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해찬 모두 "겸손한 자세" 강조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2일 종로구 구기동 유세 현장에서 "우리 민주당 안에 있는 사람도, 때로는 밖에 있는 분이 더 심하게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곤 한다"며 "그런 일은 조심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을 겨냥해 "누가 국민의 뜻을 안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가"라고 말한 뒤 "이제까지 기자들로부터 수없이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자신은) 한 번도 그에 대해 숫자를 언급하거나 어느 쪽 방향을 말하거나 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이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전체적으로 선거 판세가 민주당 압승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면서 "비례 의석을 합쳐서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이 위원장은 "국민의 뜻은 늘 준엄하다. 국민 앞에 늘 심판받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임하고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이 말씀을 우리 당원 동지와 지지자들에게 거듭거듭 드린다. 내가 나부터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이날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출마하는 소병철 후보와의 정책협약식에서 "최근 당 밖에서 우리가 다 이긴 것처럼 의석수를 예상하며 호언하는 사람들은 저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결코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모두가 자중자애하면서 더 절박하고 더 간절하게 호소하고 몸을 낮춰 국난 극복을 위한 지지를 호소해야 겨우 이길까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오만한 발언, 중도층에 거부감" 우려도
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지역구 130석 플러스 알파, 알파의 크기는 클수록 좋지만 180석 논쟁이 알파의 크기를 축소시킬 위험성이 크다"며 "모두들 제발 3일만 참아 주셨으면 한다"고 자중을 촉구했다.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다 끝난 것처럼 오만한 태도는 안 된다"며 "선거는 하루만에도 민심이 요동친다. 출발선부터 보면 결승선이 거의 다 온 것 같지만 남은 기간 충분히 결과는 바뀔 수 있다"며 겸손을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시·도당이 자체적으로 판세 분석을 한 결과를 봐도, 민주당이 우세와 경합 우세 지역에서 승리한다는 전제로 경합 지역에서 절반만 이겨도 170석은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범여권 압승 전망에 조심스러워하는 건 보수층의 결집과, 자칫 오만함으로 비춰질 우려 등을 의식한 대응인 것으로 풀이된다.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과 최창렬 교수는 "(유 이사장의 발언은) 이미 대세가 (범진보로) 기울었으니 우리를 찍어달라는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를 노리고 한말 같은데, 이는 중도 유권자들에게 굉장히 거부감을 줄 수 있다"면서 "민주당도 이를 의식하고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진영은 일제히 유 이사장의 '범여권 180석' 발언을 빌미 삼아 공세에 나섰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종로 청계광장에서 열린 대국민 호소 집중유세에서 "지금 문재인 정권의 오만이 극에 달했다"며 "이런 무도한 정권, 우리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통합당 유승민 의원도 "엊그제 정권 핵심실세(유시민)가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며"우리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민주당을 지지해서 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면 앞으로 우리 국민들은 정말 겪어보지 못한 문재인 독재가 시작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