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유천초등학교는 세월호 참사를 기리며 지난 6일쯤 정문 앞 담벼락에 추모 현수막 2매를 걸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지난 22일 점심쯤 추모 현수막이 사라졌다. 강릉시가 또 민원이 제기됐다며 아무런 통보 없이 현수막을 떼버린 것. 며칠 전 강릉시가 시민들이 게재한 세월호 추모 1인 현수막을 철거한 것을 떠올린 남정아(47) 선생은 곧바로 강릉시에 항의했다.
남 선생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나왔는데 추모 현수막이 사라져 너무 놀라 가보니 현수막을 게재하는 끈이 끊어져 있고, 현수막은 돌돌 말려서 울타리 안에 내동댕이쳐져 있었다"며 "순간 강릉시가 1인용 현수막을 철거했다는 생각이 나 전화를 해 물어보니 강릉시가 떼버린 게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3월쯤 저희 학교 앞 담벼락에 인근 학원에서 붙인 홍보물이 있길래 시청 측에 사교육 조장 우려로 떼달라고 했더니, 시청에서는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관여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학교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유천초등학교 구미숙 교장은 "엄연히 도 교육청에서 공문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수업자료 안내를 받아서 진행한 교육 목적인 데다 교직원들 이름까지 못 박아서 추모 현수막을 걸었는데, 이를 철거한 것은 학교 재량권을 무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게다가 아무런 협조 없이 철거한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분노가 치민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의 장으로서 김한근 강릉시장에게 전화 2통에 문자 1통을 넣었는데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라며 "오늘(23일) 2시쯤 선생님들과 함께 다시 추모 현수막을 걸었는데 만약 강릉시가 또 철거한다면 항의 방문은 물론 법적 고발 검토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강릉시는 민원인 1명이 지속적으로 철거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47매를 철거했다. 당초 강릉시는 "민원인이 거주하는 현대2차아파트 앞쪽만 떼어내겠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정작 교동택지로 이어지는 일대 현수막을 다 떼어버리자 강릉시민추모위 측은 반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강릉시가 학교에서 재량권으로 내건 추모 현수막까지 문제 삼으면서 철거하자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어 "설사 철거를 하려고 해도 행정대집행법에 근거해야 하는데, 확인 결과 강릉시는 관련 절차를 무시하고 집행했기 때문에 오히려 지자체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강릉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천초등학교 앞에 걸린 추모 현수막에 대한 민원은 지난 16일 1인용 추모 현수막이 철거된 시점에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강릉시는 같은 민원인인지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강릉시 건축과 관계자는 "이번에도 민원이 제기돼 철거하게 됐다"며 "불법 현수막이라서 그에 맞게 처리했을 뿐"이라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