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강남스타일' 태구민 논란보다 중요한 문제

도 넘은 원색적 조롱, 탈북자 전체에 돌팔매질 우려
논란 불구 탈북자 처우 개선 공약은 지켜져야
태 당선인, 북한 내 행적·탈북·망명 과정 투명하게 소명할 필요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국회의원 당선인.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 태영호(태구민)씨가 당선 후에도 톡톡히 홍역을 치르고 있다.

태씨를 당선시킨 강남(갑)에 탈북민 아파트 의무비율을 법제화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대표적이다. 내용으로 미뤄 태 후보 당선을 못마땅하게 여긴 일부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풍자적 청원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이는 결코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물론 지역 표심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선거 결과 승복 여부와는 다른 차원이다.

문제는 태씨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원색적 조롱이 도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탈북민 전체에 돌팔매질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탈북민 모자(母子) 아사 사건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것일까?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북한 눈치 보느라 이들 모자의 생사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보수 진영의 공격을 받았다.

탈북민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라는 점에서 올바른 진보주의자라면 최대한 신중히 접근하고 배려하는 게 당연하다. 현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태씨를 '골수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색깔론 앞에선 말문이 막힌다. 진보 진영이 제기한 색깔론이라니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태씨가 북한 체제의 핵심 일꾼이었음은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자유민주주의로 전향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뚜렷한 근거 없이 사상을 문제 삼는 것은 진보가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주장 자체가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방식에 문제가 있을 뿐 내용은 나름대로 타당하다.

태씨는 대표 공약으로 종합부동산세 개정과 함께 탈북민 처우 개선을 내걸었다. 강남 유권자들의 선택이 존중 받으려면 공약 역시 존중돼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냉전시대의 수구적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 태구민 씨를 선택해준 강남구민의 높은 정치의식과 시대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탈북민 아파트 의무비율을 청원한 것은 비록 빈정거리는 투가 역력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논란과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태 씨의 국회 입성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제는 부질없는 조롱이나 헛된 기대보다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가급'(최고) 신변보호 대상인 태씨에 대한 경호 문제는 어쩌면 부차적이다. 국회의장 이상의 특급 경호를 받아야 할지도 모를 초선의원의 존재가 현재로선 상상이 쉽지 않다.

아직도 여전히 북한 최고위층에 형제와 친척이 있다는 태씨에 대한 보안 문제는 딜레마 같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전향한 자유민주주의자로서 장관급 공직에 올랐지만 국가 기밀에 대한 접근은 아무래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때문에 태씨를 공천한 미래통합당이 연대보증 해야 한다는 농반진반 얘기도 나온다.

유튜브 방송 '왈가왈북'을 운영하는 유영호씨는 전화통화에서 "개인적으로 (태씨의 국회 입성을) 반대하지만 오히려 잘된 측면이 있다"며 "국회라는 엄중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검증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출직 지위를 얻은 이상 북한 내 행적부터 탈북·망명 과정까지 모든 게 불투명한 태씨의 본 모습부터 가감 없이 밝히는 게 이런 우려 아닌 우려를 해소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태씨는 출마 직후부터 그리하는 게 당연한 도리 아니었을까 싶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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