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유기치사와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홍모(59)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몸에서 구더기가 나올 정도로 시신을 방치하고 그 모습 또한 비참했다. 유족들이 시신을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등 추모의 예도 없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홍 씨는 시신을 방치한 혐의(사체은닉)는 인정했지만,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는 부인했다. "피해자를 발견할 때부터 이미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홍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기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사체은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기치사 혐의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발견될 당시 살아 있는 상태여야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생존 여부를 특정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의 공소사실만으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유기치사 혐의는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선 재판부는 "시신을 45일간 방치하고, 음식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느냐"며 '혹세무민'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피고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홍 씨와 함께 시신을 방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시설 관계자와 회원 3명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홍 씨는 지난해 9월 1일 밤 제주시 한 명상수련원 3층 수련실에서 명상하던 피해자(58)가 의식을 잃었는데도, 구호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숨진 피해자를 살려보겠다고 45일 동안 시신을 감춘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왔다. 수사 당국이 확인한 결과 이 과정에서 종교‧주술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8월 30일 육지부에 거주하는 피해자는 해당 명상수련원에 수련하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 한 달 넘도록 남편의 연락이 없자 피해자 아내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수련원을 찾아간 경찰은 수련실에서 숨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시설 원장 홍 씨 등 관계자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주사기, 모기장, 한방 침 등을 발견해 범죄 관련성을 조사했으나, 이 물품들은 시신 상태를 청결하게 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