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주차된 빨간색 승용차만 보면 달려 나와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놓고 사라진 80대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20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50대 여성인 A씨는 지난 2월 통영 서피랑 마을 인근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에 돈과 음식을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혼자 차량을 운행하는 A씨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불안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통합관제센터 CCTV를 분석한 결과 홀로 마을에 사는 거동이 불편한 86살 할머니가 이런 일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치매를 앓고 있던 이 할머니는 자신의 집 앞에 아들의 차량 색깔과 같은 빨간색 차량이 주차될 때마다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몰래 두고 사라진 것이다.
이 할머니는 30여 년 전 남편을 여의고 홀로 2남 4녀를 키웠다. 이 중 다섯째인 장남을 제대로 공부를 시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다고 한다.
아들은 몇 년 전까지 어머니 집 근처에 살았지만, 지금은 타지에서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자인 A씨는 "불안한 마음이 해소됐지만, 뭔가 모르게 가슴이 찡하게 울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할머니가 남겨 둔 21만 원을 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