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동안 정치를 주도해온 보수정당이 이렇게 풀썩 주저 앉은 모습은 놀랍기까지 하다.
17대 때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계보를 잇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한석 차이로 제1당이 된 것을 빼고는 우리 총선의 역사는 대부분 미래통합당 계열의 보수정당이 압도적인 1위나 과반 의석 등을 차지해 온 보수의 독무대였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고 "여당이 너무 이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를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다.
그마나 공개적으로 예견한 사람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거의 유일하다. 그마저도 말도 안되는 '입방정을 떤다'는 비판을 더 많이 들었다.
총선 결과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치 주류가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었다는 분석부터 통합당이 흐름을 반전시킬 선거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 능력을 놓고 찬사를 보내면서 판세가 여당에게 크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외신의 진단도 있다.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다른 선진국보다 신속·정확한 판단과 실천으로 세계적인 모범이 됐다는 점은 정부·여당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단번에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여당이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였다고도 볼수 있다. 그럼 이런 이유가 180석이라는 '공룡 여당'이 탄생하게 된 이유로 충분한 것일까.
선거는 '덜 잘못하는 쪽'이 승리하는 상대성의 게임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고 하더라도 야당이 그에 못지 않게 뭔가를 보여줬다면 이런 일방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통합당의 잘못보다 여권의 실정이 더 부각됐어도 상황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당이 '못해도 너무 못했다'는 게 민심의 판단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심은 여권의 잘못도 날카롭게 지켜보지만, 비판자로서의 야당의 자격도 엄격히 따진다.
정부·여당을 견제하려면 야당도 최소한의 자질은 갖춰야 한다는 게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이 내놓은 메시지다.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향수에 젖어 시장 지상주의와 해묵은 색깔론을 반복하는 세력에게는 심판자의 위치를 허락하지 않는다.
탄핵 이후 한 움큼의 반성도 없이 정부.여당의 허물을 찾기에만 골몰하는 통합당의 모습은 사안마다 '내로남불'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다.
코로나19의 방역 실패를 주장하면 할수록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사태의 '추억'이 소환됐고, 소상공인을 앞세워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폐해를 주장해도 친재벌 중심의 과거 정책이 오버랩됐다. 야당의 비판은 진정성 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3년 간의 통합당 행적이 켜켜이 민심의 바다에 쌓였다가 이번 총선에서 '응징'의 형태로 분출한 것이다.
민심은 '야당이 더이상 발목을 잡는 행태를 할수 없게 힘을 실어달라'는 여당의 요구에 정확하게 응답해준 셈이다.
이젠 통합당은 뭘 해야 할까. 그야말로 뼈를 깎는 쇄신과 환골탈태로 견제자로서 재신임을 받는 일이 우선이다. 여기에서도 실패하면 스스로 민주당 독주의 길을 열어 주는 꼴 된다. 통합당이 말하는 이른바 '좌파 독재'가 실현된다면 통합당이 일등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