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우리 당이 아직 당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 여당과 만나서 합의가 안 될 것 같아 원내 회동을 미뤘다"며 "일단 당내 의견을 모으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을 청취한 뒤, 원내대표 간 회동을 열어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급 방식, 추경액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총선 국면에서 통합당은 여당과 마찬가지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황교안 대표가 1인당 50만원씩 즉각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참패하고 황 전 대표까지 물러나자, 야당 내에서 '국가 재정 부담'을 들며 여당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다간 정작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지원할 돈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국채를 발행해서 이미 상당한 소비 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 가구에까지 100만 원씩 준다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다"고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통합당의 입장 변화에 여당은 발끈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 당선자들 가운데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자기 당이 선거 때 공약한 것을 바로 뒤집는 수준이라면 그분들이 20대 국회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이걸 또 정쟁거리로 삼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라며 압박했다.
통합당은 일단 당내 의견을 모은 뒤 다시 회동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총선 참패 이후 사실상 지도부가 공백인 상태여서 언제까지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제를 위해 서둘러 국회에서 추경을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지원 대상 간 형평성, 한정된 재원 등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을 지급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했다.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기존 정부안대로 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하위 70%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혀가는 분위기지만 고용지표 하락, 수출 실적 악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등 정부가 앞으로 받아야할 계산서가 산적해 있어서다.
반면, 여당은 코로나19가 세계적인 대유행이고, 전례 없는 피해를 가져왔다는 점을 들어 과감한 재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민주당은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당이 원내 회동 등을 통해 야당과의 물밑협상에 공을 들이는 것도 결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문제는 일단 여·야가 합의하는 게 가장 큰 산"이라면서 "국회가 합의를 하면 정부와 더 다양한 협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