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100% 배상? "검찰수사에 달렸다"

4개 모펀드, 173개 자펀드 환매중단 1.7조
투자 회수율 많아야 3~40%, 일부는 0%
분쟁조정.소송 두 가지 피해구제 방안
속속 드러나는 전모 '사기 입증 가능할까?'
핵심 피의자들 도주중…신병확보가 관건

라인 관련 영장 심사받는 전 청와대 행정관. (사진=연합뉴스)
'희대의 금융사기극'으로 불리며 조단위 손실이 발생한 라임펀드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전 행정관이 구속되는 등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 있어 검찰 수사가 중요한 이유는 관련 비리혐의자에 대한 처벌 못지 않게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4천여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액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 투자 회수율 많아야 3~40%25, 일부는 0%25

지난해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 규모는 1조 6679억원에 달한다.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메자닌펀드(테티스2호), 사모사채펀드(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어드펀드(CI) 1호 등 4개 모(母)펀드와 173개 자(子)펀드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 자금은 1조원에 달한다. 우리은행과 신행은행 등 19개 판매사가 4035개의 개인계좌로 판매한 금액만 9943억원으로 1인당 평균 2억 5천여만원을 투자했다.

19개 판매사들은 최근 배드뱅크를 설립해 라임의 부실 펀드를 인수한 뒤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회계 실사 결과 등에 따르면 4개 모펀드의 기초자산 회수율은 3~40%대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상품에 따라 투자금의 1/3 가량을 돌려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에 우선적으로 회수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경우 원금 전액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

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피해모임 회원들이 엄정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분쟁조정·소송 두 가지 피해구제 방안

라임펀드에 투자한 개인이 손실을 배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금감원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손실의 일정부분을 배상받는 방법이다.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의 경우 분쟁조정위가 최대 80%의 배상비율을 결정하면서 상당수 투자자들이 손실의 상당액을 배상받을 수 있었다.

다만, DLF의 경우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상품 설계부터 깊이 관여하며 일종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낸 상품이라는 점에서 판매처로부터 손실배상을 끌어내기 쉬웠다.

하지만 라임펀드의 경우 판매사들이 "우리도 피해자"라며 오히려 라임 측에 배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라 분쟁조정위의 결정대로 순순히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분쟁조정위 조정결정은 투자자나 판매사 중 어느하나라도 수용을 거부하면 효력이 없다.

금감원 분쟁조정이 무산될 경우 최후의 수단은 소송이다. 분쟁조정과 마찬가지로 배상 주체는 판매사들인데 과거 사례를 살펴봤을때 대체적으로 법원 판결은 분쟁조정에 비해 배상비율이 낮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5년 우리은행이 판매한 고위험 파생상품인 '파워인컴펀드'의 경우 분쟁조정위는 5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지만, 대법원은 그보다 낮은 20~4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 속속 드러나는 전모 '사기 입증 가능?'

피해배상에 있어 검찰 수사결과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사결과 라인자산운용의 사기혐의가 입증될 경우 계약취소를 통한 100% 배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DLF나 파워인컴펀드, 그리고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 사건 등 대부분의 금융사태의 경우 피해자들은 '사기'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불완전판매를 통한 일부 배상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 검찰수사를 통해 속속드러나는 라임펀드의 실체를 보면 사기혐의 입증도 어느정도 가능하다는게 금융권과 법조계의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라임은 조단위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도 배후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스타모빌리티 김봉현 전 회장 회사에 195억원을 지원했고, 이는 고스란히 김 전 회장 개인 주머니로 흘러간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고 있다.

스타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라임펀드가 투자한 회사들 상당수에서 '투자 뒤 횡령.배임'의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상장사의 경우 기존 대주주가 라임 측과 짜고 회사자금을 빼낸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말해, 라임 측이 처음부터 펀드를 굴려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분하려는 목적 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금을 끌어들인 뒤 부실 기업에 돈을 지원해 이를 횡령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높은 펀드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자체가 불법"이라며 "라임이 고객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돈을 굴리다가 부실이 발생했다면 사기로 보기 힘들지만 최근 드러나는 상황을 보면 처음부터 사기를 모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는 "사기로 계약을 취소할때 가입당시부터 설명된 내용과 달랐다는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투자되는 자산들이 이미 횡령.배임이 자행되고 있는 부실자산이라는게 설명과 다른 부분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기혐의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고수익을 목적으로 사모펀드에 거액을 넣은 투자자들의 투자책임은 따질 수밖에 없어 실제 배상액은 줄어들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핵심 피의자들 도주중…신병확보가 관건

검찰은 최근 김봉현 전 회장에게 금감원 내부자료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청와대 김모 전 행정관을 구속하는 등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라임펀드 운용을 총괄하며 자금을 좌지우지했던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신변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류상 불법행위와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사기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핵심 피의자인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자금을 어떻게 운용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기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이 두 사람의 도피를 도운 운전기사 성 모 씨와 한 모 씨를 구속하는 등 이들의 신병확보를 위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는 점에서 곧 신병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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