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23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 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시청 9층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시청 내부에서도 20분 전에 파악할 만큼 전격적인 것이었다.
오 시장의 사퇴는 그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오후 오 시장 사퇴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사퇴는 끝이 아니다. 성평등한 부산의 시작"이라며 "피해자를 통해 이번 성폭력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상담소 측은 지난 2018년 한 회식 자리에서 오 시장이 양 옆에 여성 노동자들을 앉힌 사건을 예로 들며 "낮은 성 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오 시장이 직접 SNS로 공개했던 당시 회식 사진을 보면 회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었지만 오 시장의 양 옆과 맞은 편에는 여성 직원들이 앉아 있다. 심지어 잔을 들고 건배사를 하는 참석자도 여성이었다.
이 회식은 지난 2018년 11월 부산시 등 관계기관 산하에서 근무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데 따른 일종의 자축 행사였다. 당시 오 시장은 사진으로 논란이 되자 "저를 포함해 그 자리에 동석했던 직원들도 이런 논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시는 이러한 불편함으로 상처받는 시민들이 없도록 저 스스로와 시 전체를 살피고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앞서 오 시장은 가세연이 제기한 돈거래와 성추행 의혹 등을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고 가세연 측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오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오 시장의 기자회견문 일부 문구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는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였다"며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의 표현으로 되레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이다. 피해자의 신상정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면서 "제 신상을 특정한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 일체를 멈춰주시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