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A(50)씨 등은 지난 2019년 말부터 최근까지 딸 B(21·여)씨가 동거남 C(24)씨가 시킨 조건만남에 나서고 성매매 대가로 받은 돈을 빼앗기는 등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신고를 경찰에 접수했다.
실제 B씨의 동거남 C씨는 최근 지인들을 만나 "B씨가 나에게 큰 빚을 져 조건만남을 통해 번 돈을 하루에 20만 원에서 30만 원씩 갚고 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B씨에게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여성들을 만나 술값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B씨는 부모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C씨를 신고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취하했다. 지난 3월에는 동거남 C씨의 폭행으로 B씨가 이마 부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광주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B씨가 경찰에 "혼자 넘어져 다친 상처"라고 진술하면서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B씨의 부모들은 "B씨가 뇌수막염 치료를 위해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하면서 지적장애 증상이 있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경찰에 수차례 알렸다. 하지만 경찰은 이전에도 B씨의 가출과 실종 신고가 반복됐고 조건만남 사기에 연루된 적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의 거듭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B씨가 20살이 넘은 성인으로 정상적인 판단에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딸 B씨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광주 북구 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장기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입원 당시 B씨의 IQ는 55 수준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해당 병원은 B씨의 부모에게 B씨가 추가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치료를 받고 장애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B씨의 부모들은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딸이 동거남 C씨에 대한 두려움으로 폭행과 성 착취를 당했음에도 경찰에서 제대로 진술하지 못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에 보다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동거남 C씨가 B씨를 고의로 임신시켜 낙태를 하게 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C씨의 지인 D(22)씨는 "C씨로부터 B씨가 아이를 갖게 한 뒤 낙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E(18)씨와 F(17)씨 역시 "C씨가 B씨를 폭행하는 모습을 보거나 들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폭행을 가했으며 조건만남을 보내려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B씨의 부모들은 동거남 C씨에게 연락해 B씨를 집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자 C씨는 "집에 불을 지르겠다", "아는 형들과 찾아가 혼을 내주겠다"며 오히려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B씨에 대한 소견서 등이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었다"며 "B씨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한 경찰들은 공통적으로 B씨의 판단력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광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김금례 소장은 "장애가 있지만 아직 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이른바 '경계선'에 놓인 사람이 많다"며 "수사기관에서 장애등급이나 복지카드만으로 장애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적극적인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