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띄우긴 했는데…당내 반발에 험로 예상

현역‧당선자 전수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 출범키로
'무제한 시기‧전권' 요구한 김종인…내년 봄까지 당 수습
김종인號 쇄신 청사진…'청년 비대위' 전면 배치 가능성
단순 '여론조사' 의견수렴 두고 반발…낙선자 개입 비판도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미래통합당이 당 재건을 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선택했지만 시작부터 당내 반발로 험로가 예상된다.

당 지도부가 당내 현역‧당선자 대상 전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결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차기 지도체제를 결정한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반발이 나온다.

아울러 21대 총선 낙선자들을 제외한 당선자들 중심으로 주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어 비대위 출범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현역·당선자, 구원투수로 '김종인' 선택…전권 비대위 예상

통합당은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차기 지도부와 관련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당내 현역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40명 중 62명이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엔 43명만 동의했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김 전 위원장을 직접 방문해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요청했고, 김 전 위원장은 이르면 오는 23일 답을 주기로 했다.

이번 총선에 지역구 84석 확보에 그친 통합당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진 상태다. 보수궤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상치 못한 패배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김종인 비대위'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택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놓고 당내에선 비대위 기간 및 권한 등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기 전당대회 얘기가 나오면 (비대위원장을) 못 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당의 혁신을 위해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는 게 당연하다고도 했다.

이같은 김 전 위원장의 압박 속에서 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로 결론을 내면서 사실상 주도권은 김 전 위원장에게 넘어간 분위기다. 2012년 19대 대선에서 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역임한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김 전 위원장은 '2022년 대선'과 '청년'에 방점을 찍었다.

김 전 위원장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을 어떻게 수습해 다음 대선에서 이길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대선주자들이 경선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소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대위 체제를 오는 2021년 3월쯤까진 끌고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830세대'(1980년대생·30대·2000년대 학번) 등 청년 인사들을 전면에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1970년대 이후 태어났고, 혁신의 자질을 지닌 청년세대가 지도부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3040세대가 뚜렷한 비전 제시로 노력해야 한다며 인위적인 전면 배치엔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비대위 출범시 이번 총선에 출마한 당내 청년인사 등이 비대위에 대거 포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의 측근 인사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청년 지도부 구성에 대해 김 전 위원장 나름의 구상이 있어서 70년대 생이 앞장서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후 첫 미래통합당 의원총회.(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비대위' 여론조사 결정 두고 반발…당 운영 '낙선자 개입' 비판도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우선, 차기 지도부 구성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토론 한번 없이 단순 전화 설문조사로 결정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총선에 불출마한 김영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서 "아무리 급해도 모여서 토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전화 여론조사라니, 그것도 위원장의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전권을 갖는 비대위라니 당이 이제 집으로 가게 될 최고위원들의 사유물이냐"고 반발했다.

통상 당 지도부가 의총에서 당론을 수렴 후 '정치적 결단'으로 비대위 체체를 결정해 온 데 비해 이번 결정 방식은 향후 리더십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이날 설문조사 결과 관련 '과반' 여부를 두고 해석의 차이를 보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응답자 140명 중 '김종인 비대위'엔 62명, '조기전대'엔 43명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5명은 다른 '제3안'을 제시했는데, 전체 표본을 140명과 105명 중 어떤 것으로 간주할 것인가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 찬성'에 대한 과반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총선 당선자들과 낙선자들 간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당선자들 사이에선 21대 국회를 이끌어 갈 지도부 문제에 대해 낙선자들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사진=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 캡처)
5선에 성공한 정진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총선 참패를 극복하기 위한 당내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당선자 대회의 개최, 새 원내대표(대표 권한대행)의 선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주권을 새로 받아 안은 것은 103명의 당선자들"이라며 "이들이 위기 탈출을 논의하는 주체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심 권한대행 등 낙선자들이 차기 지도부 구성에 개입하는 것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통합당 현역의원은 92명, 21대 당선자는 84명 등으로 중복 인원을 제외하면 총 142명이다. 현역이면서 21대 당선자는 34명이다. 불출마 또는 낙선 현역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차기 권력인 당선자들에게 좀처럼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통합당은 다음달 8일 당선자 총회를 열고 제21대 첫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김종인 비대위'가 다음달 8일까지 출범하지 못할 경우, 새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이끌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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