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 마치 불안정한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있는 17~19살과 같이, 핫펠트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잠겨 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원더걸스 때부터 오랫동안 함께한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아메바컬쳐로 옮겨온 후 처음 내는 앨범이어서, 작사, 작곡은 물론 녹음과 믹스 등 모든 부분에 관여했다. 타인의 도움을 더 받을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 이야기를 중점으로 앨범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앨범 발매 엿새 전인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핫펠트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기존 발표곡 4곡과 신곡 10곡을 꽉꽉 채운 만큼, '1719'는 핫펠트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더블 타이틀곡 '새틀라이트'(Satellite)(Feat. 애쉬 아일랜드), '스윗 센세이션'(Sweet Sensation)(Feat. SOLE) 외에도 마음속의 타이틀곡이 더 있었다는 그는 앨범 작업기는 물론, 앨범과 같이 준비한 스토리북 '1719'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핫펠트는 "이 앨범이 정말 끝이 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준비가 다 끝나서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후련하다"라며 '1719'가 대중을 만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린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작업 도중 감정적으로 힘든 일을 겪기도 했고, 앨범의 큰 방향성을 두고도 고민이 이어졌다. 앨범 발매가 늦어져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될 일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타이틀곡은 '새틀라이트'와 '스윗 센세이션'이다.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을 주는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의 '새틀라이트'는 영화 '그래비티'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람들 속에 있는 게 싫고 혼자 있고 싶어서 우주로 떠난 주인공이 막상 우주에서는 어쩌다 잡힌 라디오 주파수 신호에도 반가워하는 걸 보면서 핫펠트는 본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랑 떨어져 있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외로움을 느꼈고, 희망을 잃어버렸다가도 다시 품고, 불안했던 시간들이요."
'스윗 센세이션'은 일상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핫펠트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눈이 잘 안 떠져/밤새 울었는지 눈꺼풀이 달라붙었어/가득 붙은 눈곱을 떼고//어제 남긴 피자를 데워 1분' 등의 가사를 언급하며 "아마 가장 많은 여성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곡"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뮤직비디오를 찍은 곳은 실제로 핫펠트가 사는 집이다.
14곡이나 든 앨범이다 보니 타이틀곡을 추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메바컬쳐 수장인 다이나믹듀오 두 멤버는 서로 다른 곡을 골랐다. 핫펠트는 "개코 오빠는 '스윗 센세이션'이 제 색깔이 있으면서도 안 해 봤던 스타일이라고 하면서 많이 지지해 주셨다. 최자 오빠는 '새틀라이트'를 되게 좋아하셨다"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딱 한 곡으로 하기가… 제 마음속에서는 타이틀곡이 4곡이었다. 4곡은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타이틀곡) 4곡엔 반대가 있어서 2곡으로 했다"라며 웃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직접 만든 곡을 대중 앞에 선보인 핫펠트. 처음 내놓은 타이틀곡 '에인트 노바디'는 덥스텝 기반의 록 발라드와 트랩을 섞은 실험적인 곡이었다. 그래서일까. 핫펠트의 음악은 조금 어렵지 않나, 하는 반응도 있다. 핫펠트는 "어려운 걸(이미지를) 조금 더 친숙하게 하려는 고민은 저도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도 "억지로 '쉽게 만들자'고 하면 좋은 걸 못 만들게 되더라. 그 지점을 잘 찾는 게 어떻게 보면 프로다운 모습인 것 같다. (그렇게) 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정규앨범이다 보니까 다양하게 하려고 했어요. R&B 베이스로 해서 얼터너티브한 하우스, 소울 등 여러 종류의 음악으로 (장르를) 조금씩 벌려서 작업했어요. 들으시는 분들도 '핫펠트가 이런 색깔이구나!' 하고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제가 처음 발매한 '미?' 앨범에 7곡이 있었는데, 그 연장선 같은 곡도 있고요. 조금씩 색깔이 잡혀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신곡 뮤직비디오 4편과 기존에 나온 '시가'까지 총 5편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스토리북 '1719'를 낸 것 역시 대중과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었다. 핫펠트는 "어두운 곡이 조금 많이 나왔는데, 곡으로만 전달되면 대중에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고 '이게 무슨 일이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앨범 발매를 위해 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상담 과정에서 '자기 치유'의 목적으로 쓰기도 했다.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쉽지 않았다. 다행히 글을 쓰면서 마음은 나아졌다. 핫펠트는 "쓰고 고치면서 당시 느꼈던 감정에 관해서도 초연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이 엉켜있던 감정이 풀어지고 정리돼 자리를 찾은 느낌?"이라며 "제가 너무 특별하게 무거운 삶을 살아서 안타깝고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갖고 있는 상처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