 B씨 집 옥상 계단에서 우산과 주먹으로 때렸고 성관계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A씨가 기억하는 장소는 모두 B씨가 사는 아파트 옥상 계단이었다. 도저히 관계가 단절될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전학을 결심했다.

화가 난 A씨의 아버지는 B씨에게서 도리어 "아저씨는 성인이고 저는 학생인데 그렇게 해도 되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A씨 아버지는 당시 전주의 한 병원 의사였던 B씨 아버지에게서도 "무엇을 원하냐"는 말까지 들었다고도 전했다.

9월 모의고사가 치뤄진 날 A씨는 자신의 반에서 짐을 챙기고 나왔다. 그는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전주를 떠나 타지로 유학 생활에 올랐다. '성폭행 피해자'로 낙인찍혀 살기 싫었다.

(사진= 자료사진)
◇ "법원, 초범이라 감경? 황당"

8년 만에 지우고 싶은 기억을 꺼낸 건 의대생이 된 B씨가 최근 다른 여자친구를 강간한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고승환)는 지난 1월 15일 여자친구를 폭행·강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북지역 의과대학 4학년인 B(24)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 2018년 9월 3일 새벽 2시 30분쯤 전북 전주의 한 원룸에서 당시 여자친구인 피해자 C씨(22)를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저항하는 C씨의 뺨 등을 때리고 재차 같은 날 아침 7시 "찾아오지 말라"는 C씨의 말에 격분해 C씨의 목을 조르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도 추가됐다.

A씨는 "저도 폭행을 당하고 나서 제가 맞기 싫어서 빌어야 했고 빌면 화가 누그러지면서 성폭행으로 이어졌다"며 "범행이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초범이라 처벌이 약한 건 말이 안 된다"며 "그 당시 부모나 담임을 통해 조용히 전학을 갔었던 것이지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B씨가 받은 집행유예 처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 법원은 양형 이유를 밝히며 "이 사건 강간 이전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적 없다"고 적시했다.

A씨는 인터뷰 내내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잊고 살다가도 힘들때마다 기억에서 나와 나를 힘들게 한다"며 "B씨로부터 또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런 사람이 의사가 되면 사회적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강간, 폭행, 음주운전 의대생은 의사가 되면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27일 오후 2시 현재 3만3천여명이 동참했다.

해당 의과대학 측은 조만간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CBS노컷뉴스는 B씨에게 A씨가 제기한 주장 등에 대해 입장을 묻기 위해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원이 꺼져 있는 등 닿지 않았다.

또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서도 반론권을 제시했지만 B씨는 확인은 했을 뿐 답을 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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