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코로나 쇼크' 역대급 경제 지표 충격파

고용 지표 '최악' 취업자수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
은행권 대출 증가폭 역대 최대, 특히 기업대출 증가세 급증…나라빚도 사상 최대
코로나로 경제 생활 영위 되지 않으면서 경제 성장에 큰 타격
올해 韓 경제성장률 역성장 전망, 전세계 경제성장률 -3.0%
전문가들 "경제 영향 하반기까지, 구조 조정·임금 조정 불가피할 수도"

1.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다 사상 최대?

이쯤이면 '코로나 쇼크'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 '역대 최저'를 경신한 지표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건 고용 지표다. 지난달 취업자 수(2660만 9000명)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아예 구직활동 없이 '쉬었음'이라고 답한 사람은 236만6000명, 일시 휴직자는 160만 7000명을 기록해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경제 활동 인구는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취약 계층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임시근로자가 42만명 줄며 1998년 12월(-44만7천명) 이래 최대폭 감소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때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충격이 미친 셈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고용이 무너지면서 '은행권 대출'은 무섭게 늘고 있다. 가계·기업 할 것 없이 3월 은행권 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 대출은 9조 6000억원 증가해 지난달에 이어 역대 최대 증가액을 경신했다. 기업대출의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18조 7000억원 증가했다. 200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일 뿐 아니라 종전 최대치 2014년 1월 10조 9000억원을 훨씬 웃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줄이 막히자 대기업들이 은행에 손을 벌리면서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나라 '빚'도 사상 최대다. 지난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54조 4천억원. 199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적자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1743조 6000억원. 중앙·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돈은 728조 8000억원. 모두 사상 최대다. 경기 둔화로 인한 기업 실적 부진으로 세입은 줄어든 반면 쓸 돈이 많아 적극적인 재정 집행을 하면서 생긴 일이다.

2. 나빠진 지표들, 핵심에는 '경제 성장'

경제 지표가 잇따라 사상 최악이라고 나오는 것에는 '일관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경기가 나빠지다보니까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지표들까지 전체적으로 다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생활 자체가 영위되지 않으니 성장은 언감생심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모든 지표들이 다 나빠지고 있다"고 봤다.

가장 핵심에는 경제 성장률이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 지표가 나빠지면서 고용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면서 "작년 같은 경우 고용 상황이 나빠져 있었는데 올해 코로나 사태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경제 성장이 안 되다보니 경제 성장의 하위 지표들인 일자리, 국민 소득 관련 지표들이 다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23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발표된다. 작년 1분기 경제가 전기 대비 -0.4% 성장을 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과 전망기관들은 국내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 안팎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1%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하는 것이다.

3. 우리나라만 이래? 세계는 어떤 상황?

IMF는 한국 뿐 아니라 올해 세계의 경제성장률을 아예 -3.0%로 대폭 낮췄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다. -3.0%라는 수치는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공식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0년 이후 최저치다.

IMF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6개국 중 가장 높고 전망치 하향 조정폭도 가장 작은 수준이다. 미국·유로존·일본 등 선진국 그룹의 성장률은 7.7%포인트 낮아진 -6.1%, 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개도국 그룹의 성장률은 5.4%포인트 하향 조정된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선 긍정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선방을 한데다 신속한 경기 대응 대책이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이미 한국 경제가 하강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충격이 덜했다는 관점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 등 모든 국가들이 엄청난 재정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그만큼 전세계가 경기 회복 대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국도 과거 이상으로 정부가 지원이나 투자를 해야하는데 문제는 이미 재정 투입 카드를 쓴 탓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4. 경제 지표 안 좋은 게 무슨 상관? 취업 안될 수 있어... 정규직? 임금이 깎일 수 있으니까!

사실 최악의 고용 지표는 이미 코로나19가 한창인 2월말 3월에 예상된 바다. 자영업자 사장님들은 "코로나로 죽든지 돈이 없어 죽든지"라고 호소하며 문을 닫은 것은 물론 아르바이트생들도 상당수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경제 지표는 지난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추세' 등을 통해 미래의 상황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사상 최악의 경제 지표들을 보면서 하반기에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고, 우리나라가 괜찮더라도 해외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수출 등의 문제가 여전하다"면서 "경제 활동이 원상복귀되도 손해는 그대로여서 바로 회복은 어렵다. 다섯달 여섯달 손해가 난 상황에서 돌아와도 빚이 없어지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지표가 더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코로나가 어떻게 되느냐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인데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면서 "수출 통계, 산업활동 동향 등이 줄줄이 나올텐데 좋아질 이유가 현재로선 없다"고 예상했다.

성태윤 교수는 "코로나19에 의한 충격은 적어도 3분기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면서 "문제는 코로나19 안정이 되면 다 되는 게 아니고 그 이전에 나빠졌던 부분이 올해 내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기 자체가 가라앉은 데다 기업 부담이 커졌고 생존의 문제까지 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어떻게 하면 고용을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고민을 할 것"이라면서 "기업들 입장에서도 임금과 고용 유지를 함께 하는게 어려울 텐데 임금 조정, 구조조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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