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 같은 총선 결과가 그동안 규제 기조를 보였던 정부 부동산 정책에 전반적으로 탄력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與, 부동산 정책 반발 컸던 일부 지역선 승리…강남3구선 줄 패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163석과 비례대표 17석을 차지했다. 의석 과반은 물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까지 뛰어넘을 수 있는 수적 우세를 거둔 것이다.
이 같은 압승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의 선전이 큰 몫을 차지했는데, 여기에는 정부의 그간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여러 규제를 받았던 지역들도 포함됐다.
경기 고양 창릉 등 정부의 수도권 3기 신도시 정책에 반대 여론이 들끓던 경기 고양정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3기 신도시 백지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미래통합당 김현아 후보가 44.8%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53.4%를 얻은 민주당 이용우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 지역구 현역 의원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악화한 지역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상황에서 전략공천된 이 후보에게도 판세가 불리하다는 예측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파란 깃발'이 유지된 것이다.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지지부진한 상태인 서울 양천구 목동의 재건축 사업이 달려 있는 양천갑 지역구의 경우도 민주당 황희 의원이 51.8%를 득표해 44.9%의 지지를 얻은 통합당 송한섭 후보에게 승리를 거뒀다.
이처럼 당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GTX-A노선 킨텍스역이 예정된 고양정을 비롯해 해당 지역구들에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비중이 집주인들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 승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이후 적정 분양가 책정을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속한 서울 강동을 지역구도 마찬가지다.
일반물량만 5천 가구에 이르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코로나19 등으로 한 차례 유예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고자 HUG의 고분양가 규제에 이어 '후분양'까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민주당 이해식 후보가 54.5%의 득표율을 기록해 42.0%를 얻은 통합당 이재영 후보를 꺾었다.
정부가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 책정을 개선하겠다"며 토지‧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상향 조정하면서 동시에 다주택자 등의 종합부동산세율을 올리는 등 보유세 인상 조치를 벌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역시 여러 정비사업이 걸려 있는 이들 강남 3구 지역의 집주인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에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세인 지역구였는데도 지난 20대 총선에서 여당 의원이 당선됐던 강남을, 송파을에서 야당이 자리를 재차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강화된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을 적용받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민심이 멀어졌던 대구 수성구 지역도 마찬가지다. 수성갑의 통합당 주호영 후보와 현역인 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모두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결과는 59.8%를 얻은 주 후보가 39.2%를 얻은 김 후보에 승리했다.
◇보유세 강화와 전월세 상한제 등 정부 정책 힘 받을 듯
그럼에도 여당이 큰 승리를 거둔 총선 결과는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도 '그린라이트'를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에 열린민주당의 몫을 더하고, 부동산 규제 드라이브에 힘을 실을 만한 범여권 세력의 수를 고려하면, 이 같은 방향에 탄력이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피해에서 벗어난 이들이 유권자의 대부분인 데다 유세 과정에서 여러 여당 의원들이 이 같은 세율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배려하겠다'는 점을 어필한 것도 여당 소속 후보들이 승리하는 효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보유세 강화나 분양가 상한제, 대출 규제와 전월세 상한제 등 정부가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각종 정책이 힘을 받게 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주택 관련 정책은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 규제 등 이전에도 법보다는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는 선에서 종종 이뤄졌다"며 "이번 선거 결과가 이에 한 번 더 힘을 실어준 셈인데, 더욱이 이제는 주택법 등 자체를 변경하기도 훨씬 수월해진 상황이라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전문가는 올해 주택 가격 변동에 대해서도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증가나 큰 폭의 하락 모두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부동산114 임병철 수석연구원 역시 "부동산 정책이 총선 전 지역에서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며 "정부 정책이 지지는 받겠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투자 수요 자체가 워낙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더한 강공책을 내놓을 유인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