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반발했던 곳 '그래도 표는 여당에'…정부 정책엔 탄력

경기 고양정, 서울 양천갑 등에서 여당 깃발
정부 진행‧대기 중인 부동산 정책 추진에도 그린라이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이 두드러졌던 지역구에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 지역구에서는 '부동산 심판론'을 내세운 야당의 선전이 있었지만, 상당 지역은 여당이 자리를 지키거나 오히려 탈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총선 결과가 그동안 규제 기조를 보였던 정부 부동산 정책에 전반적으로 탄력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與, 부동산 정책 반발 컸던 일부 지역선 승리…강남3구선 줄 패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163석과 비례대표 17석을 차지했다. 의석 과반은 물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까지 뛰어넘을 수 있는 수적 우세를 거둔 것이다.

이 같은 압승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의 선전이 큰 몫을 차지했는데, 여기에는 정부의 그간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여러 규제를 받았던 지역들도 포함됐다.

경기 고양 창릉 등 정부의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에 반대 여론이 들끓던 경기 고양정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3기 신도시 백지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미래통합당 김현아 후보가 44.8%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53.4%를 얻은 민주당 이용우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 지역구 현역 의원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악화한 지역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상황에서 전략공천된 이 후보에게도 판세가 불리하다는 예측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파란 깃발'이 유지된 것이다.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지지부진한 상태인 서울 양천구 목동의 재건축 사업이 달려 있는 양천갑 지역구의 경우도 민주당 황희 의원이 51.8%를 득표해 44.9%의 지지를 얻은 통합당 송한섭 후보에게 승리를 거뒀다.

이처럼 당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GTX-A노선 킨텍스역이 예정된 고양정을 비롯해 해당 지역구들에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비중이 집주인들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 승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적정 분양가 책정을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속한 서울 강동을 지역구도 마찬가지다.

일반물량만 5천 가구에 이르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코로나19 등으로 한 차례 유예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고자 HUG의 고분양가 규제에 이어 '후분양'까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민주당 이해식 후보가 54.5%의 득표율을 기록해 42.0%를 얻은 통합당 이재영 후보를 꺾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작년 5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재준 고양시장,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 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장덕천 부천시장. (자료사진=노컷뉴스)
반면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는 송파병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지역구에서 모두 미래통합당 소속 후보들이 승기를 거뒀다.

정부가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 책정을 개선하겠다"며 토지‧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상향 조정하면서 동시에 다주택자 등의 종합부동산세율을 올리는 등 보유세 인상 조치를 벌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역시 여러 정비사업이 걸려 있는 이들 강남 3구 지역의 집주인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에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세인 지역구였는데도 지난 20대 총선에서 여당 의원이 당선됐던 강남을, 송파을에서 야당이 자리를 재차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강화된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을 적용받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민심이 멀어졌던 대구 수성구 지역도 마찬가지다. 수성갑의 통합당 주호영 후보와 현역인 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모두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결과는 59.8%를 얻은 주 후보가 39.2%를 얻은 김 후보에 승리했다.

◇보유세 강화와 전월세 상한제 등 정부 정책 힘 받을 듯

그럼에도 여당이 큰 승리를 거둔 총선 결과는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도 '그린라이트'를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에 열린민주당의 몫을 더하고, 부동산 규제 드라이브에 힘을 실을 만한 범여권 세력의 수를 고려하면, 이 같은 방향에 탄력이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2·16 부동산 대책 중 전세대출 규제방안이 시행된 1월 20일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김진유 교수는 "3기 신도시로 인해 경기 고양정 등에는 오히려 GTX 등 교통 인프라 건설에 속도가 붙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상대적으로 공공분양의 비중이 큰 3기 신도시의 특성을 고려하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해득실을 따져볼 만한 사안이었다"며 "서울 강남에서조차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된 이들은 소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피해에서 벗어난 이들이 유권자의 대부분인 데다 유세 과정에서 여러 여당 의원들이 이 같은 세율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배려하겠다'는 점을 어필한 것도 여당 소속 후보들이 승리하는 효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보유세 강화나 분양가 상한제, 대출 규제와 전월세 상한제 등 정부가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각종 정책이 힘을 받게 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주택 관련 정책은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 규제 등 이전에도 법보다는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는 선에서 종종 이뤄졌다"며 "이번 선거 결과가 이에 한 번 더 힘을 실어준 셈인데, 더욱이 이제는 주택법 등 자체를 변경하기도 훨씬 수월해진 상황이라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전문가는 올해 주택 가격 변동에 대해서도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증가나 큰 폭의 하락 모두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부동산114 임병철 수석연구원 역시 "부동산 정책이 총선 전 지역에서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며 "정부 정책이 지지는 받겠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투자 수요 자체가 워낙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더한 강공책을 내놓을 유인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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