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시청률은 지난달 27일 첫 방송에서 6.2%(이하 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시작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지난 11일 전파를 탄 6회에서 18.8%를 기록했다.
이는 '스카이 캐슬'(최고 23.8%)에 이은 역대 JTBC 드라마 시청률 2위다. '부부의 세계'가 단 6회 만에, 그것도 '19금'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시청률 20% 돌파를 목전에 뒀다는 점에서 '스카이 캐슬'을 넘어설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둔 '부부의 세계'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불륜을 다뤘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과감한 선택들이 주효했다"며 이 드라마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흔히 '시청률 안 나온다'는 19금 드라마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는 굉장한 도전이다. 첫 회 만에 불륜 사실을 드러낼 만큼, 기존 비슷한 소재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속도감으로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세계의 깊이에 주목하게 된다. '부부의 세계'라는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관찰자 시점으로 그 세계를 깊이 탐구함으로써 '부부의 세계는 과연 완벽할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정 평론가는 "기존 익숙한 불륜극은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서로 치고받는 과정에서 본인이 오롯이 희생하거나 감내하는 신파적인 흐름이 주를 이룬다"며 "반면 '부부의 세계'는 극중 인물들이 지닌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일종의 화학 실험처럼 접근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불륜'이라는 촉매제를 집어넣음으로써 '부부'라는 덩어리를 잘라내고 뜯어내면서 화학 반응을 관찰하는 듯하다. '부부 관계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실험값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로 인해 법률적 문제나 인간 관계의 변화, 무엇보다 자식 문제가 얽혀 있다는 사실을 끄집어내면서 누구도 완벽한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전한다."
◇ "시청자들 높아진 눈높이 맞춰 결말까지 뚝심으로 밀어붙여야"
이를 두고 정 평론가는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으로, 거기까지 나아가지를 못했다"며 "자식이 얽혀 있는 까닭에 이혼한다고 해서 부부의 세계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셈"이라고 평했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와 이른바 막장 드라마를 가르는 차이는 종잇장만큼이나 얇다. 인물의 심리를 다루는 디테일이 관건인데, 결국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야만 한다. 주인공이 과감한 선택을 할 때 시청자들이 '어떻게 저게 가능해?'가 아니라 '저럴 수도 있지'라고 납득하면 막장 드라마 꼬리표는 면하는 법이다. '부부의 세계'는 이 부분에서 성공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기대에 못 미치는 다소 상투적인 결말로 시청자들 원성을 샀다. '부부의 세계'가 이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뚝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눈치보지 말고 밀어붙여도 된다"고 정 평론가는 당부했다.
"제목처럼 이 드라마는 부부의 세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실체는 무엇인가'를 찾는 데 방점을 찍어야만 한다. 허무맹랑하게 봉합하거나 자극에 자극을 더하는 방식으로 일만 키우면 시청자들은 금방 질릴 것이다. 첫 회에서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는 주인공 지선우의 대사는 이미 그 세계가 완벽하지 않다는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이 드라마의 화두는 그 세계의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대안을 고민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정 평론가는 "19금 드라마라는 핸디캡에도 '부부의 세계' 시청률이 20%를 넘본다는 것은 그만큼 성인 시청자들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며 "한국 시청자들은 이미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를 통해 훨씬 자극적인 틀 안에서도 값진 메시지를 잡아내는 수많은 외국 드라마를 접하고 있다. 과정과 결과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요구 사항을 만족시킨다면 '부부의 세계'는 성공한 드라마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