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당대표 고심 중"…文의 길이냐, MB의 길이냐

李, 대권가도 전 8월 당대표 출마할지 고심
당권·대권 분리 원칙따라 '7개월'짜리 대표직
이미 '대세'인 상황서 '잡음' 우려 vs '이낙연계' 성장
MB 경우 당내 보직 없이 '대세론'으로 대권 승리
文대통령은 당 대표직 통해 당내 입지 굳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시민당과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8월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이낙연 당선인이 출마할지를 놓고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8월까지로 예정된 이해찬 대표 임기 이후 '포스트 이해찬'은 이 당선인이 상수라는 분석이다.

대권 경쟁자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를 21대 총선 서울 종로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이기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가 당 대표를 거쳐 당내 기반을 다지고 대권 주자로 나선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코스를 밟는 것이다. 그러나 '대세론'을 기반으로 당 대표직을 건너뛰고 바로 대권에 도전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전형이 된다.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있어 이 당선자는 고심 중이라고 한다.

◇ 탄탄해진 대권 입지…"대표되면 리스크 커질 수도"

이낙연 당선인은 1년 11개월 남은 대권에서 '대세'로 통한다. 야권 대권잠룡인 황교안 전 대표를 서울 종로에서 이기고 21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면서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다.

이번 총선에서 보기 드물게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오는 8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다. 홍영표 의원 등 친문(親文) 인사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당선인이 나온다면 별 수 없다. 한 친문 인사는 "당 대표 경선에 나올 의지만 있다면 이낙연은 상수"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당 대표 출마를 여부를 두고 이 당선인의 고심은 깊은 듯 보인다. 우선 '짧은 임기'가 걸린다. 이 당선인의 최측근은 "당 대표가 돼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규에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규정이 있다. 대선 1년 전까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대선이 2022년 3월에 있으니, 2021년 3월 이전에는 사퇴해야해 사실상 '7개월짜리' 당 대표인 셈이다.


여기에 다른 후보들과 당권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잡음이 빚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대권가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세인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당 대표 명함을 얹고 대권 행보에 나설 이유가 있겠냐는 것이다.

180석의 여당을 이끌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다른 경쟁자들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면 상처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의원 시절 별다른 보직 없이도 서울시장에서 곧장 대선으로 직행했다. 국회 내 자기 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검증된 행정능력을 인정받아 단번에 대권을 거머쥐었다는 평이다.

여기에 당시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대세로 떠올라 흐름까지 탔다. 이 당선인도 국무총리, 전남도지사 등을 거치며 국정 수행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또 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종로 지역구 의원을 거쳐 대권에 도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약한 당내 기반 상대적 약점…"대표되면 도움될 것"

반면, 7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이지만 당 대표직이 오히려 날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은 2015년 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로 선출돼 임기 2년을 다 채우지 않고 11개월 만에 물러났다.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했지만 정계에선 초선 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에게 당 대표직은 부족했던 당내 입지를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표창원, 이철희 의원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인재를 영입해 당내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당시 전·현직 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국민의당으로 적을 옮기면서 생긴 당내 불안감을 안정시켰다는 평이다. 당에서 입지를 굳힌 문 대통령은 이후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낙연 당선인은 4선 출신이긴 하지만 최근까지 국회를 떠나있던 터라 당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이다. 그도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총선에서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펼쳤고, 40명 가까운 후보들의 후원회장직도 맡았다.

이 당선인이 당의 전면에 나설 경우 당권을 통해 외연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등판론의 핵심이다.

다만 다선 의원에 총리직까지 거친 이 당선인이 당 대표직을 꿰차려할 경우, 자칫 자리가 '수단'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이 당선인의 또 다른 측근은 "당내에서 이 당선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론화돼야 명분을 앉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당내 여론이 어떤 식으로 형성될지가 이 당선인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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