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명했던 여당의 승리도 야당의 패배도 정당 역사에 남을 정도로 찾아보기 어려운 결과다.
이렇게 거대 양당 사이에 유례없는 격차가 발생했지만, 거대 양당과 나머지 정당들 사이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했다.
20석을 가졌던 민생당은 지역구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했고, 정당지지율 또한 3%에 미치지 못해 비례의석도 가져오지 못하며 '무의석'(無議席) 수모를 겪었다. 제3정당에서 원외정당으로 전락한 것이다.
정의당도 창원성산(여영국)을 잃고, 심상정 대표(고양갑)만 살아남았다. 비례를 합쳐서 6석으로 겨우 현상유지를 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국토대종주 마라톤에도 지난 총선 같은 돌풍은 일으키지 못했다. 비례 3석에 그쳤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중심으로 38석을 가져가면서 제3의 중간지대가 열리는 듯했지만, 이번 선거로 양당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승자독식의 양당제 폐해를 막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총선에 처음 적용됐지만, 결과는 거대 양당의 독식이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등의 무모한 도전으로 어렵게 균열을 냈던 지역주의가 다시 강화됐다는 점도 이번 총선의 특징이다.
서울의 경우 통합당이 현역으로 있던 강북갑, 도봉을을 민주당이 빼앗아왔다. 반면 보수세가 강한 강남권에서는 강남을과 송파을을 통합당이 가져갔다.
한강을 기준으로 여당과 야당으로 정치지형이 확연히 갈린 것이다.
'강북의 강남'인 용산도 다시 통합당으로 넘어갔다.
지역별 이분화가 심화된 것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호남은 28석 가운데 한곳을 뺀 27석을 민주당이 석권했고, 통합당은 대구·경북 25곳을 싹쓸이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두 지역에서 양당이 서로 두 석씩을 내주면서 조금이나마 지역구도를 희석했었다.
민주당이 부산·경남(PK)에서 8석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2석이 줄었다. PK도 다시 보수색이 짙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