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 건드리면 더 퍼뜨린다" 피해女 삭제 요청 조롱하는 해외사이트

지원단체, 피해여성에게 위임장 받아 해외 불법사이트에 영상 삭제 요청
사이트 관리자들 "여성 사진 내놔라", "성의있게 요청하라"며 조롱
삭제 요청 가이드라인 제시하며 "심기 건드리면 재유포하겠다" 으름장도
방심위 "국내 접속 차단·블러 처리 등이 최선"
"국제 공조수사 확대 필요…불법 촬영물 심의기관 예산 늘려야"

(사진=자료사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피해 사진과 영상물이 온라인에 남아 재유포되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여성 측이 해외 불법 포르노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등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도 사이트 운영자들은 방관하거나 조롱을 일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반하장' 해외 불법 사이트 "너네가 뭔데 지워달라 하느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피해 촬영물 삭제를 요청한 게시글에 해외 불법 포르노사이트 관리자가 "꼭 따라야 할 규범이냐. 삭제 요청치고는 명령조다"라는 내용의 답변을 남겼다. (사진=한국사이버폭력대응센터 홈피 캡처)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피해 여성에게 위임장을 받아 여성의 사진 등이 올라온 플랫폼 관리자에게 삭제를 요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사성 등에 따르면 대다수의 해외 불법 포르노사이트는 삭제 요청에 불응하며 피해 여성을 모욕하는 등 2차 가해를 일삼고 있다.

지원 단체들이 삭제 요청을 하기 위해 불법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남기거나 메일을 보내면 최소 일주일을 넘겨야 답변이 오는데, 아예 회신이 오지 않거나 강제 탈퇴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포르노사이트 측이 보내온 답변들을 보면 불법 촬영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저급한 인식과 피해 여성을 향한 '2차 가해'가 그대로 드러난다.

한 사이트 운영자는 "피해자 얼굴과 대조해 맞는지 확인해야 삭제해줄 수 있다"며 피해 여성의 신분증이나 사진을 요구했다. 또 다른 운영자는 "콘텐츠는 우리 것인데 너희가 뭔데 지워 달라고 요구하냐. 내가 꼭 따라야 할 규범이냐"며 "삭제 요청치고는 명령조다. 성의 있게 요청하라"며 적반하장식으로 받아치기도 했다.

모 사이트 관리자는 "요청은 수용하지만, 협박과 명령은 사절한다"며 삭제 요청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관리자는 피해여성 측이 삭제를 요청한 글들을 '좋은 예'와 '나쁜 예'로 나누며 "개념 없는 신청의 경우 앞으로 삭제하지 않고 여기저기 더 퍼뜨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해외 불법 포르노사이트 운영자가 게시한 '삭제 요청 방법' 공지글. 운영자는 "협박과 명령은 사절한다"며 심기를 건드리면 피해 영상 등을 재유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홈피 캡처)
작성자가 "법적 조치를 하기 전에 게시물을 당장 삭제하라"고 하자, 관리자는 본인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재유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 작성자는 중고거래 카페에 사진을 올렸다가 피해를 봤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포르노 사이트를 관리하는 한국인 운영자가 상당수여서, 한국어로 조롱하는 내용의 답변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단체 활동가들은 설명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피해 촬영물 삭제를 요청한 게시글에 해외 불법 포르노사이트 관리자가 "꼭 따라야 할 규범이냐. 삭제 요청치고는 명령조다"라는 내용의 답변을 남겼다. (사진=한국사이버폭력대응센터 홈피 캡처)
◇방심위 나서도 해외 사이트는 속수무책 "국제 공조 수사 필요"

불법 촬영물 등을 심의·삭제할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삭제를 요청해도 해외 사이트는 사실상 이들의 권한 밖에 있어 관리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방심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국내 접속 차단'이다. 하지만 경로 차단에만 최소 11일이 걸리고 한 달을 넘기기도 한다. 그동안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사진 등이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건 아닌지 두려움에 떨며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국외 서버를 두는 불법 포르노 사이트에는 사실상 방심위의 강제력이 미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며 "최대한의 조치는 국내 접속 차단, 블러 처리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방심위에서는 담당자 35명이 24시간 게시물을 심의하고 있어 삭제 인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랜 기간 피해 여성들을 지원해온 관계자들은 해외 사이트에 판치고 있는 불법 촬영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심의기관에 대한 지원 확대와 국제 공조수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사성의 한 활동가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이를 '돈이 크게 되는 사업'으로 생각해 피해 여성들의 삭제 요청마저 무시하고 있다"며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는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 공조 수사를 하고 서버를 완전히 파괴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사성 서승희 대표는 "방심위와 같이 불법 촬영물을 심의·삭제할 수 있는 기관에 더 많은 관리 인력을 둬야 한다"며 "해당 기관들에 예산을 조달하는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야 실제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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