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판세로 선거에 임한 더불어민주당은 2004년 이후 16년 만에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향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큰 힘을 보태게 된 반면, 미래통합당은 보수정당 최초로 전국단위 선거 4연패라는 초유의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이게 됐다.
◇지역구 과반도, 180석도 모두 최초인 민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선거에서만 과반인 163석을 확보하며 확실한 제1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비례위성정당으로 총선 후 합당이 확실시 되는 더불어시민당까지 17석을 얻으며 180석을 확보했다.
과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에 힘입어 152석을 확보했던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6년 만이고, 180석 이상을 얻은 것은 범진보 정당 사상 최초다.
개헌 가능선인 200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요건이 상임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기 때문에 180석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적지 않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여야 4+1 협의체'를 구성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과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본 경험이 있다.
전 상임위에서 위원을 5분의 3 이상 배치하게 된다면 모든 안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돼 이론상으로는 모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분열됐던 보수진영을 다시 수복해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으로 선거를 치른 보수진영이지만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당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정통 보수당이 전국단위 선거에서 4번 연속 패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을 얻은 것을 제외하면 지역구에서는 84석만 얻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나마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에서 선전을 해 최후의 보루는 지켰지만, 거꾸로 보면 전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해 영남에 갇히게 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에서 압승을 거뒀다.
서울 49곳 중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강남3구 일부와 용산을 제외한 41곳을 가져왔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불의의 일격을 당해 지역구 대부분을 빼앗겼던 정서적 고향 호남에서는 무소속 이용호 당선인에게 내준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제외하고는 27석을 모두 싹쓸이했다.
경인 권역에서도 경기 59석 중 51석을, 인천 13석 중 11석을 가져오면서 완승했다.
충청에서의 약진도 인상적이다.
대전에서 7개 지역구 모두에서 승리했고, 충북에서 8석 중 5석을, 충남에서 11석 중 5석을 가져오며 충청권역 전체적으로 과반 이상을 확보했다.
강원에서도 선전을 펼쳤다. 지난 총선에서 1석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3개 지역을 탈환했다.
통합당은 강원과 대구, 경북, 울산, 부산, 경남으로 내려오는 동해안 벨트를 지켜냈다.
대구는 12석 모두를 석권했다.
컷오프에 반발한 홍준표 전 당대표가 수성을에 출마해 통합당 이인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통합당 복귀가 유력해 사실상 통합당의 승리로 봐야 한다.
경북에서는 13석 모두를 가져왔다.
울산에서는 북구 1곳을 제외한 6석 중 5석을, 부산에서는 북강서갑과 남구을, 사하갑 등 3곳을 제외한 18석 중 15석을 가져가면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남에서도 김해갑, 김해을과 양산을을 제외한 12석을 가져왔다. 홍 전 대표처럼 컷오프 후 산청·함양·거창·합천에 출마해 당선에 성공한 무소속 김태호 후보도 조만간 복당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통합당, 두 거대 양당을 제외하고 지역구 당선인을 낸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3선에 성공하며 진보정당 최초의 4선 의원을 예약했다.
선거법 개정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면서 다당제의 가능성이 제기됐었지만, 거대 양당이 모두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오히려 양당체제가 공고화됐다.
통합당이 만든 비례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정당 득표율 34.3%를 기록하며 병립형 7석, 준연동형 12석을 각각 확보해 19석을 얻었다.
민주당이 만든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도 33.1%로 병립형 6석, 준연동형 11석을 확보해 17석의 정당이 됐다.
두 당은 36석을 가져가며 비례대표 47석의 77%를 독식하게 됐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열린민주당은 원내 진입 장벽인 3%를 넘었지만 두 위성정당으로 인해 남은 11석을 나눠 가지는데 그쳐 향후 거대 양당의 독주를 제지하거나 갈등을 중재하는 등의 역할을 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스스로를 '민주당의 효자'라고 주장하는 열린민주당이 민주당과 같은 행보에 나설 경우 양당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20석으로 현재 원내교섭단체인 민생당은 원내 3당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의 분당과 통합 과정에서 보인 불협화음과 대권주자급 리더십의 부재 등으로 인해 지역구에서 참패한 데 이어 비례 득표율도 2.7%에 그치면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