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성착취, 범죄단체 못 미쳐도 중형 가능"

성인 피해자 상대 처벌기준은 여전히 미흡…지적도

(사진=연합뉴스)
대검찰청이 조직적인 성착취 영상물 제작 사범에 대해 최소 징역 15년에서 최고 무기징역까지 구형하는 새 사건처리기준을 내놨다. 범죄단체 수준의 조직성을 갖추지 않아도 개인 단위가 아니라 여러 명이 범죄에 함께 가담했다면 엄중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대검이 지난 9일부터 시행한 '성착취 영상물 사범 사건처리기준'에 따르면 조직적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할 경우 주범은 징역 15년 이상부터 구형하도록 하한을 높였다. 개별적 제작사범의 경우 징역 7년 이상이 기준이다.

기존에는 조직적·개별적 범죄 여부를 가리지 않고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의 법정형 하한인 '5년 이상 구형'으로 일괄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n번방·박사방 등 조직적인 성착취물 제작·공유 범죄가 발생하면서 가해자들을 죄질에 상응하게 처벌하기 위한 기준을 새로 만든 것이다.

이번 기준은 성착취물 범죄가 다수의 묵인과 방조, 참여 하에 조직적으로 일어났을 때 반드시 엄중한 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재 검찰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공범들을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할 수 있을 지 검토하고 있지만, 해당되지 않더라도 중형은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한 셈이다.


n번방이나 박사방은 입장비를 내거나 각자 일정한 역할을 맡아야 활동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조직성을 드러내지만, 전통적인 형태의 범죄단체로 의율하는 것도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법원에서 범단죄 성립 요건으로 요구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나 범죄수익의 배분 여부 등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자료사진)
그러나 대검의 한 관계자는 "범죄단체에 이르진 못할지라도 어느 정도 조직성을 띤 성착취 제작·유포 범죄라면 보통의 음란물 제작보다 3배 이상 중하게 보겠다는 것"이라며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유포의 법정형이 이미 높기 때문에 범단죄가 적용되지 않아도 엄중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서는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을 제작 했을 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영리 목적으로 유포했을 때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영상물을 소지한 것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 수위가 크게 차이나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기회로 대검이 성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처리 공백을 메운 의의는 있지만 한계도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성착취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 아닌 성인인 경우에는 여전히 법정형이 '5~7년 이하'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정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경지검의 한 형사부 검사는 "n번방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성착취물 범죄에서 피해자가 성인으로만 한정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번 기준을 통해 조주빈 같은 가해자를 엄중처벌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성폭력 단체의 한 활동가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관련해서도 검찰의 사건처리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성인 대상 성착취물을 소위 '야동'으로 인식하고 위법성을 느끼지 못하는 남성도 많아 수요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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