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압승 기세를 몰아 일하는 국회법과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추경, 계류된 각종 민생 법안을 처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려던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격인 데다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 등 젠더폭력과 관련된 법안을 처리하기가 민망해진 상황이다.
또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필두로 당내 인사들에 대한 미투 고발이 거듭되면서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게 됐다.
◇오거돈 제명 논의 연기…은폐 의혹도 여전
민주당은 사건이 터지자 당일 윤호중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수습에 나서는 등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오 시장의 사퇴 시점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오 시장이 총선 후 물러나겠다는 공증을 받는 등 사퇴 시기를 피해자와 협상해 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어떻게 민주당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오 시장이 사직서를 부산시의회에 제출하면서 상의 과정에서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이 강제추행 사태를 당일 인지하게 됐고,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이 그 직후 전해듣고 윤호중 사무총장을 찾아가면서 중앙당 지도부가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에선 공권력을 동원해 은폐하고 민주당이 이를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 참석해 "오 전 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 해놓고 주변 사람을 동원해 회유한 것도 모자라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뤄달라고 공증까지 받았다고 한다"며 "피해자의 신고를 받았던 부산 성폭력상담소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총선 이후 (오 전 시장의) 사퇴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데다 당초 이날 열기로 한 윤리심판원 회의가 연기된 것도 비판을 가중시키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리심판원 소집이 27일로 옮겨진 이유에 대해 "윤리심판원 위원들의 소집과 관련해 성원이 잘 되지 않아 월요일로 옮겼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윤리심판원을 소집해 오 시장의 제명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었다.
◇오거돈 사태는 민주당의 오래된 미래…TF로 조직 문화 바꿀 수 있을까
당내에선 '오거돈 사태'를 두고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과 정봉주 전 의원의 대학생 성추행 사건 이후 총선 과정에서도 민병두 의원과 영입인재였던 원종건씨에 대한 미투 고발, 김남국·홍성국·양기대 당선인의 성희롱 발언 논란까지 연이어 불거진 데엔 민주당 내 성인지 감수성이 함량 미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 최고위원의 이같은 지적은 여성 비하 방송으로 논란이 일었던 김남국 당선자나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 홍성국 당선인의 과거 성희롱 발언에 대해 "출연 횟수가 적었다", "실수였다"는 등 설득력 없는 해명으로 사안을 축소시켰던 민주당의 행태와 맞닿아있다.
이에 민주당에선 젠더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방침이다.
한 재선의원은 "TF에서 교육계획을 세운 뒤 선출직 공직자, 지역위원장, 당직자 등 다 포함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실효적인 예방교육을 우선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요 당직에 여성 의원 30%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제안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부의장이나 사무총장도 여성에서 나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여성 3·4선 의원들이 많아지긴 했는데 솔직히 핵심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