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권에서 거론되는 잠룡은 9명 정도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종석 전 청와대 실장 등이다.
◇ '원톱' 이낙연…당권도 장악할까
특히, 야권의 잠룡 1위였던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여유 있게 제치면서 이 전 총리의 위상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 전 총리는 이미 네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된 데다, 전남도지사를 지낸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최장수 총리까지 지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전 총리의 과제는 당 장악이다. 상대적으로 당내 계파가 없다는 게 이 전 총리의 약점으로 꼽힌다.
기회는 올 여름에 열리는 전당대회다. 새로운 당 대표 선거에서 이 전 총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당내 세력을 확실하게 모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 전 총리가 직접 당 대표 후보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대선에 나가려면 당 대표는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당규 때문이다. 그렇게되면 이 전 총리는 당권을 쥐더라도 6개월 만에 자진 사퇴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 살아 돌아온 김두관·이광재...대권 '청신호'
김두관 의원은 험지로 불리는 경남 양산을에서 당선됐다. 애초 경기 김포갑 현역 의원이었는데, 당의 요청으로 양산에 내려가서 힘겹게 살아 돌아온 것이다.
김 의원은 2010년 민주당 최초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서 대권주자 후보로 거론됐지만, 2012년 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지사직을 내려놓고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이후부터 대권주자 반열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지역주의를 뚫고 양산을에서 당선되면서 그의 행보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광재 전 지사 역시 원주에서 당선되며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켰다.
이 전 지사는 2011년 1월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아 피선거권이 박탈됐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특별사면되면서 재기의 기회를 얻었고, 이번 총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중책을 수행했다.
이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좌희정, 우광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함께 이 전 지사가 노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단 얘기다.
이 전 지사는 강원도 출신으로 지역색깔이 옅은 점과 친노(親盧) 의원들과 인연이 두텁다는 게 장점이다.
◇ 이재명·김경수·박원순…지차체장의 존재감
이들은 총선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신분 때문에 두드러진 활약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코로나19 정국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경수 지사는 지난 3월 유력 정치인 중에서는 최초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일환으로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
이재명 지사는 4월부터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을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고 밝히며 행정업무에 착수했고, 박원순 시장도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최대 5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당장 행정력을 동원해 코로나19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실력발휘를 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재명 지사와 김경수 지사는 각자 진행 중인 재판이 있다는 점이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지사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고, 김 지사는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 유시민·임종석·김부겸…안갯속 전망
유시민 이사장과 임종석 전 실장이 그 주인공이다.
여권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통하는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범여권이 180석을 차지해야 된다고 본다. 희망사항"이라고 얘기해 논란이 촉발된 바 있다.
유 이사장은 아직까지 대권을 포함한 공식적인 정계 복귀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유 이사장의 대권 행보를 예측하는 의견이 많다.
유 이사장은 지난 15일 KBS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에 출연해 "정치 비평은 저 나름으로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지난 3년간 해왔는데 이제는 다른 분이 하시게 좀 멈추고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서 남은 임기 1년 반의 책임을 끝까지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 역시 이번 총선에서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해 민주당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돌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조용한 생황을 해왔다.
올해 초 선가가 다가오면서 당 지도부가 임 전 실장의 역할을 요구하며 다시 출마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끝내 어떤 공식 직함도 맡지 않았었다.
임 전 실장은 아직까지 향후 행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없다. 다만 그 주변에서는 임 전 실장이 당권이나 대권에 생각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전 청와대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문 의원들과도 가까우면서 86그룹의 대표격인 임 전 실장이 당권이나 대권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지난 총선 당선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라 대권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당장은 향후 행보가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