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텃밭 관악을…삼수생 靑배지 정태호 vs 토박이 金배지 오신환

[총선스포⑪] 2전3기 '탈환' 노리는 정태호 vs 3연승 '수성' 다짐하는 오신환
국민의당 등장으로 텃밭 뺏겼다는 鄭…초심 강조한 吳
광주형 일자리 이끈 鄭 '기대감'…매일 인사 다닌 吳엔 '애정'
서울대 지역구서 다시 드리워진 조국 그림자…"다시 심판" vs "다른 문제도 많아"

[편집자 주] 국회의원 300명이 오는 15일 뽑힌다. 전국 253개 지역구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CBS노컷뉴스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격전지 유권자들을 만나 해당 지역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를 짚어보고, 각 후보의 고민과 전략을 공개하는 '스포일러'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서울 관악을은 수도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선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또 서울 내에서 광진을·강서갑과 함께 호남 향우회의 입김이 센 곳으로도 꼽히지만 2015년 재보궐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내리 보수진영에 뺏긴 뼈아픈 곳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총선에선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진보진영의 표가 갈리는 탓에 0.7%p 차로 민주당이 아슬아슬하게 졌다.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가 두차례 연속 현역인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에게 패한 것도 이같은 구도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국민의당이 가져간 모든 표가 민주당 정태호 후보의 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민주당에서 이탈한 표도 있겠지만, 당시 새누리당이 공천을 잘못한 데 대한 반감을 가진 합리적 중도 개혁 정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표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 후보는 "꼭 우리 지지 표(票)만 간 건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관악을은 민주당 지지층이 훨씬 많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 야당 원내대표 지낸 관악 토박이…"지역 일꾼" vs "정쟁만 해"

오 의원은 7일 신림역에 '젊은 일꾼'임을 강조하듯 갓 성년이 된 아들과 함께 분홍색 선거운동 점퍼에 빨간색 운동화를 신고 나타났다. 관악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이 지역에서 나왔고 상대적으로 젊은 만큼 이 지역에서 오래 산 유권자들과 유대감이 깊은 편이다.

"첫마음 그대로 초심 잃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출근인사를 하는 오 의원에게 주먹인사는 물론 악수를 청하거나 덕담을 하고 가는 중장년층도 많았다.

관악구에서 40년을 살며 신원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양덕심(65)씨는 "오 의원은 특별한 날이 아닐 때도 새벽에 돌아다니면서 상인들의 고충을 들어준다"며 "장사하면서 어려운 점을 말하면 법적으로 조언도 해 주고 인간적인 미(美)가 있는 지역 일꾼"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출신으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당과 정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오 의원의 약점이다.

신원시장에서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이점자(58)씨는 "오 의원을 맨날 찍었었는데, 소리치는 모습이 자주 보이더라"며 "여당과 타협을 하면서 싸우면 좋겠다"고 했다.


◇ 청와대 파워?…"관악 발전 이끌 것" vs "대통령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몰라"

정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과도 같은 관악을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이번엔 각오가 남다르다.

이날 펭귄시장에 파란 점퍼에 파란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해 점포들을 누비는 정 후보에게 상당수 상인들은 반갑게 인사했다.

정 후보에게 "뭣 좀 사갖고 가"라고 하거나 "정태호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상인들도 있었다.

영남 출신인 정 후보는 호남 출향민들이 많은 관악에서 대학 시절 이후 줄곧 살았다고 강조하며 '토박이' 오 의원보다 관악을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정 후보는 "관악구에서 38년 동안 인연을 맺었는데, 지역에 대한 애정과 구체적인 지식 측면에서 (오 의원과) 차이가 별로 없다"라며 "오히려 오 의원은 관악갑구 쪽에서 시의원을 하셨던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으로 일하며 광주형일자리를 성사시키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도 그의 장점이다.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것도 그의 청와대 경력이다.

나배옥(67)씨는 "일자리수석을 한 만큼 지금 우리나라에 얼마나 걱정거리가 많은지를 체험했을 게 아니냐"고 했고 김동식(59)씨도 "관악이 지금 다른 곳보다 낙후되어 있으니까 좀더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에 오히려 반감을 갖는 시민들도 있었다.

교사 권혜경(26)씨는 "청와대 출신은 국민 전체를 다루는 자리 아니냐. 지역구 의원으로선 현역의원이 더 사정을 잘 알지 않을까 싶다"라며 "대통령이 바뀌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 여전히 조국에 뿔난 2030…吳 "공정·정의 바로세울 수 있어야" 鄭 "성찰 계기"

2030 세대는 '조국 사태'에 대한 의견에 따라 지지 후보를 정하는 경향도 보였다. 관내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연이 깊은 서울대학교가 있는 만큼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여야 공방에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대학생 신광온(25)씨는 "이번 총선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다시 심판을 받아야 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당은 정해진 기준 없이 상황에 따라서 자기 것만 챙기려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정태영(30)씨도 "여당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을 별다른 문제가 아닌 것처럼 방어하지 않았느냐"며 "여야 중 누가 더 못했는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굳이 꼽자면 여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또다른 서울대 재학생인 손창훈(21)씨는 "조 전 장관도 문제긴 한데 우리나라에 그것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조 전 장관 문제만 붙들고 가는 게 딱히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조국 살리기냐, 경제 살리기냐 선택해 달라"며 총선 정국에 맞춰 조 전 장관을 재소환한 가운데 정 후보는 "그야말로 우문"이라며 "국회에서 발목만 잡는 야당이 아니라 일을 할 수있도록 문재인 정부에 힘을 모아주셔서 국난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도 "조 전 장관 사태로 인해 우리가 늘 강조한 정의와 공정의 문제에 대해 여야를 떠나서 우리 사회가 성찰할 수 있는 계기였던 건 분명하다"고 여지를 뒀다.

반면 오 의원은 "조 전 장관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이 이 정권이 가지고 있는 위선과 거짓의 민낯을 충분히 봤다"며 "이번 총선은 공정과 정의의 의미를 바로세울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선거 자체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유권자도 상당수였다.

펭귄시장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해 왔다는 이순자(70)씨는 "선거한다고 마음이 들떠 있을 심정이 아니다. 가게 월세도 못 내고 있다"라고 했고 이정자(58)씨도 "코로나 전보다 손님이 5분의 1로 떨어진 마당에 맨날 싸우기만 하는 국회의원 뽑는 선거에 아무 기대가 안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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