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25~19:50)
■ 방송일 : 2020년 4월 6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정관용> 지금 우리는 아니, 전 세계는 코로나19라고 하는 미증유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전염병 유행을 넘어서 우리에게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고 앞으로의 삶에 질적 변화도 요구하고 있는, 거창히 말하면 인류의 문명사적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봤어요. 그래서 저희 시사자키 특별기획으로 <코로나19, 신인류 시대>, 이런 제목으로 각 분야 석학들과 함께 미래를 가늠하고 새로운 시대, 우리의 삶을 통찰해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모신 분 누구인가 궁금하시죠. 한번 들어보시죠. 바로 이 목소리의 주인공 한국을 대표하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재천> 안녕하세요.
◇ 정관용> 바로 본론으로 가자고요. 우리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점점 주기가 짧아지죠?
◆ 최재천> 자료를 보면 지금 계속 짧아지고 있는 게 분명하죠.
◇ 정관용>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네 가지 다. 세균하고 바이러스의 차이를 설명해 주시고 왜 이렇게 점점 단축되고 있을까요.
◆ 최재천> 세균은 생물이고요. 예를 들어서 말라리아라든가 또는 콜레라라든가 이런 것들을 일으키는 것들은 세균이고요.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을 못하기 때문에 남의 유전체에 올라타고 그놈이 증식할 때 슬쩍 따라서 증식하는 놈이라서 엄밀한 의미로는 생명체가 아닙니다.
◇ 정관용> 그럼 기생 생명체?
◆ 최재천> 그렇죠. 그런데 아주 기발한 방법으로 손 하나 안 되고 하여간 증식을 하죠. 기가 막히게 잘하는 거죠.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의 아마 가장 큰 특징은 무척 약았다는 겁니다.
◇ 정관용>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약았죠?
◆ 최재천> 처음에는 증상조차 못 느낄 정도로 아주 얌전하게 싹 들어왔다가...
◇ 정관용> 시작하다가. 그러다가 또 남한테 전파를 시킨다면서요.
◆ 최재천> 그러니까요. 그 상태에서 우리가 숙주가 자기가 걸렸는 줄도 모르고 계속, 계속 퍼뜨리는 거죠. 그러고 난 다음에 이제 본색을 드러내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폐로 진입하고 여러 가지로 진입하니까.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바이러스가 누군가에게 침입해서 금방 위중해지면 그 사람은 퍼뜨리고 싶어도 못 퍼뜨리는데.
◆ 최재천>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그 바이러스가 약았다는 거군요.
◆ 최재천>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니까 위중해지지 않고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상태를 유지시키면서 자기를 증식시킨다.
◆ 최재천>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도...
◆ 최재천> 바이러스가 뇌가 있어서 그걸 그야말로 송강호 씨가 얘기하는 것처럼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하는 것처럼 계획한 건 아니겠지만 그동안 우리를 공격했던 바이러스들하고 이렇게 맞비교를 해 봐도.
◇ 정관용> 전파력이 강력하죠.
◆ 최재천> 아주 영리한... 그러니까 의인화를 한다 그러면 아주 영리한 놈입니다.
◇ 정관용> 그리고 신종플루 같은 경우는 그냥 어찌 보면 독감의 일종 정도로 변화한 게 치사율, 치명률이 낮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이건 꽤 높잖아요, 치명률, 치사율도. 그러니까 자기 정체를 숨기고 무증상으로 감염도 시키면서 정체 본색을 드러내는 사람을 아주 극심히 괴롭히는 이런 거네요?
◆ 최재천> 그렇습니다.
◇ 정관용> 더 근본적으로 아까 왜 이렇게 기간이 짧아지느냐 이유가 뭡니까?
◆ 최재천> 아마도 앞으로 점점 더 짧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얘기를 드려야 되는 건데요. 그건 우리가 전례 없이 자꾸 그놈들을 건드려대니까. 예전에는 사람들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박쥐 동굴에 가볼 기회가 없잖아요. 박쥐가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그런데 자꾸 길을 내고 숲으로 길을 내고 목재를 실어나오고 하는 그 와중에 사람들이 자꾸 들어가서 들쑤시니까 그 야생동물의 몸에 있던 놈들이 그냥 우리한테 묻는 거죠. 우리가 이제 늘상 바이러스한테 당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우리한테 별 피해를 안 주다가.
◇ 정관용> 위해를 안 주다가.
◆ 최재천> 어떤 놈이 몸이 딱 맞는 놈이 나타나면 이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게다가 나이로비에 가보셨는지 모르지만 나이로비에 가면 무지하게 잘 되는 레스토랑이 야생동물 먹어보는 음식이거든요. 거기 가면 코뿔소 뭐뭐뭐 다 있어요.
◇ 정관용> 코뿔소도 먹어요?
◆ 최재천> 코뿔소도 먹고 원숭이도 먹고 박쥐도 먹고. 우리 이번에는 이거 한번 먹어보자. 그래서 유럽 사람들이 거기를 그렇게 오는데. 거기다가 고기를 대려니까 계속 들어가서 잡아내야 되는 거죠. 이게 이제 런던 파리 시내 한복판에 그런 레스토랑들이 생겼습니다.
◇ 정관용> 정말요?
◆ 최재천> 네. 그러니까 아프리카에서 동물을 잡아서 그쪽으로 계속 공급을 해야 되니까.
◇ 정관용> 그거 멸종위기종들인데 보호해야 되는데 그걸 먹어도 법적으로 허용이 돼요?
◆ 최재천> 그러게 말이에요. 하여간 별 짓들을 다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결국은 생태를 파괴하고 자연에 자꾸 인간이 침범해 들어가니 자연 속에 동물들의 세계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와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겁니까?
◆ 최재천> 당연하죠, 그건. 얼마 전에 재미있는 논문이 하나 나왔었는데요. 많은 나는 동물들이 왜 야행성으로 변했을까를 추적해 보니까 원래 걔네가 밤에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애들이 아니래요. 그런데 우리 인간이 낮에 돌아다니니까 할 수 없이 밤에 돌아다니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안 다니니까 도시에 야생동물들이 막 내려와서 걸어다니는 게 막 지금 보도가 되잖아요.
◇ 정관용> 퓨마가 도심에 나타나고.
◆ 최재천> 이게 정확하게 우리가 그동안 그랬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 정관용> 한마디로 사람, 인간이라는 게 얼마나 동물들의 행동반경을 제약해 왔는가 그거군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동물들 틈 속에만 있어야 될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와서 또 이건 앞으로 간격이 더 좁아질 거다? 우리 1년 후에 또 뭐가 올지 모른다?
◆ 최재천> 제 생각에 앞으로 5년으로 줄고 3년으로 줄고 한참 있으면 이게 거의 연례행사처럼 벌어질지.
◇ 정관용> 게다가 전파력은 이거보다 더 강하면서 치명률은 30%, 40% 이런 것도 올 수 있겠네요?
◆ 최재천> 그런데 그건 그렇게 쉽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전파력과 독성은 항상 연계관계를 갖고 있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맞아요.
◆ 최재천>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주 독특한 게 전파력도 강하면서 뒷부분에 가면 후반전에 가면 아주 독한 속내를 확 드러내니까 힘들어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결국은 생태계 파괴, 자연침범이 모든 것의 근본 원인이다. 기후변화도 영향이 클까요?
◆ 최재천> 당연히 그렇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요?
◆ 최재천> 포유동물 내 종수만 비교하면 열대랑 온대랑 차이가 없습니다. 열대에도 온대에도 비슷한 수의 포유동물종이 사는데요. 차이는 박쥐입니다. 열대에 가면 박쥐가 엄청나게 다양하게 많아서 계산을 해 보면 열대의 종 다양성이 훨씬 높은데 기후변화 때문에 그 박쥐들이 지금 계속 온대의 지방으로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는데.
◇ 정관용> 내려오는 거죠.
◆ 최재천> 이걸 또 사람들이 계속 건드려대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점점 잦아질 겁니다. 그건 뭐.
◇ 정관용> 그다음 두 번째 단도직입적 질문. 코로나19 완전 근절할 수 있어요. 아니면 그냥 같이 살아야 됩니까, 앞으로?
◆ 최재천> 애당초 근절이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최재천> 우리가 농사를 지으면서 해충 구제할 때 이미 쓰던 용어들이 있거든요. 박멸, 퇴치, 우리 지난번에 멧돼지 그거 할 때도 똑같은 용어를. 이게 다 군사용어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경찰이 하는 거와 군대가 하는 게 달라요. 군대는 쳐들어가서 박멸하는 게 목표고 경찰은 질서를 유지하는 게 목표잖아요. 사실은 우리가 바이러스라든가 이런 병원균들하고 해야 되는 건 경찰 행동을 해야 되는 겁니다.
◇ 정관용> 질서를 잡는.
◆ 최재천> 군사행동을 해야 되는 게 아니라. 완전히 1명도 확진자가 없고 아무도 아프지 않을 때까지 그거를 목표로 삼으면 굉장히 오래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수준에서 이 정도면...
◇ 정관용> 질서를 잡는.
◆ 최재천> 이 정도면 감기나 독감 정도, 사람들 아픈 정도다 그러면 우리는 어느 정도 이 문제를...
◇ 정관용> 그런데 그렇게 감기나 독감 정도다까지 만드려면 결국 약이 나와야 되는 거 아니에요?
◆ 최재천> 약이 나오면 좋죠.
◇ 정관용> 약이 안 나온 데도 그렇게 만들 수 있나요? 빨리빨리 적발...
◆ 최재천> 시덥지 않은 얘기를 해서 죄송한데 백신을 우스갯소리로 스님들이 다 매점매석을 했다고 누가 그러던데.
◇ 정관용> 흰 고무신.
◆ 최재천> 흰 고무신을. 그런데 백신을 기다리는 게 지금 대개 과학자들이 그것밖에는 없다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백신이 만들어지려면 적어도 1년 걸린다면서요.
◇ 정관용> 그렇다면서요.
◆ 최재천> 아마 실질적으로 한 2년 걸리겠죠, 이게 다 되려면. 그런데 만일 앞으로 바이러스가 거의 매년 우리를 공격한다 그러면 백신은 늘 뒷북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한 1년 동안 몇만 명 죽고 난 다음에야 백신이 개발이 돼서 유통이 되는 거잖아요. 그 화학백신보다 더 좋은 백신이 있습니다.
◇ 정관용> 뭐예요?
◆ 최재천> 행동백신, 생태백신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게 행동백신이고요. 옮겨가지 못하게만 하면 바이러스는 아무 힘이 없는 거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또 저 숲속에서 우리한테 건너오지 못하게만 하면 그게 생태백신이고요. 우리가 행동만 확실하게 하면 옮아가지 않습니다. 그게 훨씬 좋은 방법이지 번번이 터지면 백신 개발한다고 1년, 2년 막 허덕이다가 그때쯤 되면 대충 넘어가거든요.
◇ 정관용> 넘어가고 새로운 게 나오는데.
◆ 최재천> 새로운 게 나오는데.
◇ 정관용> 또 그때 백신이...
◆ 최재천> 그러니까 만약에 만능백신을 우리가 개발하지 않는다 그러면 저는 그 경기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 정관용> 정말 중요한 말씀. 화학백신보다 생태백신, 행동백신이 중요하다. 100% 동의하면서 그다음 질문으로 가는 거예요. 생태백신은 근본적으로 이제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하고 기후변화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런 등등의 그동안 쭉 해 왔던 얘기들의 연장선상이라 모두가 아, 이번 기회에 나도 동참해야 되겠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행동백신, 사회적 거리두기 이걸 하다 보니까 지금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되고 인간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거든요. 그러면 앞으로 그러면 계속 그렇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화해야 되는 겁니까? 이게 신인류의 삶이 되어야 합니까?
◆ 최재천> 혹시 제가 이렇게 황당한 제안을 한번 해 봐도 됩니까?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동안 얘기가 되니까 어떤 분이 WHO에 계신 분이 물리적 거리다라고 고쳐서 쓰자 그래요. 물리적 거리는 완벽하게 2m면 2m를 떼야 하는 거거든요. 사회적 거리는 제가 제 아내하고 2m 뗄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정말 제 아들하고도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충분히 사회 구조를 보면서 가까이 있을 사람은 가까이 있고 멀리 떼야 되는 사람은 떼주고 하는 게 사회적 거리거든요. 사회적 거리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거죠.
◇ 정관용> 있을까요? 그거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 최재천>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잠복기가 대충 2주 정도라고 지금 우리가 이제 알아냈어요. 가끔 가다가 십몇일 걸린 사람이 있다 그거야 아웃라이어고요. 2주만. 저는 일찌감치 이걸 제안을 했었거든요. 그냥 2주 영원히 나오지 말아라 그러면 사람들이 기절할 텐데 딱 2주만 모든 걸 멈추고 나라를 한번 스톱해 보자 그러면 2주 동안 옮겨가는 거 일단 차단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걸린 분만 치료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면 한 번에 끝나는 거잖아요.
◇ 정관용> 딱 2주 만에 끝나죠. 그런데 그러려면 전 세계가 동참해야죠.
◆ 최재천> 그렇죠. 이게 어려운 게 그런 데 있는 겁니다.
◇ 정관용>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어렵잖아요, 현실적으로는.
◆ 최재천> 그래도 우리는 이번 상황에서 얼추...
◇ 정관용> 비교적 다른 나라보다는 잘했어요.
◆ 최재천> 했죠. 이제부터 물론 우리나라에 계속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어오겠지만 우리 의료체계는 그 정도는 충분히 우리가 감당할 수 있거든요. 저는 이제는 우리는 일상으로 웬만큼 복귀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 정관용> 그런데 거기서 저도 이제 교수님의 글을 몇 편 읽으면서 일상으로 돌아가자, 이런 단신을 쓰시면서 그 앞에 ‘조심스레’ 이런 단어를 쓰시거든요. 그런데 그 조심스레의 정도를 우리가 지금 모르고 있는 거예요. 그게 새로운 기준이 돼야 됩니다. 뉴노멀 신인류의 삶의 기준 척도가 돼야 되는데. 또 다른 각도에서 저는 이런 생각도 해 봤어요.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온갖 경제가 지금 마비되고 하지만 인간들의 삶은 지속된단 말이에요. 이 말은 뭐냐? 그동안에는 인간의 삶에 쓸데없는 불필요한 거품과 과잉이 경제를 지탱해 온 힘이었나. 우리는 사상누각 위에 경제를 세웠나? 이런 질문도 던져지더라고요. 거기에 대한 답을 한번 주시면?
◆ 최재천>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야 경제학자가 아니니까 경제에 대해서는 똑부러진 답을 드릴 수가 없는데 우스갯소리로 후베이성에서는 이혼율이 증가했다고 신문에 낫더라고요. 너무 며칠씩 들러붙어 있다 보니까 부부가 자꾸 싸움을 해서 헤어지더라. 그런데 아직은 우리나라 케이스에는 제가 이제 산으로 산보를, 동네의 산으로 산보를 다니는데. 옛날에 못 보던 풍경이 가족 단위로 산에 다 오고 애들 데리고 다 오고 이런 걸 아빠들은 집에 없으니까 그런 거 못해 봤잖아요.
◇ 정관용> 그런데 지금은 오죠? 애들도 학교 못 가니까.
◆ 최재천> 지금은 같이 오잖아요. 어떻게 보면 가족의 그런 삶 이런 것들을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아빠들은 그걸 찾아내는 거 아닐까. 그래서 이게 경제와 어떻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는 제가 설명 못하겠습니다마는 그런 정상적인 삶을 우리가 조금씩 되찾아가는 데 이번 기회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좀 했어요.
◇ 정관용> 그걸 정상과 비정상이라고 딱 엄격히 구분하기는 뭐하겠으나 만약 그동안에 비정상에 기초한 거품적 경제가 있었다면 그걸 꺼뜨리고 줄이면서 대신에 정상적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경제는 키울 수 있다 이거네요.
◆ 최재천> 저는 그걸 찾아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 정관용> 그게 뉴노멀이에요. 신인류의 삶이 돼야 될 것이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은 다들 그냥 막 조바심을 내면서 버티고 있는 거거든요. 이제 한 일주일, 2주만 더 참으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겠지 이거 안 되는 겁니까?
◆ 최재천> 정확하게 옛날로 돌아가기는 힘들지 않겠어요? 이제 새로운 옛날로 돌아가야 되겠죠.
◇ 정관용> 새로운 옛날에 지금의 나는 없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야 된다?
◆ 최재천> 네. 제가 구달 선생님하고 이렇게 한밤중에 나누면서 이번 이 사태 때문에 선생님이 동영상을 메시지를 하나 보내오셔서 그 김에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 둘이 뭘 가지고 둘이 막 흥분했었냐 하면 어쩌면, 어쩌면 이번에는 사람들이 계산 제대로 할 수도 있겠다.
◇ 정관용> 뭘요?
◆ 최재천> 저희가 그동안 끊임없이 얘기했거든요. 자연을 보존하는 게 더 이로울 수도 있습니다. 갯벌 개발하는 거보다 갯벌 놔두면 그게 정화 능력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심지어는 환경경제학이라는 분야까지 만들어서 난리를 쳤는데 아무도 안 들어주세요. 그런데 이번에 이걸 당해 보면서, 우리가 그간 좀 벌었다고 자부했는데 지금 사람은 사람대로 죽어나가고 경제는 또 경제대로 다 망가지고. 이걸 3년마다 한 번씩 매년 이런 짓을 한다? 그럼.
◇ 정관용> 못 살아남죠?
◆ 최재천> 이제는 진짜 자연 건드리지 않는 게 더 좋은 거 아니야? 이 계산을 이제 드디어 사람들이 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그런 희망이 있다. 그리고 한밤중에 이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런 희망이 있습니다.
◇ 정관용> 거기서 희망을 찾자. 요약해 주세요. 자연 건드리지 말고 생태적 삶의 방식 그 철학을 전 인류가 함께 공감해갑시다. 두 번째 아까 그 새로운 어떤 기준, 조심스레 일상으로 돌아가는. 교수님이 뭐라고 조금 더 풀어주세요.
◆ 최재천> 글쎄요, 저는 우리 인간이 다른 모든 동물과 엄청나게 다른 게 저희들은 침팬지 한 20~30마리가 예를 들어서 스타벅스 커피 마시고 있는데 새로운 챔팬지 한 마리가 그 안에 뚜벅뚜벅 들어와서 카페 한 잔 주세요, 상상이 안 되거든요. 그 안에 있는 20~30마리 침팬지들이 그냥 달려들어서 걔를 물어뜯어요. 그런데 우리는 몇백 명이 모여 있는데도 겁대가리 없이 그냥 들어가서 하거든요. 모든 동물 중에서 그 단계를 넘어선 유일한 동물이 우리거든요. 아주 모르는 사람들과도 그냥 지낼 수 있는. 그런데 앞으로는 아마 우리가 이런 일들이 계속 잦아지면 그런 일을 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해질지도 모릅니다. 슬픈 얘기지만.
◇ 정관용> 아주 모르는 사람과 함께하되 그게 인간의 특성이니까 안 할 수 없죠. 그런데 할 수 있는 일과...
◆ 최재천> 바이러스 같은 게 도는 시절이 오면 누구와는 가까이 할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떼야 되고 이런 걸 우리들의 일상처럼 우리의 행동패턴 속에 갖고 살아야 되는 시대가 오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그런 인간들의 삶의 패턴에 맞춰서 경제구조도 바뀌어야 하고. 그렇죠? 아마 비대면 쪽의 경제는 커질 거예요, 앞으로.
◆ 최재천> 이미 지금 커지고 있던데요, 보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것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아까 우리 표현했던 좀 쓸데없는 접촉과 거품에 의한 경제였다면 그건 스스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런 것까지 다 포함되겠네요?
◆ 최재천> 많은 변화가 있겠죠.
◇ 정관용> 오늘 시사자키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 시대> 첫 시간으로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최재천> 고맙습니다.