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일 제101차 전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명칭 미확정)군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범죄와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묶어 양형기준을 설정키로 했다.
특히 위원들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1~3항의 제작·유포 범죄 뿐 아니라 5항의 '소지' 범죄에 대해서도 양형기준을 만들기로 의결했다. 해당 조항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임을 알면서도 소지한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지만 징역형으로 처벌된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양형기준을 정하기 위한 양형위 자료조사에서 '소지' 범죄 유형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전문위원들은 소지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것을 두고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당시 참석 위원 중 6명은 성착취물 소지는 다른 범죄와 비교해 발생빈도가 가장 높고 점차 징역형 선고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에서 양형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양형기준 설정을 통해 일반인에 대한 예방적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위원 5명은 소지범죄의 법정형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아 형량구간을 3단계(감경-기본-가중)로 적절히 나누기 어렵고 행위태양도 매우 다양해 이를 모두 포섭하는 양형인자를 추출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실무적으로도 성착취물 소지는 약식명령이나 벌금형 선고 비율이 높고 단일범으로 적발되거나 징역형 처벌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양형기준을 설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지난 9일 '성착취물 수요자' 처벌을 대폭 강화한 '성착취 영상물 사범 사건처리기준'를 새로 만들었다. 그간 검찰 단계에서 풀려나기 일쑤였던 소지범죄자들에 대해 앞으로는 성인이 성착취물을 소지할 경우 소지 건수나 초범 여부와 관계없이 기소유예를 못하도록 정했다.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전문위원들의 찬반 의견을 바탕으로 양형위원들이 논의한 결과 소지범죄에 대해서도 양형기준을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오는 5월 기준 확정 시 소지범죄까지 포함한 양형기준이 설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기소유예 '금지' 조치와 더불어 징역형 처벌을 구체화한 양형기준까지 설정되면 그간 '무법지대'에 가까웠던 소지범죄에 대한 실질적 처벌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실상 용인·묵인되는 범죄였던 성착취물 소지 처벌이 실질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영상에 아동으로 보이는 성인이 등장하거나 아동임을 암시하는 애니메이션인 경우 등과 실제 아동이 피해자인 경우를 구별해 확실히 가중처벌 하도록 하는 등의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