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강남아파트 산 10대…'편법에 편법'

할머니와 공동명의 15억 주택 팔고
부모와 35억 아파트 사고
'집값 담합 관련 수사' 국토부, 편법 증여 등
부동산 이상거래 1600여 건 적발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당국의 부동산 실거래 조사에서 1600건이 넘는 탈루 등 의심사례가 적발됐다. 집값 담합 조사에서도 100건 이상이 다뤄졌는데, 이 중 형사입건된 사안만 11건이다.

21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월 실시한 '투기과열지구 실거래 3차 합동조사' 결과와 2월 말 시작된 '집값 담합 관련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실거래 조사는 국토부가 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국세청·서울시·금융감독원·한국감정원 등과 함께 한 합동조사팀(조사팀)이 추진했다.

집값 담합 관련 수사는 국토부 1차관 직속으로 특별사법경찰과 금융위원회·검·경·국세청·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대응반)과 한국감정원의 실거래상설조사팀이 진행했다.

◇ 미성년자 자녀에 편법 증여, 명의신탁, '법인 활용' 매수까지

투기과열지구 전체에 대한 실거래 3차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표=국토교통부 제공)
우선, 이번 3차 실거래 조사는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했다. 앞선 1·2차 조사에서 서울 25개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한 데서 확대된 것이다.

대응반은 지난해 11월까지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 1만 6652건 중 10%에 달하는 '이상거래' 1694건를 추출해냈고, 이 중 1608건의 조사를 완료했다.

당국에 따르면, 10대인 A씨는 부모와 공동명의로 서울 강남구의 약 35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조모와 공동명의로 소유하던 약 15억 원의 주택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이 없는 A씨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부동산을 편법 증여받은 것으로 의심한 조사팀은 국세청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탈세를 위한 가족 간 거래 의심 사례도 있었다.

부부인 B씨와 C씨는 32억 원 상당의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각각 10%(3억 2000만 원)와 90%(28억 8000만 원)로 나눴는데, 막상 주택 매수 금액 부담은 B씨가 16억 3000만 원, C씨가 15억 7000만 원이었다.

당국은 이 과정에서 B씨가 부인인 C씨에게 13억 1000만 원을 사실상 증여하면서도 증여세를 피한 것으로 의심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부동산실명법에 어긋나는 명의신탁 의심 사례로는 동생 명의로 4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구입 자금의 90%를 댄 언니가 3년여 뒤 아파트를 매도하자 매도 금액 5억 8000만 원 중 5억 5000만 원을 챙긴 건이 적발됐다.


조사 결과 △친족 등 편법증여 의심, 법인자금을 유용한 탈세 의심 등 835건은 국세청에 통보 △다른 용도로 법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활용하는 등 대출규정 위반 의심 75건은 금융위·금감원·행안부에 통보 △명의신탁약정 등이 의심되는 2건은 경찰청에 통보 △계약일 허위신고 등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11건에는 약 4600만 원의 과태료 부과 등이 조치됐다.

전체 조사 대상 1694건 중 84%인 1426건은 서울에 몰렸다. 이 중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와 마포·용산·성동·서대문구의 비중이 39%에 달했다.

이번 3차 조사에서는 최근 탈세와 대출 규제 회피에 이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법인'이 집중 점검 대상이었다.

국토부 김영한 토지정책관은 "이상거래 중 법인 자금 유용이나 법인세 탈루로 국세청에 통보되는 건이 57건, 법인 사업자의 대출 용도 유용이 드러나 금융당국에 통보되는 건이 15건에 달해 법인 관련 통보 건만 72건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국이 공개한 관련 사례 중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약 38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이 중 17억 원을 아버지가 대표인 법인계좌 등을 통해 지불한 D씨 부부의 경우도 있었다.

사업자가 사업 목적으로 받은 대출을 주택 매입에 유용한 것으로 의심받는 건도 있었다. 제조업체인 E법인은 사업 부지 구입 목적으로 15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이 대출금을 서울 마포구 소재의 22억 원짜리 상당의 법인 명의 주택 구입에 쓴 것이다.

개인사업자 F씨 역시 상호금융조합에서 종업원 급여 지급 등을 명목으로 12억 원을 대출받았지만, 이를 서울 용산구 소재 46억 원 상당의 주택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응반 집값담합 수사 진행 경과 (표=국토교통부 제공)
실제 실거래 신고내역 분석 결과 최근 수도권 남부의 비규제 지역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법인 등 법인의 주택 매수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화성시에서만 지난해 1~4월 사이 0.4%에서 지난달 기준 9.7%로 올랐고, 군포시 역시 같은 기간 1.2%에서 8.0%로 커졌다.

국토부는 개인에 적용되는 대출·세제상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법인 등의 거래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금융위‧국세청 등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이들의 법인세 탈루, 대출 규정 위반 등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대응반 출범 이후 조사가 시작된 서울 외 투기과열지구의 일부 조사대상 86건은 소명자료 보완 등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 "이 가격 아래는 안돼" 온·오프라인서 집값 담합 행위도 적발

한창 진행 중인 집값 담합 관련 조사에서도 100건이 넘는 사안에 대한 내사가 진행 중이거나 입건으로 넘어간 상태다.

대응반은 이와 관련해 한국감정원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신고센터)에 접수된 의심 건 364건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1건에 대해서는 형사입건을 하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혐의 사실을 구체화하는 작업 중이다.

"저가 매물 등록을 요구하는 '가두리' 부동산을 이용하지 말라"며 안내문과 현수막을 게시한 아파트 소유자 G씨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집값 담합 유도 게시글을 게시판에 올린 8건, 단체를 구성해 일부 공인중개사를 공동 중개에서 배제한 2건 등이 그 내용이다.

온라인을 통한 담합행위 10건 중 8건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고, 2건은 발부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 정책관은 "11건에는 각각 최소 한 사람씩 피의자가 있는데, 향후 조사에 따라 가담하고 공모한 관계자가 더 추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나머지 100건에 대해서는 내사가 계속되고 있다.

김 정책관은 "금융위·검찰청·경찰청·국세청·금감원 등 주요 조사기관이 국토부와 함께 조사를 하게 돼 불법·이상거래 적발 능력이 매우 높아졌다"며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집값 담합 수사에 있어서는 신고센터를 통한 국민들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앞으로도 제보를 토대로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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