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우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사진=unsplash)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이 확산하면서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빈 테이블로 고민하던 음식점은 배달이 기회가 되고, 학교가 폐쇄되자 사교육의 한 부류였던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중요한 콘텐츠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사무실은 더 이상 일하는 사람들을 하루종일 붙잡아둘 수 없고, 밥먹듯 했던 야근 개념도 희미해지고 있다.

치명적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봉쇄는 집과 세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은 현상황을 우려하는 한편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떠나지 않고 있다면 기술업계와 기업, 소비자의 자세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재택근무가 표준이 된다

원격 재택근무 (사진=Pexels)
CDN 주력 서비스 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매튜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경영전문 매체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역사상 가장 큰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사람들은 자녀를 위해 온라인에서 더 많은 교육 자료에 접속하고, 동료나 친구, 가족과 만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업과 조직은 원격 업무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365의 제러드 스파타로 부사장도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이 사람들이 일하고 배우는 방식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 시기에 지속적인 원격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택근무를 했던 중국이 다시 기존 직장으로 복귀하고 있지만 MS의 원격 업무 솔루션 팀즈(Teams)의 사용량이 감소하지 않고 있다"며 "사람들이 원격 업무에서 배우고 경험 한 것을 '새로운 표준'으로 다시 옮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레티지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팀 바자린은 "최근 몇몇 기업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들과 얘기를 나눈 결과 직원들이 재택근무가 더 편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이 직원의 25%를 재택근무로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로 말했다"고 전했다.

2017년 전세계에 화제가 된 부산대 로버트 켈리 교수의 BBC 인터뷰 도중 아이가 '난입한(?)' 방송사고는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켈리 교수는 인터뷰 당시 상의는 정장을, 화면에 잡히지 않는 하의는 편한 옷을 입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회사 에버로우 CEO인 AJ 샨카르는 "지금처럼 직장과 가정 생활의 경계가 물리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모호해진 시기가 없었다"며 "근래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변화의 시점과 맞물려 직원의 행복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기존 사고방식과 과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디지털 이동의 가속화

2017년 영국 BBC 방송과 화상 인터뷰 도중 집에 있던 자녀들이 갑자기 등장해 부산대 로버트 켈리 교수가 당황하는 모습이 전세계 퍼져 화제가 된 장면. 가정과 업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캡처=BBC 방송)
페이스북 메신저를 총괄하는 스탠 추드노프스키 부사장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기업과 함께 일하고, 그들의 일을 수행하는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새롭게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매우 분명해지고 있다"며 "사람들은 가상의 행복한 시간을 통해 창조적이 되고, 메신저에서 공유된 운동과 가상 생일파티로 과거의 '물리적 삶'을 따라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왓츠앱 윌 캐스카트 최고 책임자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화상통화를 하고 있는데, 이들 대화는 사적인 대화로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와 다름 없다"며 "나는 우리가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이전에 했던 것보다 더 종단간(end-to-end) 암호화와 함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높이 평가하고 가치있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성 기술 회사 잠모(Zammo)의 설립자 겸 CEO인 알렉스 파는 "화상회의는 현재와 같은 대유행 상황에서 삶의 일부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장치를 통해 나타나는 방식이 확대될 것"이라며 "직장과 집에서 음성비서에게 일상적으로 고객, 상사, 엄마,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달라 요청할 것이고,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시리 등은 우리를 실시간 비디오 채팅으로 연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 돌이킬 수 없는 교육의 가상화

온라인 개학 (사진=이한형 기자)
맥그로우힐의 사이먼 앨런 CEO는 "나는 우리가 물리적 교실에서 학습과 온라인에서의 학습을 포함하는 혼합된 학습 환경이 증가하기를 기대한다"며 "지금 우리가 교육에서 보고있는 변화는 가을에 '정상'으로 되돌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아이언 스쿨 CEO 애덤 엔바는 "기술의 역할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만큼 혁신을 일으키는 것은 없다"며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줌(Zoom)이나 슬랙(Slack)의 사용은 줄어들 것이다. 괜찮다. 대신에, 우리는 원격 교육이나 업무 경험에 맞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만들려는 기업들에 의해 만들어진 기술의 붐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비영리단체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 겸 CEO 살 칸은 "모든 가정에서 온라인 접속과 이를 위한 장치의 필요성은 너무 절박해서 인터넷이 사용해서 좋은 것이 아닌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잡을 것"이라며 "이미 정부, 학군, 자선단체, 기업들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나서고 있다. 이것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집에서 거의 보편적인 온라인 접속 환경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의료 문제에 직면

(사진=이한형 기자)
의료 산업은 세계적인 대유행 병의 영향을 받아 디지털 헬스 기술이 향후 중요한 부분을 담당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 의사가 진료를 하기 위해 환자의 이력을 확보하는데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 결여가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다고 아마존 웹 서비스(AWS) 의료 및 생명과학분야 리더 팻 컴베스는 지적한다.

시스템 간의 상호운용 없이 환자의 전자 의료 기록을 취합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가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는 현재까지 이러한 환자 정보 처리가 수동적인 작업 방식에 의존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자 컴퓨팅 회사 IonQ의 CEO 피터 채프먼은 "향후 12~18 개월 사이 양자 컴퓨터가 기존 슈퍼 컴퓨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반적으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양자 컴퓨터가 코로나19를 모델링하고 인간의 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밝히고 미래 경제에 손상이나 인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것으로 내다봤다.

웰니스 전문 커뮤니티 알마 설립자 겸 CEO 아라 카츠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태도 변화가 기념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집단적 트라우마와 슬픔을 경험한 사회성은 새로운 차원의 공감과 정신건강에 대해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전환하는 의미를 뒷받침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고용주는 앞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종업원에 대한 감정적 복지를 우선시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벤처캐피탈의 달라진 생각

소프트웨어 회사 Expensify의 데이비드 바렛 CEO는 "코로나19로 인한 벤처기업의 대규모 자금조달과 월별 경비 지출 속도(monthly burn rates) 전략에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은 붕괴 위험에 놓인채 대규모 해고에 직면하거나 최후 수단으로 인수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벤처캐피탈이 코로나19 이후 '가치있는 회사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자금조달과 수익 같은 양적 측면보다 조직의 구조, 팀, 문화, 유연성, 수익성과 같은 질적 측면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했다.

◇ 운송산업의 반등과 진화

기차여행 (사진=pexels)
승차공유업체 리프트(Lyft)의 마이클 매서먼 글로벌 정책 및 사회적 영향 책임자는 "사회활동이 정상화 되어도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저렴하고 신뢰할만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승차 공유, 공유 자전거, 전동킥보드와 같은 교통수단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면서, 국가나 지방정부 역시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도시를 재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관리 회사 트래블퍽(TravelPerk)의 아비 메이어 CEO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역봉쇄가 완화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부 여행·관광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항공업계가 여전히 중지된 이상 국내 여행이 중심이 되면서 기차여행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덜 붐비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제조업계의 커지는 경각심

(캡처=es.weforum.org)
다국적 컨설팅 전문회사 맥킨지의 제조업 및 공급망 파트너인 에드 배리볼은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정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은 단기적으로 필수품 부족에 시달리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서 대안을 찾게 된다"면서, 그 방법중 하나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위해) 근거리에 공급업체를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회사 오토데스크의 전 CEO이자 제조업 자동화 시스템회사 브라이트 머신의 아마르 한스팔 CEO 역시 "이 전염병은 물리적 제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세계 공장에서 저비용 노동력으로 저렴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중앙집중식 생산방식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기업들이 근거리 조달(nearshoring)은 물론, 심지어 제조업 기반을 국내로 옮겨와 자국내에서 조달까지 하는 온쇼어링(onshoring), 완전 자동화 및 소프트웨어 기반 관리를 통해 이전보다 더 탄력적인 제조방식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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