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진단기업인 오상헬스케어는 지난 18일 FDA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씨젠 역시 지난 21일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아시아권에서 복수의 업체가 코로나19 진단키트로 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FDA의 승인절차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오상헬스케어 이의섭 본부장은 "진단키트 기술자료를 제출하자 FDA가 곧바로 '로데이터'(raw data)를 요구했다"며 "까칠할 정도로 '로데이터' 수준에서 재검토하고, 이것을 승인 내주기 전까지 반복했다"고 전했다.
그는 "'A가 B다'라고 하면 그 근거를 하나 하나 요구했다"며 "심지어 영어 문법까지 들여다 보더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FDA의 승인 과정을 통과한만큼 한국산 진단키트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이다. 승인을 받은 기업은 물론 승인을 신청중인 기업까지 한국산 진단키트라면 들여오고 싶다는 주문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오상헬스케어의 경우 현재 30여개국에 진단키트를 수출중에 있으며, 특히 이탈리아에는 매주 10~20만회 분량을 수출하고 있다.
씨젠은 한달에 1천만회 분량을 생산하고 있는데, 해외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을 2배로 늘릴 정도다.
한 진단키트 생산업체 관계자는 "전세계 모든 수입상들이 주문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우리가 주문을 가려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계약 금액이 10억원 정도는 이제 흔해졌고 몇십만회 분량 수출도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한달치 계약 물량이 이미 차 있는 상태"라며 "유럽은 물론, 미국,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도 주문이 와서 일일이 응대를 못할 정도"라고 전했다.
통계로도 한국산 진단키트의 인기가 확인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액은 1억 3195만 달러로, 지난달 같은 기간 725만 달러보다 18배 폭증했다. 지난 1월 수출액은 불과 3천달러니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
수출 국가도 106개국으로 집계됐는데, 브라질이 12.3%로 비중이 가장 컸고, 그 다음이 미국(9.9%)이었다.
특히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한국산 진단키트 도입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이는 '촌극'까지 벌이기도 했다.
미 공화당 소속이자 미 주지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래리 호건 매릴랜드 주지사가 지난 18일 한국의 분자진단키트 생산업체인 '랩지노믹스'로부터 50만회 분량의 코로나19진단키트를 들여오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때까지 매릴랜드 주의 코로나19 진단 건수는 7만여회에 불과했다.
호건 주지사는 기자회견 장소 중앙에 성조기와 매릴랜드 상징기 대신 태극기를 배치한 채 한국 태생 부인과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를 앞세워 "지난달 아내와 함께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와 통화하면서 한국말로 지원을 요청했다"며 "22일간의 작업 끝에 한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큰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한국전 발발 70주년인데 한국사람들은 미국에 대해 빚진 얘기를 종종 한다"며 "하지만 이번에 진단키트를 들여오면서 매릴랜드 주는 한국인들에게 큰 빚을 졌다"고 말한 뒤 한국말로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서 들여올 필요까지는 없었다. 나에게 말했으면 돈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호건 주지사를 비판했다.
하지만 호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각 주 정부가 알아서 진단검사를 하라'고 말해왔다"며 "나는 그의 말에 따라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을 뒤져 진단키트를 구해온 것"이라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매릴랜드 주에 이어 콜로라도 주에서도 한국산 키트 수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콜로라도 출신 연방 상원의원이자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의원은 조만간 10만회 분량의 한국산 진단키트가 콜로라도에 도착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안보와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보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방역'의 일등공신이 자신이기를 바라는 트럼프의 질투를 물리치고 한국산 진단키트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