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엇인지 묻는 '사랑이 뭘까'

[노컷 리뷰] 외화 '사랑이 뭘까'(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이유는 없다고 한다. 사랑에 빠지는 건 한순간이고, 그 순간에 이유 따위는 없다고 한다. 그게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의 종착점은 해피엔딩일 거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그런데도 사랑을 꿈꾸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이 뭘까'는 짝사랑에 빠진 여자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다.

'사랑이 뭘까'(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는 가끔은 자상하고, 대부분 이기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자 타나카 마모루(나리타 료)와 그런 그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마모루 지상주의' 야마다 테루코(키시이 유키노)의 현실 공감 로맨스다.

영화는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주의 작가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사랑에 빠진 테루코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사랑이 뭘까'는 일반적인 로맨스와는 조금은 결이 다르다. 주인공 테루코는 지독한 사랑에 빠져 있다. 그것도 한 번 빠지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번뇌에 들게 만든다는 짝사랑이다.

머그잔 바닥에 말라버린 커피 자국이 몇 번이나 그 모습을 달리할 때까지 모두가 퇴근한 회사에 홀로 남아 사랑하는 남자 마모루의 전화를 기다린다. 그의 연락을 기다리느라 일에도 집중하지 못해 상사에게 혼난다. 이미 퇴근해 집에 있는데도 남자의 전화에 회사인 척하고, 이미 저녁을 먹었음에도 남자의 전화에 여태 공복인 척한다. 온종일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음에도 안 그런 척 기쁨을 감추려 하지만, 눈빛과 행동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마모루의 말에 무조건 오케이를 외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는 테루코의 모습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것 같다. 누가 봐도 마모루는 이기적이고, 테루코를 좋아하는 걸까 의문이 든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테루코는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테루코도 마모루에게 자신을 향한 걱정이나 배려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답답함과 동시에 테루코가 안쓰럽다.

좋아하는 마모루 외에는 모두가 관심 밖이다. 테루코 스스로도 예외는 아니다. 오로지 사랑, '마모루'에게 기울어버린다. 그게 테루코며, 테루코의 (짝)사랑 방식이다. 그런 테루코에게 스스로도 자신의 관심 밖에 존재하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다. 테루코의 사랑에는 '테루코'가 없다. 테루코 없는 테루코의 사랑일 수밖에 없는 건 짝사랑이기 때문일까.

이제는 그만 만나자는 마모루의 말에 테루코는 아직도 자신이 너(마모루)를 좋아하는 것 같냐며 받아친다. 남자는 여자의 말에 쉽게 넘어가지만 지독하리만치 애잔한 테루코의 외사랑을 지켜본 관객은 테루코의 말에 쉽게 넘어갈 수 없다.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마지막 테루코는 동물원에서 코끼리 사육사가 됐다. 마모루와 함께 간 동물원에서 마모루가 "서른세 살이 되면 코끼리 사육사가 될 거야"라는 말을 테루코가 행동에 옮긴 거다. 사랑하는 마모루와의 인연의 자락을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은, 그와의 연결고리를 작게나마 이어가고 싶은 테루코의 집착 아닌 집착이다.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사랑은 아주 분별하기 어려운 광기이자 숨구멍조차 막히게 하는 고집인가 하면, 그것은 또한 생명을 기르는 단 이슬이기도 하다고 했다. 테루코의 사랑도 비슷해 보인다.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테루코를 쭉 지켜보다 보면 사랑에 빠져서 자신의 모든 걸 내놓고 사랑에 기울어버린 여자의 집착은 안쓰럽고 어느 정도 귀엽게도 보인다. 바보 같음도, 답답함도, 무서움도, 안쓰러움도, 귀여움도 모두 '사랑'이라는 단어 안에 포함된 감정이다. 테루코가 보여준 모습 그 자체처럼 말이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로맨스 영화와는 다르다. 누구 하나 명확하게 사랑을 이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테루코의 사랑이 과연 불행했는지 재단할 수 없다.

'사랑이 뭘까'에서 주인공은 테루코다. 그러나 테루코 외에 마모루, 테루코의 친구 요코(후카가와 마이), 요코를 짝사랑하는 나카무라(와카바 류야), 마모루가 새롭게 찾은 사랑 스미레(에구치 노리코)의 각기 다른 사랑의 모습과 심리를 그려낸다. 재밌게도 테루코 외 인물들의 사랑은 다른 듯 닮았다. 테루코의 사랑과 묘하게 닮았다.

영화는 어떤 답을 주려고 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진다. 이 얽히고설킨 청춘들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사랑은 무엇인지 묻는다. '사랑'이란 감정이 갖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곱씹게 된다. '사랑이 뭘까.'

4월 9일 개봉, 124분 상영, 15세 관람가.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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