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8시쯤 종로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강훈은 마스크나 모자를 쓰지 않은 채 청사 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 앞에 섰다. 남색 점퍼에 흰색 운동화를 신었다.
강씨는 '본인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께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이었다.
'조주빈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게 맞는지', '손석희 사장의 사기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신상공개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날 경찰서 앞에는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소속 활동가 4명도 나왔다. 이들은 강씨를 싣은 호송차를 향해 "그 방에 입장한 너흰 모두 살인자다! N번방에서 감방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강씨는 2001년 5월생으로 민법상 미성년자(만 19세 미만)이다. 다만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성폭법)이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청소년보호법은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1일을 맞이한 사람은 청소년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해석에 따라 강씨는 미성년자로서는 신상이 공개된 첫 번째 사례, 조주빈에 이어 성폭법에 근거해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두 번째 사례가 됐다.
강씨 측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처분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이 강씨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신상공개는 예정대로 이뤄졌다.
강씨는 조주빈의 오른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사방'의 회원들을 모집, 관리했고, 암호화폐로 받은 범죄수익금을 현금화해 조주빈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강씨는 지난해 윤장현 전 광주시장 등 유명인을 상대로 벌인 조주빈 일당의 사기 행각에서 텔레그램으로 직접 접근하며 미끼를 던진 것으로도 파악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