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戰에 몸 던진 의료진 "투표는 엄두도 못내"

부족한 인력에 "2달째 붙박이 근무" "휴식 중에도 일해야"
확진자와 밀접 접촉.."사람 많은 투표장 가도 되나" 머뭇

코로나 검체 채취하는 의료진.(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공중보건의 A씨는 지난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간에 환자 30명의 검체를 채취했다.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자고 눈을 뜨자마자 다시 보건소로 나갔다. 음압병동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돌보는 간호사 B씨는 어제 방호복을 입고 일하던 중 코피가 났는데 닦지도 못하고 환자를 보살폈다. 방호복을 벗고 보니 코와 입이 피딱지로 범벅이었다. 이들에게 총선과 투표는 딴 세상 이야기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들은 이번 총선에서 투표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 현장을 살피는데 전력을 쏟다 보니 다른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다.

실제로 전남의 한 보건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보건소에서 붙박이처럼 있으면서 2달째 주말도 없이 보내고 있다"면서 "사전투표일이 언제인지도 어제 알았다"고 했다. 서울 한 공공병원의 음압병동 담당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B씨도 "매일 바뀌는 지침 숙지하기에 급급하고 외부 소식에 둔감해지고 있다"면서 "지역구에 누가 나오는지 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전투표를 하러 가고 싶은데 여력이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의료진들의 투표권을 가로막는 건 인력 부족 탓이 크다. 지역 보건소에선 의료진 한 명이 선별진료소 업무를 도맡아 하는 일이 허다하다. 목포시 보건소의 경우 선별진료소를 두 곳 운영하는데, 의료진도 두 명밖에 없어 이들은 일주일 내내 일해야 한다. 사전투표도, 본투표도 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경북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서 2주가량 근무한 공중보건의 C씨도 "25시간 근무에 23시간 휴식이 기본적인 스케줄이었지만 휴식을 취하는 중에도 일해야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라는 점도 의료진이 투표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B씨는 "환자와 밀접해 돌보고 있다 보니 사람이 많은 투표소에 가는 것이 고민"이라면서 "투표장에 가는 것이 주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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