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중태설, CNN 오보의 흑역사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4월 21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민하 (기자)


◇ 정관용>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조망한다. 오늘 <고공비행> 주제는?


◆ 김민하> 'CNN 오보의 흑역사'다.

◇ 정관용> 김정은 국무위원장 상태, 청와대가 분명히 밝혔지?

◆ 김민하> 오늘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연합뉴스 등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 측근 인사들과 지방에 체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 정관용> 청와대 판단이 맞을까?

◆ 김민하> 미국이 위성 등의 첨단정보자산으로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는 반면 우리는 인적자원에 강점을 갖고 있는 걸로 평가된다. 북한 지도자의 신변과 같은 부분은 우리 정보가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 체류하고 있다’라면서 원산이라는 구체적 지방 이름까지 언급할 정도니까 우리 판단이 맞을 것이다. 과거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도 우리 정보기관이 뇌 사진을 확보했었고 미정보기관과 공유한 사례도 있다.

◇ 정관용> 그럼 CNN은 왜 이렇게 보도를 했을까?

◆ 김민하> 사실 확인을 하기 어려운 북한의 특성상 전반적으로 언론이 과도한 보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북한 최고 지도자의 상태는 북한 내에서도 소수만 제대로 알 수 있는 정보이므로 추측성 보도가 과감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의미로든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일종의 첩보가 국내 언론사에도 포착됐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에 백두혈통이라고들 하는 김여정의 정치적 지위가 높아지는 상황인데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른바 태양절에 금수산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사실까지 더해져서 신변이상에 대한 어떤 맥락이 형성돼버린 것 같다.

◇ 정관용> 하지만 언론이 그 정도 근거만 갖고 보도하진 않는데...


◆ 김민하> 그래서... 왜 CNN만 이런 거냐... 이 대목에서 CNN의 특성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CNN은 우리에게 외신 뉴스의 정석처럼 생각되는 측면이 있고 실제로도 메이저 뉴스의 공식과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 보도 채널이다. 하지만 전쟁이나 대형 재난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언론의 공적 책무보다는 특종 발굴과 화면연출에 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여왔다. 예를 들면 2015년에는 고위급 탈북자를 인용해 김경희 전 조선노동당 비서 독살설을 보도하기도 했지. 이런 행태의 시작은 1991년 걸프전 보도라고 볼 수 있다.

◇ 정관용> 걸프전 보도가 어땠길래?

◆ 김민하> 당시 CNN은 다른 방송사보다 전쟁 보도에 한 발 뒤처져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에서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는 상황을 생중계 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때는 소셜미디어는 커녕 인터넷 관련 인프라도 제대로 없었던 때이기 때문에 전쟁터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는 것 자체가 센세이션이었지. 이 때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서 오늘날의 CNN이 있게 된 것이므로 이 성공 공식을 되풀이하려는 관성이 남아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정관용> 전쟁터를 생중계한 것은 논란거리이긴 하지.

◆ 김민하>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고 이런 보도가 방송뉴스의 존재 의의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전쟁의 본질적인 부분을 보도하는 게 아니라 어떤 스펙타클을 흥미위주로 전함으로써 오히려 걸프전의 본질을 가리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에도 그랬는데, 미디어환경이 크게 바뀐 오늘날에는 순기능보단 부작용이 더 많은 방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얼마 전에도 기자가 서울 지하철역에 비치된 방독면 등을 보여주면서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듯 보도를 하는 모습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CNN이 이렇게 하니 다른 미국 방송사들도 보도 경쟁 비슷한 일을 하게 되는 거지. NBC의 기자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글을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가 급히 삭제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 얘기는 국내 증권가 정보지에 나온 김정은 뇌사설을 근거로 한 것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 내용은 이미 2014년에 인터넷을 통해 전파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내용을 시점만 바꿔 뿌린 사람들이 있는 듯 하다.

◇ 정관용> 이런 얘기를 뿌리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 김민하> 증권가 정보지라는 존재의 특성상 금융시장 움직임과 연관된 정보들이 대량으로 오고갈 수밖에 없다. 증권가 정보지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파장이 커지기 전에 미리 입수해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도 되지만 오히려 이걸 수단으로 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오늘 금융시장 요동쳤으니 아마 이 상황 덕을 본 사람들이 있을 터.

◇ 정관용> 아무튼 미국 언론이 보도한다고 해서 다 사실은 아닌 거지?

◆ 김민하> 오히려 미국의 언론환경에서 타산지석 삼아야 할 대목도 있는데 미국은 민영방송 중심이어서 상업성이 중심이고 뉴스도 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 CNN의 예를 들었으나 최근에 정권의 지지를 받는 폭스뉴스가 하는 것에 비하면 CNN은 오히려 정론에 가까워 보일 정도지.

◇ 정관용>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언론이 중심을 잘 잡는 것 아니겠나.

◆ 김민하> 오늘 CNN 보도 직후에 국내 언론도 이를 일제히 받아서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마찬가지로 과도한 보도를 하긴 했지만 청와대가 정보를 바로잡고 대응에 나서면서 비교적 침착한 분위기로 전환됐지. 아무래도 특히 미국의 거대언론사가 뭔가 보도를 하면 무비판적으로 쓰고 보는 풍조가 여전히 있는데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 언론들 앞으로 더 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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