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했던 게 아니라 음악'만' 했던 신승훈, 그의 30년

[노컷 인터뷰] 30주년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 발매한 신승훈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그러자 우리' 포함 8곡 실려
"팬들에게 보내는 땡스투 개념, 신승훈스럽게 쓰려고 노력"
"한 획을 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30개의 점은 찍은 것 같다"

지난 7일 오후, 신승훈의 데뷔 30주년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 발매 기념 온라인 인터뷰가 열렸다. (사진=도로시컴퍼니 제공)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 반환점 도신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떠세요?' 신승훈이 10주년 때도, 20주년 때도 받은 질문이다. 30년이 된 올해는 드디어 말할 수 있다. "이제 좀 반환점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1990년 정규 1집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낸 후로 음악이라는 한길만 걸어온 그는 가요계에 한 획을 그으려고 애쓰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저 한 해 한 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덕분에 정규앨범 11장을 비롯해 싱글, 미니, OST, 참여 앨범까지 100장 넘는 앨범과 수백 곡이 탄생했다. "30개 점을 찍다 보니 신승훈이라는 이름은 남는 것 같아요."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LP, 카세트테이프, CD, 음원, 스트리밍 등 음악이 담기는 결과물은 달라졌고 음악 시장의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그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건재했던 그이지만, 온라인 인터뷰는 난생처음이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는 상황, 신승훈은 30주년 스페셜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My Personas) 발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유튜버가 된 기분"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7일 오후, 한 시간 남짓 그를 온라인으로 만나 새 앨범과 지난 30년에 관해 들어보았다.

8일 오후 6시 공개된 '마이 페르소나스'의 가장 큰 특징은 신곡 중심이라는 것이다. 신승훈은 타이틀곡 2곡을 포함해 총 6곡을 작곡했다. 나머지 두 곡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실력파 뮤지션의 명곡을 리메이크한 버전이다. 모리아와 더필름이 각각 2007년, 2014년에 발표한 '워킹 인 더 레인'(Walking in the rain), '사랑, 어른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히트곡만으로도 너끈히 채울 수 있었지만 새로운 곡을 작업한 이유는 단순하다. 신승훈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신승훈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어서 신곡으로 채웠어요. 뒤를 돌아보며 과거의 영광을 축하해 달라거나, (저를) 대견해해 달라거나 하지 않을게요."

'마이 페르소나스'는 8일 오후 6시에 각종 음원 사이트에 공개됐다. 타이틀곡 2곡을 포함해 총 8곡이 실렸다. (사진=도로시컴퍼니 제공)
'마이 페르소나스', 말 그대로 분신 같은 음악들이다. 첫 번째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많은 걸 포기한" 곡이다. 3분이 채 안 되는 노래도 많은 요즘 세상에 무려 5분 46초를 할애했다. 전주 32초가 지나고 나서야 신승훈의 목소리가 나온다. 두 번째 타이틀곡 '그러자 우리'도 연인과 헤어짐을 주제로 한 곡이다. 8분의 6박자의 애절한 발라드다.


30주년 스페셜 앨범의 타이틀곡인 만큼 어느 때보다 모니터를 많이 했다는 신승훈은 "어쩜 이렇게!"라며 "6:4도 아니고 딱 5:5로 갈렸다"라고 전했다. 둘 다 타이틀 감으로 손색없었기에 더블 타이틀이 되었다. 신승훈은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너 울어? 내가 더 울려줄게'라면, '그러자 우리'는 '너 울어? 그럼 나 가만히 있어 줄게' 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신승훈이 '마음속의 타이틀곡'으로 꼽은 곡은 따로 있다. 4번 트랙 '내가 나에게'다. "이런 가사를 쓰고 싶었어요. 콘서트에서 이 노래 부르면서 사람들에게 위안 주고 싶었어요. 콘서트 엔딩곡이 될 가능성이 큰데, 만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제 얘기도 있지만 (노래를) 자기화해서 듣는다면 4분 20초의 힐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앨범은 신승훈이라는 가수와 그의 곡을 좋아하고 지지해 준 이들을 위한 헌사 같은 앨범이다. 그래서 음원차트 순위와 실물 앨범 판매량 등 수치가 잘 나오는 것보다는, 이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고.

신승훈은 1990년 정규 1집 '미소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사진=도로시컴퍼니 제공)
"스페셜 앨범에는 모험정신이나 '어, 새로운데?' 하는 건 없어요. 30년 동안 좋아해 준 사람들, 팬들에게 보내는 땡스투 개념이 되게 세고요. 상당히 신승훈스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 한 명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 노력할 겁니다. 여기 있는 노래들은 다 제 명함 같은 노래거든요. 저의 발라드는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이고, 여기에 다 담겨 있다고 말하고 다녀요."

무수한 히트곡 중 단연 다수를 차지하는 건 발라드다. 30년을 돌아보며 대표곡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그는 그때그때 달라진다면서도 이번에는 데뷔곡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들었다. 데뷔곡이 있었기에 지금 30년이 가능했다.

'발라드의 황제'라는 호칭은 고맙지만, 본인의 음악 세계가 오로지 '발라드' 하나만으로 정리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는 디스코, 맘보, 뉴잭스윙, 댄스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곡으로 대중을 찾았다. 이번 앨범에도 재즈('늦어도 11월에는'), 아이리시 풍 모던록('이 또한 지나가리라'),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돋보이는 곡('내가 나에게', '럴러바이')이 실렸다.

"너무 붙여주셔서 감사해요. 발라드를 언급할 때 신승훈 이름 빼놓지 않아 주어서요. 대신 '신승훈은 발라드만 계속해', '발라드만 어울려' 그건 아닌 것 같아서, 그 프레임에 갇혀 있고 싶지 않아요. (…) '국민 가수'는 국민들에게 다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그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가수는 인제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국민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요. 그냥 뮤지션, 아티스트, '괜찮았던 아티스트'로 남고 싶어요."

이번 앨범 타이틀곡은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그러자 우리'다. (사진=도로시컴퍼니 제공)
힘든 순간도 '익숙함'과 '새로움' 갈림길에 따른 고민에서 온다. 남들은 '신승훈한테 슬럼프가 있었나?' 할 수 있지만, 그는 "힘들 때 많다"라며 웃었다. "제 스타일대로 하면 똑같다고 하고, 그래서 바꾸면 '너는 왜 그런 걸 하냐'고 해요."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을 피할 수는 없었으나, 많은 선배 가수들의 말을 새기고 이왕이면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지냈다. "음악'도' 했던 게 아니라 음악'만' 했던 신승훈으로 달려왔던 것 같아요."

싱어송라이터 김현식과 유재하의 노래를 듣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신승훈. 그러나 두 사람은 그가 데뷔하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 한 번도 실제로 '형'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 "저 30년 동안 왔는데 어땠나요?"라고 물었을 때, "야, 잘했어!"라는 답을 듣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모나지 않음'과 '친숙함'을 본인 음악의 강점으로 든 신승훈은 오래 쉬지 않고 꾸준히 음악을 해 온 지난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내 걸 지키고 살아왔어요. 자만하진 않되, 자부심은 갖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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