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공약, 수도권 SOC만 546조…중앙당은 "나몰라"

너도나도 "GTX 비롯 SOC 사업 앞장서겠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 선거로 심판 받는다"
"공천권 있는 중앙당 책임 있어"

4‧15 총선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 기준 크고 작은 SOC(사회간접자본) 공약의 비용 규모가 최소 5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의 수도권 후보들은 서울과 인천‧경기 지역을 동서남북으로 아우르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며 관련 역량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일러스트=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제각각' 지역구 후보들의 SOC 공약에 대해 중앙당 차원의 집계나 관리는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9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매니페스토본부)의 총선 후보자 질의서 답변 결과를 CBS노컷뉴스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총선의 수도권 후보자들이 내민 SOC 공약에 소요되는 예산은 최소 546조 2168억 원에 달한다.

수도권의 전체 지역구 후보자 523명 가운데 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질문에 답변을 보낸 후보 199명의 공약을 살펴본 결과다. 주거‧건설‧교통 등 굵직한 SOC 사업 외에도 일부 공원과 학교, 의료기관 건립‧유치‧조성과 여러 리모델링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대다수가 여당과 제1야당 소속인 답변 제출 후보자 가운데 절반가량만 당선이 된다 해도 273조 원이 '필요한' 셈이다.

답변 미제출 후보자가 훨씬 더 많고, GTX 등 국토부가 이미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나 사업 성질상 SOC로 분류되기 다소 모호한 경우는 제외하고 가산했다는 점에서 실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공약들의 예산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SOC가 모두 국토교통부와 관련된 것은 아니더라도, 국가적 SOC 사업을 이끄는 국토부의 올해 관련 예산이 22조 3천억 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큰 수치다.

이들 후보자 가운데 'GTX' 관련 공약을 언급한 이들도 '최소' 49명에 달한다.

기존 GTX-A‧B‧C 노선을 더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거나 연장 또는 아직 계획에 없는 정차역을 만들겠다는 것이 대다수였다. 지난해 말 발표된 정부의 '광역교통 2030'에서 최초로 언급돼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수준의 GTX-D 노선을 유치하겠다는 공약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들에 각 정당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여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따르면, 각 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이 같은 개별 지역구 후보들의 공약 예산 규모를 제어는커녕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각 당 관계자들은 "국회의원은 각 개인이 헌법기관"이라며 "역량에 따라 공약을 실현하는 국회의원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의원이 있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충분히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앙당의 시각이 지나치게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있다.

매니페스토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공천권을 갖고 있는 중앙당에서 이처럼 개별 후보자들의 공약 실태를 '나몰라라'하는 것은 공약을 '미끼상품'으로 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총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인한 조급증과 중앙당 차원에서 당원의 의지를 모은 거시적 정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민원 수용' 위주의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OC 공약의 규모는 지난 총선과 비교해서도 엄청나게 커졌지만, 한 곳이 유치하면 한 곳이 잃게 되는 사실상 제로섬 게임이기도 하다"며 "기술 진보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상황 등에 대비할 줄 모르는 이 같은 공약들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후보자들의 최고 인기 '장래희망'은 국회에 입성한 뒤 여러 상임위원회 중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것이었다.

전국의 답변 제출자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은 19.41%, 미래통합당은 22.51%, 민생당은 12.50%가 국토교통위를 희망해 각 당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매니페스토본부는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이런 식이라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오는 2022년에 유권자들이 어떤 심판을 하겠냐"며 "정당의 사회적 합의 주선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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