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코너, 월간 아무개. 그동안 월간 정두언, 월간 유인태, 월간 박지원, 이런 분들이 돌아가면서 하셨었는데 정두언 전 의원은 우리 곁을 떠나시면서 작별을 해야 했고, 유인태 전 의원은 국회사무총장으로 가시면서 또 작별을 했고, 지금 박지원 의원만 쓸쓸히 남아 있는 상태였죠.
그러다가 드디어 새로운 멤버를 영입했습니다. 마치 인재영입 하듯이, 그렇게 오신 분. 월간 탁현민.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 만날 텐데요. ‘아니, 연출가 탁현민이 무슨 정치 평론을 해?’ 놀라실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닙니다. 무슨 얘기를 하는 월간이 될지 일단 인사를 나누고 얘기 풀어가 보죠. 어서 오십시오.
◆ 탁현민>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 김현정> 얼마 만에 뉴스쇼 오신 거죠?
◆ 탁현민> 글쎄요. 한 4, 5개월 되지 않았나.
◇ 김현정> 만만치 않은 코너예요. 아니, 안부부터 우선. 최근에 ‘코로나19 극복 응원 릴레이’라고 제가 TV에서 봤었어요. 저는 손흥민 선수 보고 방탄도 하고 봉준호 감독도 하고. 그거 탁 위원이 만드신 거예요?
◆ 탁현민> 그러니까 하여튼 늘 얘기하는 거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힘을 모아서 했고요. 코로나19 처음 저희들이 국가적으로 좀 다들 힘들 때 뭔가 위로가 되는 걸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우연치 않게 대통령께서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는 행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사관학교 졸업식에 졸업생들의 부모님이 아무도 못 오신 거예요. 코로나 때문에.
그래서 약간 쓸쓸한 졸업식이 됐는데 졸업식이 끝나고 퇴장할 때 사관생도들이, 졸업생도들이 대통령한테 뭔가 응원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너희가 응원을 받아야지 왜 응원을 하냐’ 했더니 대통령한테 하는 게 국민들한테 하는 거 아니겠냐. 되게 기특하잖아요.
그래서 ‘한번 해 보자 그러면. 뭐냐’ 그랬더니 그냥 응원구호예요. 군대 같은. 그래서 ‘저게 뭐 좋을까’ 하면서 어차피 방송 나가는 건 아니었으니까 한번 해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 기운이. 에너지가.
◆ 탁현민> 앞에 뭐 이런 저런 구호들이 붙는데. 끝나고 나서 이게 정말 국민들을 향해서 릴레이로 한번 해 보면 어떨까 하는데 그다음 주가 마침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이었어요. 그래서 ‘한번 릴레이로 받아서 하면 어떻겠니’ 하니까 좋다고.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게 해사, 육사, 그다음에 간호사까지 간 거예요. 그런데 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은 좀 특별하잖아요. 지금. 자기들 선배들이 현장에 가서 고생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이 친구들이 할 때쯤 되니까 이제는 민간에서 좀 받으면 어떨까 하는데 1순위가 방탄소년단.
◇ 김현정> 1순위가 BTS? 간호사관학교에서 뽑은?
◆ 탁현민> 그런데 이게 그냥 무작정 할 수가 없잖아요.
◇ 김현정> 섭외가 돼야죠, 일단.
◆ 탁현민> 그러니까요. 어느 정도는 서로 부탁이 돼야 되는데 이게 뭐 아주 바쁜 친구들이고 쉽지가 않은데. 한 방에 됐어요. 간호 사관학교 생도들이 요청을 하고 있다 그랬더니 두 말 않고 바로 받아주고.
◇ 김현정> 그러면 BTS, 손흥민, 봉준호 이거 지금 방송가에 있는 분들, 기자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듣기만 해도. 진짜 섭외 어렵기로 소문 난 세 팀인데 다?
◆ 탁현민> 그런데 릴레이 응원이 좀 쉽게 풀리는 게 있더라고요. 한 팀만 잡으면 되더라고요. 한 팀만 잡으면 나머지는 자기들이 또 연결하니까. 그래서 이 좋은 방법을 왜 이제야 알았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방탄소년단이 손흥민 선수에게, 손흥민 선수가 봉준호 감독에게 봉준호 감독이 배철수 씨에게 이렇게 해서 지금 계속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BTS, 역시 BTS 지금 문자들 들어오네요. 대단한 청년들이에요. 잘하셨어요.
◆ 탁현민>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그렇더라고요.
◇ 김현정> 보면서 힘들 많이 내실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바쁜 분이 어떻게 월간 코너에 참여를 하게 되셨는가 제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잠깐 좀 설명을 드리자면 몇 달 전에 저희 뉴스쇼 출연하시고 나서 그 뒤에 같이 뭘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게 됐어요. 우리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보니까 ‘아, 이런 얘기를 우리 청취자들과 함께 나누면 어떨까’. 그러니까 탁 위원이 던지는 어떤 사회 문화에 대한 화두들이 굉장히 신선한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제안을 했어요. 아까 BTS 섭외하듯이. 그랬더니 저는 ‘생각해 볼게요’ 이러실 줄 알았는데 바로 그냥 오케이 해 봅시다.
◆ 탁현민> 고정적인 일이 없으니까.
◇ 김현정> 한가해서였어요? 그거는 농담이시고. 그래서 하겠다 답을 받고 스케줄 정리하고 이러면서 시작을 하게 됐는데 월간 박지원, 월간 정두언, 월간 유인태가 정치 비평코너였다면 월간 탁현민은 ‘사회문화 비평’ 이렇게 보면 됩니까?
◆ 탁현민> 그런 정체성을 가지고 가는 게 좋겠죠. 그래야 두루 얘기하고 또 두루 피할 수 있으니까.
◇ 김현정> 문화전문가잖아요. 그런 이야기들. 그럼 오늘 첫 주제부터 들어가 보죠. 때가 때이니 만큼 선거 운동 문화 얘기를 좀 해 보면 어떨까.
◆ 탁현민> 참 예민한 주제인 것 같아요. 특히나 당장 코앞이 선거라. 선거는 어쨌든 네 편과 내 편이 갈려야 되는 거고 성패와 승패가 분명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자꾸 그냥 개인의 소신과 어떤 개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면 뭔가 비겁한 느낌이 들고 입장을 강요하거나 강요받고. 뭐 저도 그런 면에서 좀 많이 부대끼고 힘든 측면이 좀 있는데.
대개 다들 그런 입장이실 거예요. 어떤 확신이 있고 이런 것과 상관없이 꼭 내가 누구를 지지하고 어떤 당을 선택하고 누군가를 뽑았다는 것이 내 정체성을 규정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저는 좀 들어요. 그러니까 정치로 많은 부분이 규정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마는 민주주의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이라고 할까요. 혹은 약간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모르겠는데 각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치적 선택이 그 사람을 규정하는.
◇ 김현정> 너 누구 뽑았어? 너 그럼 이런 사람, 너 이런 진영. 이렇게?
◆ 탁현민> 저는 좀 거기서 계속 벗어나고 싶은데 그걸 벗어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되게 비겁하고 무책임한 사람처럼 또 인지하거나 혹은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그래서 선거 문화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참 예민하고.
◇ 김현정> 예민하죠. 그러면 오늘은 좀 규정을 해볼게요. 제가 당을 떠나서 선거운동 하는 문화 있잖아요. 진짜 이렇게 뭐 손가락을 막 펴면서 선거 유세 차량 위에 올라가서 이렇게 트로트풍의 음악을 틀어놓고 하는. 선거운동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장면, 그것에 대한 얘기. 혹은 슬로건, 공보 포스터 이런 이야기들, 이런 얘기를 좀 해 보죠.
◆ 탁현민> 그러니까 제일 선거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장면은 유세장면이잖아요. 그래서 같은 옷을 입고 자기 이름이 박힌 옷을 입고 서서 기호를 손으로 표현하면서 1번, 2번 이렇게.
◇ 김현정> 손으로 하지 마세요. 조심 조심.
◆ 탁현민> 1번, 2번. 아 3번, 4번, 5번, 6번이 또 있구나. 암튼 많은 번호를 표현하면서.
◇ 김현정> 그리고 또 거기서 특징적인 것이 꼭 점퍼 색깔은 상당히 강렬해요.
그런데 아주 그러니까 조금 냉소적으로 보자면 한 나라의 국회의원을 뽑는 거잖아요. 혹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거잖아요. 그럼 그 사람의 사상, 철학 그다음에 비전, 정말 여러 가지 검증하거나 검토하거나 판단해야 될 지점들이 많은데 단지 딱 유세만을 놓고 보면 누가 더 열심히 흔드는가. 누가 더 주목을 끄는가. 이런 것들이 화제가 되기 때문에 과연 저것을 보고, 물론 그것만 보는 건 아닙니다만 그것이 선거운동 하면 떠오르는 첫 장면이라는 건 좀 아쉽죠, 서글프고.
◇ 김현정> 다른 나라는 안 그래요? 유세 트럭에 음악 틀어놓고 확성기...
◆ 탁현민> 트럭이나 대형버스에 기호나 이미지를 표현해서 시각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데는 있죠. 거의 다 그렇게 하죠. 그러나 우리처럼 거리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춘다든지 혹은 기호를 손가락으로 표시한 후에 단순 동작을 계속 반복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거나 이런 장면은 별로 없죠,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많은 부분 조금 풀어놓은 게 있죠. 우리는 막아놨지만. 이를테면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한다거나 소규모의 그룹을 지어서 음식을 먹으면서 정책을 얘기하게 한다든지.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것들이 다 막혀 있잖아요. 예를들면 떡은 되는데 김밥은 안 된다 이런 거잖아요. 그것도 사실 되게 이상한...
◇ 김현정> 많이 모르실 거예요.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어요.
◆ 탁현민> 선거법상 아주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는 건데 떡은 간식이기 때문에 되는데 김밥은 밥이기 때문에 안 된다 이런 거죠.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이것 빼고 저것 빼고 다 빼니까 결국은 할 수 있는 게 똑같은 옷 입고 내 이름 써서 길거리에서 하얀 장갑 끼고 이거(손짓) 하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 김현정> 딱 떠오르시는 그 장면 있죠. 어느 당이든 막론하고.
◆ 탁현민> 그게 첫 장면인 것 같고. 두 번째 떠오르는 장면은 내가 무엇을 이 지역구에 해 줬는지를 끊임없이 리마인드해서 되풀이하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인 것 같아요. 어제인가 그제 제가 어떤 뉴스를 보다가 그걸 봤는데 지하철 입구에 후보가 서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로 내려가는 시민들한테 ‘이거 제가 해 드렸습니다. 이거 제가 해 드렸습니다’ 계속 그 얘기를 반복하더라고요.
◇ 김현정> 굉장히 직설적이네요.
◆ 탁현민> 그래서 과연 한 나라의 국회의원을 뽑는 기준이 지하철에 에스컬레이터를 놔줬다는 것에 대한 보은인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요.
◇ 김현정> 한 나라의 국회의원, 입법기관을 뽑는데.
◆ 탁현민>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우리의 선택의 폭이 상당히, 그러니까 선택을 하기 위한 정보의 폭이 좁구나. 좁고 단순하고 극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좀 유치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에스컬레이터를 깔아줬느냐, 안 깔아줬느냐. 잔디를 깔아줬느냐 안 깔아줬느냐. 이런 것들이 우리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 또 하얀 장갑 끼고 번호를 이렇게 손가락으로 하면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이게 어느 순간 우리가 뽑는 기준이 됐는가?
◆ 탁현민> 일종의 경쟁이 된 거죠. 왜냐하면 방송 탓이 커요. 그림이 다양하고 음악이 나오고 사람들의 동작이 나오니까 유세 장면을 내보낼 때 그것 위주로 내보내고.
◇ 김현정> 그런 것도 있네요, 진짜.
◆ 탁현민> 그러니까 그게 저쪽 팀은 12명이 모여서 어떤 노래에 맞춰서 이걸 하네? 우리는 20명이 모여서 더 큰 숫자를 만들어 내야지.
◇ 김현정> 더 흔들어봐야지.
◆ 탁현민> 더 격렬해져야지.
◇ 김현정> 더 엉덩이춤 춰야지. 이렇게 된다?
◆ 탁현민> 경쟁이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같은 유세문화 중에 하나가 슬로건도 있고 공보물도 있고 한데. 지금 집에 많이들 도착했죠, 여러분? 그거 어떻게 보세요?
◆ 탁현민> 안 보잖아요, 많은 분들이.
◇ 김현정> 많이들 안 보시죠.
◆ 탁현민> 물론 저는 보시는 분들도 있고 그게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하고 어쨌든 선거법상 그리고 국가가 일정 부분의 금액을 내서 상당히 많은 금액을 내서 모든 유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건데. 그걸 저렇게 밖에 할 수 없나 이런 생각은 들어요. 그러니까 한꺼번에 모아서 동일한 형태와 어떤 규격, 그다음에 디자인이 거의 비슷한. 그러니까 이 사람의 얼굴을 다른 데 붙여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잖아요.
◇ 김현정> 아니, 그러면 탁 의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연출가, 기획가. 아이디어 좋기로 정평난 분이니까. 내가 만약 공보물 만든다, 슬로건 만든다면 어떤 식으로 하시겠어요?
◆ 탁현민> 글쎄요, 슬로건은 어쨌든 공보물에 들어가는 텍스트나 어떤 내용이니까. 슬로건은 어떤 상황에 따라서 또 여러 논의나 자기들이 주장하고 싶은 바에 따라서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공보물의 형태는 지금은 거의 100% 지면인쇄 외에는 발전을 못 했잖아요. 그런데 대개 다 이제는 지면으로 보는 경우가 없고.
저는 오히려 조금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려면 그 전 유권자에게 주는 공보물에 대한 비용만큼을 지원해 주면 각자의 후보가 알아서 잘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형태를 갖춰서 정보를 제공하고 그걸 만들어서 뿌리는 게 아니라 그 비용이 어느 정도 동일한 비용일 거 아니에요. 그럼 그 비용을 오히려 각 후보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해주면 뭐 각자가 어떤 계층에게 어필할지에 따라서 여러 형태로 만들어서 할 텐데 그거를 자꾸 규정화하니까 뭐 거기에는 창의적이든 상상력이든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어지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마음껏 해라라고 한다면 예를 들면 어떻게 하실래요?
◆ 탁현민> 제가? 저는 일단 출마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 김현정> 그건 알고 있어요, 제가. 그건 알고 있고.
◆ 탁현민> 일단 대상을 좀 구체화해야겠죠. 대체 내가 지금 어필해야 하는 유권자의 계층이 어디냐 그들이 많이 보는 플랫폼이 뭐냐. 그다음에 거기에 맞게끔 뭔가를 디자인을 하겠죠.
◇ 김현정> 아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사람의 마음을 끌어 잡는 일을 하는 건데 어떤 식으로 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나요? 탁 의원이 만드는 이 행사가 정말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잘 움직인다. 어떻게 저렇게 잘 만들어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지, 지금 정치인들도 많이 듣고 계실 거예요. 지망생들도 듣고 계시고. 어떻게 해야 마음을 끕니까?
◆ 탁현민> 보통 우리가 진심으로 해야 설득이 된다. 이런 얘기 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그런 것 같아요. 내 진심과 유권자의 진심이 맞아떨어졌을 때 설득이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너무 어렵네요.
◆ 탁현민> 그러니까 나는 항상 진심이지만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이 에스컬레이터 내가 놔드렸어요’ 아마 그 사람의 진심일 거예요. 아마 그걸 하기 위해서 꽤 많은 노력을 했을 거고. 그러나 그걸 상당히 냉소적으로 보는 저 같은 유권자도 있다는 거예요. 그거는 내 진심이 그 진심과 맞닿아 있지 않은 거죠. 그거는 어쩔 수 없는 거고 그걸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죠. 그 사람의 낙선도 받아들여야 되고 그 사람의 당선도 받아들여야 되는데 대개 내 진심을 좀 힘들게 강요하는 거죠.
◇ 김현정> 지금 그런 방식으로 가고 있다?
◆ 탁현민> 그런 방식으로 가니까 물론 그냥 보고 지나가면 되는 일이긴 합니다만 전체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보면 상당히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피곤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계속 봐야 하니까.
◇ 김현정> 사실 굉장히 비슷하게 선거 문화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는데 거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고 보세요?
◆ 탁현민> 그렇죠. 그러니까 꽤 오랜 기간 이렇게 가고 있잖아요. 고무신을 줬던 시대에서 합법적인 에스컬레이터를 제공하는 시대로 정도, 그 정도의 변화만 있었던 거 아닌가.
아무래도 가장 제일 아쉬운 건 이건 것 같아요. 굳이 오늘 이 주제와 관련해서 하나만 뽑자면 왜 국회의원 선거는 하루만 해야 하는 거죠? 왜 대통령 선거도 하루 안에 다 끝내야 하는 거죠. 저는 4년을 책임질, 그렇게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인데 전체 국민들이 왜 단 하루밖에 투자를 못 할까?
◆ 탁현민> 물론 있긴 있죠. 좀 더 많은 날을 투자해서 2일이든 3일이든 하면 더 많이 할 거 아니에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죠. 5년을 대한민국 국정을 이끌어 가는데 왜 하루에 그걸 다 끝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 김현정> 그럼 어떤 식으로요?
◆ 탁현민> 2일을 하든 3일을 하든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 정도는 투자할 수 있지 않나요?
◇ 김현정> 뭔가 선거운동도 그렇고 선거 문화 전반의 틀을 바꿔보자,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 탁현민> 바꿔보자는 아니고요. 바꿔야 하지 않나, 바뀌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지금 마음을 움직이는 얘기, 유권자 마음을 움직이는 얘기, 진심 전하는 얘기가 나왔으니까 제가 이것도 여쭤볼게요. 사실은 사랑하는 어떤 누군가가 나타났을 때 그 사람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내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습니까? 정치인들도 후보자들도 역시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해야 될 텐데 왜 선거 때만 되면 그 반대, 막말이 나오고 그게 선거판 망치고. 이거 왜 그런 거예요?
◆ 탁현민> 뭐 그것도 저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첫 번째는 선거 때 유난히 더 예민해지는 거죠. 실은 막말이라는 게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본심이 튀어나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단순한 말실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늘 흐르고 여러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말을 할 때도 지금 제가 말을 할 때도 은연중에 혹은 내 진심이 나올 수도 있지만 말 그 자체에서 실수가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그 실수를 이 시기에 용납하지 않죠. 정말 단순한 말실수임에도 불구하고 그 실수가 그 사람을 규정해 버리고.
◇ 김현정> 이 시기에는 더더욱.
◆ 탁현민> 물론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거지만 그러한 측면이 좀 있어서 오히려 대립과 정쟁을 격화시키는 요소가 되고 그걸 활용하려고 하는 측면이 좀 있어서 더 부각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사람의 매력과 진심이라는 게 그런 말에서부터도 나오지만 결국 에티튜드잖아요. 그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고 혹은 꽤 긴 시간 동안 판단되는 것으로 사람들이 인지하기 때문에 그거는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오늘 1부에서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 인터뷰도 했습니다마는 차명진 후보 같은 경우에는 그럼 6일 토론회에서 그 망언, 그 막말. 그거 하나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에티튜드들이 다 쌓여서 이런 판단이...
◆ 탁현민> 그거 하나만 그랬다면 본인도 변명의 여지가 있겠죠. 변명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미 계속 여러 번 비슷한 입장을 취해 왔고 그게 또 한 번 반복된 것에 불과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 이상 거기에는 어떤 이해와 여지가 전혀 개입할 부분이 없는 겁니다.
◆ 탁현민> 아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제가 지금 관계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대통령 선거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청와대는 안 되죠.
◆ 탁현민> 절대 안 되는 건데 계속 모든 일에 대통령은 어땠고 국정이 어떻고 대통령은 어떻고를 계속 얘기하고. 또 한쪽에서는 대통령을 지키겠다느니 대통령을 위한다느니 계속 그런 말을 하는데 대통령이 이렇게 지금 우리가 지켜드리고 위해줘야 하는 건가?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난 거예요.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높고 야당 지지율보다 높고 개별 후보 중 누가 대통령 지지율 57%, 이렇게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어느 지역구든 간에. 누가 누구를 지키겠어요. 대통령은 알아서 잘하고 계신다. 그 말을 그냥 한번 해 본 겁니다.
◇ 김현정> 누구 들으라고 한 얘기냐 이런 해석들 분분했는데?
◆ 탁현민> 듣고 싶은 사람은 듣는 거고, 듣고 싶지 않으면 안 듣는 거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월간 탁현민’, 화두를 던지는 코너였습니다. 이거 한번 생각해 보자. 사실 엉뚱하기로 유명하신 분이니까 엉뚱한 아이디어들을 막 던지고 우리 한번 생각해 보자 이런 코너, 월간 탁현민.
◆ 탁현민> 정작 해야 될 얘기를 못했네요.
◇ 김현정> 뭐요?
◆ 탁현민> 이번에 이 코로나 국면에서 저희가 좀 큰 프로젝트를 하나 준비하고 있어요.
◇ 김현정> 뭐예요?
◆ 탁현민> 뭐냐 하면 우리 IMF 때 혹시 기억나세요? 저 박세리 선수.
◇ 김현정> 상록수?
◆ 탁현민> 상록수 배경음악에 골프해서 마지막에 양말 벗고. 그게 사람들의 어떤 기운을 북돋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정신적 도움이 됐잖아요. 그래서 상록수 2020년 버전을 새로 준비하고 있어요.
◇ 김현정> 이것도 코로나19 응원 프로젝트 중 하나로?
◆ 탁현민> 전체적으로는 ‘국난극복’ 내지는 ‘대한민국 파이팅’과 관련돼 있는 캠페인송이죠. 일종의.
◇ 김현정> 언제 나옵니까?
◆ 탁현민> 4월 19일 날 발표할 예정인데. 처음에는 한두 명 혹은 서너 명의 가수로 하려고 했는데 저희가 의견을 쭉 듣고 참여 요청을 했더니 36명의 가수 분들이 같이 하겠다 해서 곧 발표가 될 겁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기대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다음 달에 뵐게요. 고맙습니다.
◆ 탁현민> 고맙습니다.
◇ 김현정> 월간 탁현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