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은 최근 논란이 됐던 텔레그램 '주홍글씨(n번방 관련자 신상공개 단체채팅방)'와는 달리 모두에게 공개돼 있어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이 계정의 팔로워는 2만5천명이다.
7일 인스타그램 'n번방 성범죄자 신상공개***(nbun****)' 계정에는 관련 범죄 의심자의 얼굴사진과 이름·생년월일·직업·범죄 등 신상정보, 범죄정황이 공개되는 중이다. 신상정보 공개 이외에도 'n번방 대피소(n번방 폐쇄와 함께 n번방 참여자들이 이동하는 방)' 주소 공개와 'n번방 대피소 폭격작전'이라는 게시글로 자신과 함께 활동할 인원도 모집하고 있다.
'n번방 성범죄자 신상공개***(nbun****)' 계정을 만든 운영자 'Pedro(32세)'는 자신을 피해자의 이종사촌으로 소개했다. 그는 "이 사건을 처음 알게 된 건 23일이다. 페이스북에서 (n번방 관련)뉴스를 보고 놀라 '이것은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다"고 신상공개 계정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지금까지 공개한 n번방 관련 의심자 수는 14명 이상이다. 이들의 직업은 대학생, 공익근무요원, 회사원 등 다양했다.
운영자 Pedro는 자신의 신상정보를 일부 공개하며 "현재 파나마 영주권자이며 한국 출생이다. 주민등록은 자동으로 말소돼 있고 현재는 재외국민"이라며 "신분을 밝히는 이유는 가해자에게 욕을 했다가 모욕죄로 고소당할 뻔했다는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가해자가 경찰서 가는 장면까지 찍어 협박을 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전했다.
특히 "옆집에서 '웰컴투비디오 사건' 때문에 잡혀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웰컴투비디오 충격 때문에 끔찍한 범죄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웰컴투비디오에 대한 글만 올리다가 25일 새벽, 동생의 전화를 받고 사촌동생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촌동생은 '갓갓'의 n번방 피해자였으며 이때부터 n번방 관련 신상들을 캐내어 업로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신상정보 공개 계정을 운영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CBS 노컷뉴스에 자신이 '조현병 초기증상'을 앓고 있다고도 했다.
그가 말한 '웰컴투비디오'는 다크웹에서 운영되던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음란물 웹사이트를 말한다. 당시 '웰컴투비디오' 웹사이트의 유료회원은 38개국 4천여 명에 이르며, 다운로드 횟수도 100만 건이 넘었다.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는 손정우라는 한국인으로 한국과 미국·영국의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지난 2017년 대한민국에서 검거된 바 있다. 손정우는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다음달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인스타그램 'n번방 성범죄자 신상공개(nbun****)***' 계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실명과 닉네임을 적어 언론에서 공개했던 정보와 실명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는 점이다. 실제 '로리대장태범', '부따', '이기야' 등 언론에 공개된 박사방 운영 혐의자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실명과 함께 모두 공개하고 있다. 박사방 관련 운영진의 주민등록증 사진도 보인다.
운영자는 n번방 사건과 관련이 없는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해당 성추행 사건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으로 게시물에선 TV보도화면 공유를 하며 실명, 직업을 공개했다.
그는 이외에도 '웰컴투비디오' 같은 아동포르노, 마약, 자살사이트, 무기거래 등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딥웹의 게시글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기도 했다.
현재 'n번방 성범죄자 신상공개***(nbun****)' 게시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게시물 '좋아요(공감)' 수는 많게는 3천건에 육박하며, 인스타그램에 'n번방'을 검색하면 n번방 혐의자 신상공개 관련 계정이 수두룩하다.
다만 이런 자의적 신상공개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무고한 사람의 신상이나 사진이 공개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 실제 지난달 22일에는 박사방 운영자의 이름이 조예준이며 단국대 천안캠퍼스 14학번이라는 글이 올라왔지만 모두 틀린 정보였다.
1만명 이상이 가입했던 텔레그램 '주홍글씨' 단체채팅방에서도 성범죄자 색출에 일정부분 도움은 줬지만, 가해자의 가족 등의 신상정보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명예훼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가 공유됐더라도 우려감은 있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n번방 가해자임이 명확할 경우에도 법원이 신상공개를 허용해야만 신상공개가 가능하다. 자의적으로 신상공개를 하는 것은 당연히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명예훼손 혹은 모욕에 해당할 여지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물론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명단을 공개했다는 식으로 위법성을 조각받을 수는 있어도 위법성 조각 사유 자체도 한계가 있다. 사익(명예 등)과 공익(가해자의 이름이 공개됨으로 인해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비교형량하는데, 사익과 공익을 비교했을 때 가해자의 명단을 공개한 행위가 과연 정당하냐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법원의 신상공개 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임의로 공개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7일 새벽 'n번방 성범죄자 신상공개(nbun****)***' 계정에는 '안녕하세요 저 n번방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사촌오빠가 만든 신상공개 계정에 n번방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촌동생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A씨는 '최근 신상공개를 하던 '주홍글씨' 텔레그램 단체방 운영자가 경찰수사를 받고 있는데 부담감은 없나'라는 질문에 "현재 변호사와 함께 대응하고 있다. 의도를 비틀지만 않으면 (사촌오빠가 인스타그램의 모든 게시물을)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