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의인' 알리, 국민 관심에 감사하다 고개숙여"

불난 건물 뛰어들어 10명 구하고 화상..
"구하지 못한 사람 있다" 트라우마 시달려
신분 발각, 치료 못 받아 안타까워 도움
법무부, 비자에 영주권 부여까지 고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선옥 (양양 손양초교 교감)

지난 3월 23일 밤, 강원도 양양의 3층짜리 원룸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 건물에는 수십 명이 살고 있었는데 밤이다 보니까 대피가 쉽지 않았죠. 그때 카자흐스탄 이주 노동자가 이 불을 목격하고 거침없이 건물 안으로 뛰어듭니다. 계단이 막히자 심지어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서 입주민 10명을 구해냈습니다. 본인은 목과 귀, 손 등등등 해서 2도, 3도의 중상을 입었죠.

그런데 문제는 이 노동자 알리 씨의 불법체류 사실이 발각됐다는 겁니다. 이게 발각이 되면서 강제 추방될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는데요. 제가 사정이 하도 안타까워서 오늘 소개를 해야겠다 싶어서 인터뷰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어제 반가운 소식이 하나 날아왔습니다. 어떤 얘기인지 알리 씨를 곁에서 돕고 있는 분이세요. 양양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 선생님 연결해 보죠. 선생님, 안녕하세요.

◆ 장선옥>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제일 궁금한 것은 알리 씨의 상태인데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요?

◆ 장선옥> 지금 화상치료 하는 부위는 조금 나아졌고요. 2도 화상 입은 곳은 좋아졌어요. 그런데 3도 부분은 아직까지 지켜봐야 할 상처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 몸에 어느 어느 부위. 목, 손, 귀라고 하던데 그게 부위가 좀 넓습니까?

◆ 장선옥> 귀, 목, 손, 등 2분의 1 정도입니다.

◇ 김현정> 등의 2분의 1.

◆ 장선옥> 네.

◇ 김현정> 그러면 이게 진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화상인데 그 화상이라는 게 보통 트라우마도 같이 오잖아요. 알리 씨도 좀 그런가요?

◆ 장선옥> 지금 거의 그 사고 이후로 잠을 못 자고 있어요. 상처가 아픈 곳도 있지만 눈을 감고 잠에 들면 그 불에 자기가 타는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나고 그래서 깨어나고 잠을 못 이룬다고 얘기를 했고요. 또 한 가지는 그 화재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구하려고 들어갔던 분이 후송 중에 돌아가셨는데 자기가 조금 더 일찍 들어갔으면 살릴 수 있었던 것을 그렇게 했다고 그 죄책감으로 매우 괴로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심리치료를 받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 김현정> 참 좋은 분이네요. 알리 씨.

◆ 장선옥> 네.

◇ 김현정> 그런데 그런 알리 씨가 불법체류라는 게 발각이 되면서 강제추방 날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게 안타까워서 저희가 오늘 소개를 하려고 했던 거거든요. 그런데 어젯밤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어요. 법무부에서 비자를 발급하는 문제와 동시에 영주권까지 부여하는 걸 검토하겠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 장선옥> 진짜요? 진짜… 그것까지 나올 줄 몰랐어요.

◇ 김현정> 영주권 얘기 못 들으셨어요?

◆ 장선옥> 네. 저희는 치료만 받을, 비자연장만 생각을 했어요. 영주권은 상상도 못했어요.

◇ 김현정> 어젯밤에 지금 뉴스들이 나와서 그것 가지고 질문을 드린 건데 제가 지금 기쁜 소식을 전한 거네요?

◆ 장선옥> 네. 정말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전하고도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는데. 물론 아직 확정은 아니에요, 확정은 아니지만 검토만으로도 이게 얼마나 긍정적인 메시지입니까?

◆ 장선옥> 네. 정말 알리가 이 소식을 들으면 기절할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알리 씨는 전화 통화를 할 상황이 안 돼서 저희가 오늘 인터뷰는 직접 못 했는데. 많은 성원이 쏟아지고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리 씨가 알고는 있죠?

◆ 장선옥> 네, 알고 있어요.

◇ 김현정> 뭐라고 해요?

◆ 장선옥> 코로나 때문에 너무 어려운 현실에서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고 늘 보면 고개 숙여서 인사를 해요.

◇ 김현정> 볼 때마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 장선옥> 고맙다고.

◇ 김현정> 선생님, 지금 눈물을 글썽이시는 것 같아요.

◆ 장선옥> 너무 기쁘고… 알리가 여기에서 그래도 좋은 일을 했는데 혹시 살 수 있게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니까 너무너무 감사해서 기쁘고 눈물이 나오네요.

◇ 김현정> 저까지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선생님은 그 빌라가 있었던 동네의 거주민이셨던 거죠? 동네 주민이셨던 거죠?

◆ 장선옥> 네.

◇ 김현정> 그날 불나고 나서는 나가서 아마 그 상황들도 보셨을 텐데 .

◆ 장선옥> 네.

◇ 김현정> 어떻게 알리 씨가 들어가서 구해내고 하던가요?

◆ 장선옥> 알리가 그 건물에서 살고 있었어요. 그 불이 난 날 밤에 지인의 생일이 있어서 가서 지내다가 늦은 밤에 집에 도착을 했는데 냄새가 이상해서 뛰어 올라가 봤더니 연기가 복도에 차 있는 상태여서 그래서 긴급하게 창문도 열고 불이 났다고 소리치고 움직였더라고요.

◇ 김현정> 그날 복도가 다 막히자 가스 배관까지 타고 올라가서 50대 여성 구해내고. 그러니까 소방차 도착하기 전에 알리 씨가 먼저 움직인 거죠?

◆ 장선옥> 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알리는 들어갔고요. 그 이후에 곧바로 소방차가 도착이 돼서 같이 연이어서 구조 활동을 하게 된 거예요.

◇ 김현정> 그런 거예요. 다른 동네 주민 분들은 좀 들어갈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었습니까?

◆ 장선옥> 들어갈 수 없었어요. 불은 솟구치고 어느 누구도 엄두를 못 냈는데 그렇게 뛰어들어갔다고 얘기를 했고요.

◇ 김현정> 상상해 보면 건물 창문으로 막 불길이 솟을 정도로 시커먼 연기가 나요. 일반인이 거기에 차마 들어갈 용기가 안 나는 정도 상황이었던 거군요.


◆ 장선옥> 네.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그런 상황에서. 그러니까 이렇게 화상도 많이 당했네요.

◆ 장선옥> 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게 해서 불을 끄고 사람들 구해내고 알리는 속초 병원으로 보내졌는데 치료비가 70만원이 나온 겁니다. 일용직인 알리는 돈이 있을 턱이 없고 그런 상황에서 교감선생님이 이 사정을 어떻게 알고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하신 거예요?

◆ 장선옥> 저희 집도 화재로 연기가 많이 찼었어요. 그래서 제가 굉장히 어지럽고 구토가 나고 학교를 못 나갔습니다. 그리고 옆집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필요한 게 뭔지 사정 좀 알아보려고 갔다가 문 앞에서 알리가 상처가 있고 더 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주인한테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됐어요. 그래서 주인이 불이 난 후라서 어쩌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상처를 좀 봐도 되느냐고 물었어요. 알리가 선뜻 이렇게 상처를, 옷을 들어서 보여주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끔찍했어요. 그래서 붕대를 감았는데 많이 이렇게 부위가…

◇ 김현정> 아니, 처음에 바로 병원으로 보내졌는데 그럼 그냥 그 붕대만 감고 응급치료만 하고 나온 거였어요?

◆ 장선옥> 신분은 노출이 됐고 돈은 없고 이러니까 응급실에서 응급치료만 받고 그냥 나왔더라고요.

◇ 김현정> 세상에.

◆ 장선옥> 그래서 너무 딱해서 제가, ‘네가 나를 믿을 수 있느냐. 그러면 내가 너와 같이 서울에 있는 병원을 가겠다.’ 그렇게 이제 이야기를 했죠. 저도 아픈데 어지럽고 힘든데 그 사정이 너무 딱했어요. 누구나 그 상처를 보면 저처럼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선생님, 아니에요. 그 상처를 보고 그런 마음을 갖는 것까지는 똑같은 마음 갖겠습니다마는 그렇게 내가 나서서, 내 시간을 들여서 내 노력을 들여서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건 쉽지 않은데. 알리 씨는 시민을 도왔고 또 선생님은 알리 씨를 도왔고. 이것들이 만들어 낸 감동이네요. 정말 감동의 물결이네요.

◆ 장선옥> 감사합니다.

◇ 김현정> 너무너무 잘하셨고. 이 사실이 선생님 덕분에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자 연장돼서 치료도 받을 수 있고 더 잘되면 영주권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하니까.

◆ 장선옥> 감사합니다. 제가 하나님께 너무 너무 감사해요.

◇ 김현정> 정말 감사하네요. 저도 정말 감사하네요. 끝까지 잘 됐으면 좋겠고요. 옆에 가족도 없는 청년 알리 옆에서 죄송한 말씀이지만 끝까지 좀 힘이 돼주시기를 교감선생님, 부탁드릴게요.

◆ 장선옥> 네, 제가 알리의 체류 연장을 하면서 신원보증인이 됐어요. 그래서 끝까지 알리를 잘 보살펴서 국민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도록 애쓰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영주권 발급이라는 혹시 그 소식까지 전해지면 저희한테도 꼭 좀 알려주세요.

◆ 장선옥>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장선옥> 네.

◇ 김현정> 참 기분 좋은 소식이네요. 양양 화재 현장에서 시민 10명을 구하고 본인은 외국으로 쫓겨날 신세에 놓인 청년, 알리. 그 알리를 돕고 있는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선생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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