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 불복하는 보수? '부정선거 음모론' 어디까지

보수 유튜버 중심으로 사전투표 조작 의혹 제기
진실 밝히겠다며 '모금'까지 나서…통합당 낙선자들도 가세
통계 전문가 "사전투표 많을수록 동일 득표율 나오는 선거구 많아져"

공정선거국민연대, 자유당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4.15 총선이 부정선거라 주장하며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하자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사전투표 조작설이 '기정사실'처럼 확산되고 있다. 일부 통합당 의원은 물론이고, 보수 유튜버들까지 합세해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작 같은 진영 내에서도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퍼진 사전투표 조작설은 통합당 후보들이 15일 본투표에서는 이겼지만 9~10일 치러진 사전투표에서는 크게 진 현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들 유튜버는 각기 다른 지역구에서 1·2위 후보의 관외·관내 사전 득표율이 소수 둘째자리까지 같다면서 사전투표 개표 당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위기를 맞은 통합당의 일부 의원들도 이런 의혹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낙선한 민경욱 의원은 20일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사전투표 조작설을 언급했고, 재선에 성공한 박성중 의원도 "이번에 사전투표가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거기에 실증적, 구체적 수치도 제시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노원구병에서 고배를 마신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에 맞서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며 "조작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유튜버들의 참여가 없는 것은 유감으로 생각하며 도대체 조작 주장하는 분들이 온라인 말고 현실에서 무엇을 들고 나올 수 있을까 진심으로 궁금해서 기대가 된다"라고 일침했다.

낙선자들과 관련된 거대 보수 유튜브 채널은 '진상규명'을 하겠다며 행동에 나섰다.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통합당 주요 낙선자들과 함께 사전투표 조작 의혹 진실을 밝히는 '펀딩'을 시작했다.

가세연 측은 "1차 목표액은 6천만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개표 보증금 5천만원과 소송 비용 1천만원"이라며 "6천만원을 달성하면 곧바로 민경욱 의원님께 전달할 예정이다. 선관위가 투표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할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라고 전했다.

1차 목표액이 달성되면 다른 낙선자들 대상으로 2차·3차 펀딩도 진행한다.

가세연 측은 "2차와 3차 대상은 서울 지역의 모 후보님, 그리고 강원도 지역의 모 후보님이다. 민경욱 의원님은 물론이고, 이 두 후보님들을 위해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린다. 시간이 촉박하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일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펀딩' 참여를 독려했다.

서울 강서구을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50억 현상금' 모금을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그는 "근거 있는 자료를 갖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은데 명백한 부정선거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추측이나 의심으로는 부족하다"며 "영향력 있는 우파 유튜버 채널들이 연합해서 50억 정도 현상금을 걸어서 내부고발자를 찾아야 한다. 돈은 구독료를 걷는다든지, 성금 방송 등으로 모으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보수 유튜버들이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로 삼은 '소수 둘째자리까지 똑같은 다른 지역구들의 사전투표 득표율'은 통계학적으로 문제가 없다.

경희대학교 이경전 소셜네트워크과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돌려보니 253개 선거구면 약 평균 180여개 선거구에서 1·2위 후보의 관외·관내사전 투표 득표율이 소수 둘째자리까지 같은 선거구가 나온다. 절반 이상의 선거구에서 그렇게 나오게 돼있어서 부정선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50%가 넘는 선거구에서 동일한 사전투표 득표율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이에 비례해 소수 둘째자리까지 득표율이 같은 선거구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서, 선거구당 사전투표가 4만표씩이나 나왔던 것이 문제"라며 "(한 선거구당) 사전투표가 400표라면 8%인 평균 20개 선거구만, 사전투표가 4천표라면 32%인 평균 80개 선거구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이번 선거에서 사전투표가 약 선거구당 4만표가 이루어졌다면 70% 이상 이런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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